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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와 과학 ③] 한국사회, 다문화 받아들이기

작성일 2012-05-04

한국사회, 다문화 받아들이기

 

얼마 전 종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K - POP STAR’ 에는 독특한 이력의 참가자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미쉘이 바로 그녀.

 

최종 4인에 오를 만큼 뛰어난 가창력과 실력이 있었지만, 부족한 감정 처리가 흠이었던 그녀에게 심사위원 박진영은 "감정이 왜 안 나오냐 물었더니 주변으로부터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 감정표현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피부색이 다르거나 인종이 다른 아이가 놀림을 받는 일이 없도록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심사평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약 140만 명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등록 되지 않은 인구까지 포함하면 약 200만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국민의 2.8%를 차지하는 수치다. 근로자, 유학생, 결혼 이민자,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까지. 이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살아가는 ‘외국인’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다문화 사회’라는 말이 친근하거나 익숙하진 않다. 나아가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다문화 사회란 말에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속속 증가하는 추세다. 언어의 뉘앙스만큼이나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 다문화 사회,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0.1% = 3,000,000개

 

사람은 대륙별로 다른 피부색, 눈동자, 머리카락을 가지고 살아간다. 같은 대륙에 살고, 같은 피부색을 지녔다 하더라도 따지고 보면 인간 가운데 동일한 사람은 한명도 없다. 심지어 쌍둥이마저도 유심히 살펴보면 다른 부분이 보인다.

쌍둥이의 생김새도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다 ⓒ 오픈 애즈

프랑스의 원자물리학 박사 베르트랑 조르당은 그의 저서 ‘0.1 퍼센트의 차이’에서 인간의 DNA를 분석한 결과, 유전자의 99.9% 가량은 동일하며 나머지 0.1%만이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단지 0.1%의 차이가 60억 인류를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다.

 

DNA는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저장소 역할을 한다. DNA는 A, T, G, C 라 불리는 염기의 나열을 통해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기본으로 자손에게 유전형질을 전달한다. 인간이 자손에게 대대로 물려주는 특성을 유전형질이라 한다. 사람에게서 사람이 태어나는 이유는 다른 종의 유전형질과 사람의 유전형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DNA의 유전정보가 유전형질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DNA에서 아미노산으로, 아미노산에서 단백질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DNA가 단백질로 바뀌는 과정은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컨테이너 벨트 위를 지나가는 물건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마침내 하나의 완성된 제품이 되듯, DNA도 고유한 역할을 지닌 생체 분자들에 의해 단백질로 완성된다.

 

그러나 인간의 30억 DNA 염기 가운데에서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 중 개인에 따라 염기서열의 차이가 나타나는 부분은 0.1%로, 염기수로 따지면 약 300만 개다. 우리는 이것을 단일유전자변이(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이하 SNP)라고 부른다.

 

조르랑은 바로 이 SNP가 만들어내는 0.1%의 차이가 인류의 다양성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 말한다. DNA의 염기서열 변화는 단백질의 종류는 물론, 단백질을 생성하느냐 마느냐까지도 결정하기 때문에 이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비율로 따지면 0.1%지만 숫자로 따지면 300만개씩이나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0.1% = 300만개가 의미하는 바를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0.1%를 제외한 99.9%는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동등한 개체로서의 ‘인류’와, 300만개의 DNA차이로 인해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특별한 개인으로서의 ‘인류’가 동일한 ‘인류’라는 사실을 말이다.

 

다문화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해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18일, 전국 19∼74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지수(KMCI)’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51.17점을 받아, 다문화에 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지닌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오늘 날 한국 사회의 다문화 여론은 비단 중립적으로만 보이진 않는다. 반(反)다문화 인터넷 카페 중 하나인 ‘다문화 정책 반대’는 회원수가 2년 만에 10배가량 증가해 현재 9천 명을 넘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조선족 전면추방 서명운동까지 일어났다.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이런 외국인 혐오증(제노포비아)은 중립적이기보다는 차라리 다문화 거부에 가깝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이선 연구위원은 이 같은 상황의 원인을 우리 국민이 가진 다문화에 대한 ‘제한적 지향’에서 찾았다. 지난 2008년, 성인남녀 1,203을 대상으로 다문화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3에 해당하는 32.8%가 다문화사회를 전반적으로 지지하면서도 다문화 수용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의원은 이들을 ‘제한적 지향’ 집단이라고 분석했다.

다문화지향성에 따른 집단 구분 ⓒ 김이선 

제한적 지향 집단은 “외국인의 존재가 사회구성이나 생활환경에 있어 위협을 야기하지 않고 통제 가능하다면 다문화 사회에 대한 지지를 유지한다. 하지만 이주자가 증가하거나 외국인 관련 범죄, 사회문제 등이 가시화 된다면 다문화 사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는” 집단을 말한다.

 

미처 준비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다가온 다문화 사회는 우리나라 국민이 가진 고유한 가치관 및 문화 수용 능력과 필연적으로 부딪치기 마련이다. 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데에서 불안감이 생기고, 불안함에 대한 방어로 우리는 타문화에 대해 관용과 배제의 선을 긋게 된다.

 

타문화, 혹은 외국인에 대한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인류의 같음과 다름을 인정하려는 노력인가? 아니면 나와 남을 판단하는 기준인가? 이 같은 질문을 통한 다문화 인식 자기 점검은 다문화 사회에 적응하는 데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 과정을 뛰어넘고 무조건적인 온정주의나, 혹은 무조건적인 배타주의로 다문화 사회를 바라보는 일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인식 교육은 피상적이고, 사회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서울온드림다문화가족교육센터 이현정 센터장은 “다문화에 대한 강의를 나가면서 기업, 공무원, 교사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면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인식 교육은 아직 다방면에서 심도 있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다문화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편견 없는 시선, 차별 없는 사회, 멀리 보는 안목이라고 본다. 전 국민이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복한 다문화 사회를 위해 사회 구성원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 오픈애즈

우리가 미래의 얘기로만 생각하던 ‘지구촌’은 오늘날 ‘다문화 사회’의 한 형태일지 모른다. 한국인이 세계인이 되고, 세계인이 한국인이 된 오늘 날,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다퉈봤자 그 마을에 득이 될 건 하나도 없다. 어찌되었든 우리나라는 지금 다문화 사회이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다문화화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방향으로 다문화 사회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들의 힘을 모아야 할 시기임은 분명한 것 같다.

 

[참고문헌]

 

0.1%의 차이 - 베르트랑 조르당, 알마

 

‘다문화사회의 전개에 대한 한국사회의 이중적 수용성’ - 김이선

 

[도움말]

 

서울온드림다문화가족교육센터 이현정 센터장

 

 

박정렬 사이언스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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