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의 물건 정리

우주에서의 물건 정리
아마 어린 시절 어머니한테 “제발 좀 치우고 살아라!”라는 잔소리 안 듣고 자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 내에서도 청소와 정리정돈의 중요성은 지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군대와 마찬가지로 항시 높은 위험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곳이고, 따라서 어떤 돌발 상황이 닥쳐도 원하는 물품을 신속히 찾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좁고 중력이 없는 우주선 환경 상 물건들이 너절하게 어질러져 있다가는 자칫 우주비행사의 부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구에서도 가끔씩 가구나 문지방에 발가락을 부딪치면 엄청나게 아픈데 하물며 우주에서랴.
우주정거장 내부는 지구보다도 훨씬 더 정리정돈이 필요한 곳이다.
ⓒ FOTOS BUZZ
그런데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과연 어떻게 정리정돈을 할까? 아무리 물건을 잘 정리해 놔도 중력이 없기 때문에 둥실둥실 떠다닐 텐데? 쓰레기는 어떻게 치울까?
역시 물리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의 우주왕복선의 경우 각종 장비와 비품을 저장하는 락커가 있고 락커 내부에는 그물망이 들어가 있어 물품이 제멋대로 떠다니는 일을 막는다.
락커에 넣기까지는 좀 뭐한 작고 사용빈도가 높은 물건의 경우 벨크로(찍찍이)를 사용한다. 우주왕복선의 경우 벽, 천정, 바닥에 벨크로 패드가 붙어 있어 마치 씹다 만 껌을 벽에다 붙이듯이 벨크로만 있으면 어떤 물건이든지 철썩 붙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참고로 이 벨크로만큼 우주선 내에서 다재다능하게 쓰이는 물건도 유례를 찾기 드물다. 우주왕복선의 일부 부품을 결합시키는 데에도 벨크로가 사용되며(모든 부위가 다 벨크로로 결합된다는 것은 아니다. 착각마시길) 심지어는 우주비행사의 선내 활동복 바지에도 벨크로가 붙어 있어 이런저런 물건을 부탁하기도 하고, 식사 시 벨크로로 식판을 다리에 부탁시키기도 한다.
벨크로 말고 끈이나 고무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책이나 서류, 음식물 등 벨크로를 붙일 수 없는 물건에 많이 쓰인다. 특히 우주비행사의 식판은 고무줄이 여러 개 쳐져 있어, 식품 봉지를 고무줄과 식판 사이에 끼워서 고정하도록 되어 있다. 여성 우주비행사들의 장발도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는 제멋대로 뻗치므로 고무줄을 사용해 고정해야 한다.
참고로 우주선에는 마음대로 사물을 가져갈 수는 없다. 공간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고(우주왕복선의 경우 3평정도 되는 방에서 5명의 승무원이 동거해야 한다.), 우주공간에서의 안전성이 검증 안 된 물품을 잘못 사용했다가 위험한 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다. 초기 우주개발 당시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쓰던 사물을 지구 귀환 후 기념품으로 비싼 값에 팔기도 해 윤리적인 문제가 된 적도 있다. 그래서 현재 미국 NASA에서는 발사 1달 전에 우주비행사 1인당 개인용품 20가지, 공용품 10가지로 제한된 소지품을 신고를 받아 접수, 포장해서 우주왕복선에 싣는다고 한다. 그 이외의 물품을 싣고 갔다 와서 앞서 얘기한 영리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최고 징역형을 살 수도 있다.
우주선 내에서 청소는 어떻게 할까?
얼핏 생각하면 우주선에서는 청소가 필요 없을 것 같지만, 1주일만 항해해도 우주비행사들의 땀이라던가, 먹다 흘린 음식 등이 우주선 벽에 달라붙어 말라버리므로 지저분해진다. 그리고 우주선 내의 각종 과학 장비의 냉각기 흡기구 쪽으로도 잃어버린 물건들이 몰려가 있어 주의를 소홀히 하면 빨려들어 고장을 낼 수도 있다. 공기 필터나 이산화탄소 제거용 수산화리튬 캔 등을 교환하는 일 등도 해야 한다.
청소에는 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고, 지구의 물휴지와 비슷한 항균용액이 묻은 티슈로 우주선 벽을 걸레질한다. 장기간 항해해야 하는 우주정거장의 경우 매주 하루씩 청소하는 날을 정해 승무원들이 우주선 청소에 매달리며, 우주선 내 생명유지 장비 소제 등 특수한 기술이 필요한 일은 당번을 정한다.
지구에서나 우주에서나 청소와 정리정돈의 중요성은 차이가 없는 셈이다.
글: 이동훈(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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