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꿔 놓은 전자기 유도 현상의 발견

세상을 바꿔 놓은 전자기 유도 현상의 발견
전자기 유도 현상이란? 전지를 연결하지 않은 회로가 있다. 이 회로에 검류계를 연결해보면 당연히 검류계의 바늘은 0을 가리킬 것이다. 그런데 회로 근처에 자석을 가까이 가져가면 검류계의 바늘이 한쪽 방향으로 기울게 된다. 자석을 멈추면 검류계의 바늘이 0으로 돌아간다. 이제 자석을 뒤로 빼면 바늘이 반대 방향으로 기운다. 전지도 연결하지 않은 회로에 자석을 가까이 가져갔다 뒤로 뺐다 하는 것만으로 전류가 흐르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기장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회로에 전류가 생겨나는 현상을 ‘전자기 유도’라고 한다. 이 현상을 이용해 발전기가 발명되었고, 현대의 수많은 전자제품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자기 유도 현상은 어떻게 발견된 것일까?
그림 1 전자기 유도 현상 ⓒ 한국과학창의재단 / 작가 김화연
전자기 유도 현상의 발견 1800년대 초까지도 전기와 자기 현상은 별개의 현상으로 취급되었다. 전기를 띤 물체는 전기를 띤 물체끼리 전기를 통과시켰고, 자기력은 자석과 철 사이에서 잡아당기는 현상을 보였다. 게다가 전기는 ‘찌릿’ 하는 자극이나 ‘번쩍’ 하는 불빛과 함께 방전되어 사라지는 반면, 자석은 그런 요란스러운 일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분명 전기와 자기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였다. 이러한 상황이 바뀐 것은 1820년의 일이었다. 덴마크의 외르스테드(Hans Christian Oersted, 1777~1851)는 전류가 흐르는 도선 근처에서 나침반의 자침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는데, 전류가 흐르는 도선은 마치 자석이 된 것처럼 자기력을 발휘하는 것 같았다(그림2). 이로부터 1년 후, 외르스테드의 실험을 재검토하며 전류와 자석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던 영국의 패러데이는 도선과 자석을 이용한 간단한 회전 장치, 즉 전동기를 만들어냈다(그림3). 또한 전류가 흐르는 도선을 감아 자석을 흉내내는 전자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 몇몇 학자들은 전자석을 개량하는 데 힘을 쏟기도 했다.
그림 3 패러데이의 전자기 회전 장치. 양쪽 컵에는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수은을 담았다. 왼쪽 장치는 자석을 컵 아래에 묶고 도선을 고정시킨 반면, 오른쪽 장치는 도선을 위에 매달고 자석을 컵에 고정시켜 두었다. 양쪽 컵의 수은을 전지의 양극에 연결하면, 왼쪽 장치의 자석과 오른쪽 장치의 도선이 회전하게 된다. 1831년 8월 29일, 패러데이는 철로 만들어진 고리에 절연 피복으로 감싼 코일A와 B를 여러 겹으로 촘촘하게 감은 후, 코일A를 검류계에 연결하고 코일B를 전지에 연결했다.
그림 4 1831년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실험의 개념도. 코일A를 전지에 연결하는 순간, 코일B에 연결된 검류계의 바늘이 움직인다. 이는 오늘날 변압기의 작동 원리이기도 하다. 바로 검류계 바늘에 상당한 효과가 나타남. 바늘이 흔들리다 결국 원래 위치에서 멈춤. ... 전지와의 연결을 끊을 때, 또다시 바늘이 요동침. 패러데이는 이 현상을 1차 회로(코일B)의 전류에 의해 생겨난 ‘자기력’이 2차 회로(코일A)에 전류를 만들어 낸 ‘전자기유도 현상’으로 해석했다. 만약 그의 추측이 옳다면 자석만으로도 전류가 만들어질 수 있어야 했다. 그의 추측은 곧 확인됐다. 같은 해 10월 17일, 그는 속이 빈 원통형 철심에 코일을 두텁게 감은 후 그 안에 막대자석을 찔러 넣음으로써 전류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발생한 전류를 ‘유도 전류’라고 한다. 이렇게 그는 최초의 발전기 발명자가 된 셈이었다. 이토록 간단해 보이는 효과가 10년 동안이나 발견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전자기 유도로 만들어 낸 전기의 양이 너무 적았기 때문이다. 그 양을 증폭시키지 않는 한 전자기 유도 효과는 관찰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1831년 전자기 유도 효과를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절연 피복과 철심 덕분이었다. 패러데이는 미국의 헨리(Joseph Henry, 1791~1878)를 비롯해 여러 연구자들이 고안한 전자석 개량법에서 힌트를 얻어, 피복을 입혀 전류의 손실을 차단한 코일을 철심에 칭칭 감아 전자기 효과를 극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로, 전자기 유도 현상의 독특한 특징 때문이었다. 즉, 움직이지 않는 자기력은 전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직 자기력이 변화하는 순간에만 전류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아무리 강력한 자석이라도 도선 옆에 가만히 놓아서는 유도 전류가 검출되지 않았다. 다행히 1831년의 패러데이는 1차 코일을 전지에 연결하기 전에 2차 코일을 검류계에 연결해 놓음으로써, 전지를 연결하는 ‘순간’ 검류계의 바늘이 움직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고 책을 제본하는 일을 했던 패러데이는 자신이 발견한 전자기 유도의 규칙을 설명하기 위해, 수식 대신에 ‘자기작용선(magnetic curve)’이라는 그림을 도입했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자기작용선이란 만약 그 공간에 자침이 놓였을 때 자침이 가리키게 될 방향을 보여주는 가상의 선을 의미했는데(그림5), 전자기 유도는 도선이 그 자기작용선을 가로지를 때 일어났으며, 이 때 유도 전류는 도선이 선을 가르는 방향과 수직으로 생성됐다(그림6).
그림5. 자기작용선. 공간에 놓인 자침이 가리키게 될 방향을 보여주는 가상의 선을 의미하며, 자기력을 가진 물체 주위에 뿌려놓은 철가루의 형태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그림6. 자기작용선 자르기 규칙. 움직이는 도선이 자기작용선을 가로지르면, 도선이 자기작용선을 가로지르는 방향과 수직이 되는 방향으로 전류가 유도된다. 전기의 시대가 오다! 많은 사람들이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규칙을 응용하여 지속적인 전류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장난감에 불과했던 이 장치는 계속된 개량 끝에 50년 후 에디슨에 의해 뉴욕 중심가의 조명을 밝히는 데 사용되기 시작했고, 곧이어 가정과 공장의 기기들을 돌리는 데 사용되었다. ‘수차와 증기기관의 시대’가 가고 ‘전기의 시대’가 온 것이다. 전자기 유도 현상의 발견은 과학 내에서도 혁명을 촉발시켰다. 전자기 유도의 특징은 당시 별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던 원거리 작용의 원리와 잘 어울리지 않았다. 중력, 정전기력, 자기력 등 원거리에서 작용하는 힘은 모두 두 물체 사이의 직선을 따라 작용하는 인력이나 척력이었던 데 반해, 전류와 자석 사이의 상호작용은 서로를 수직으로 회전시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심으로부터 패러데이는 전기와 자기 작용이 매질이나 공간에 의해 전달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마치 소리나 빛이 매질을 통해 점진적으로 전달되는 것처럼 말이다. 즉 패러데이는 장(field)이라는 혁명적인 아이디어를 고안한 것이다. 패러데이의 장 개념은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의 전자기장 이론으로 계승되었다. ‘전류가 그와 수직을 이루는 원형 자기력을 만들어내고, 자기력의 변화가 그와 수직을 이루는 원형 전류를 만들어낸다’는 패러데이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맥스웰은 전자기 작용의 전달 방법을 설명했다. 즉 전자기 작용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연쇄적으로 만들어내면서 전달되는 전자기파에 의해 매개된다. 맥스웰은 그 전자기파의 속도를 이론적으로 계산했는데, 놀랍게도 그 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았다. 이 예측은 1887년 독일의 헤르츠(Heinrich Rudolf Hertz, 1857~1894)가 전자기파를 직접 발생시키고 검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극적으로 입증되었으며, 이로써 물리적 작용이 공간에 의해 매개되며 그것이 전달되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패러데이의 생각은 드디어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 전자기파 덕분에 무선 통신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결국 1831년 자석의 운동이 전류를 만들어낸다는 패러데이의 발견은 그로부터 약 50년 후 인간의 생활 방식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교육팁] 전기력과 자기력이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실험을 통해 알아본다. - 전류가 흐르는 도선에 자석을 가까이 가져가 도선이 받는 힘을 느껴본다. - 전류의 방향을 바꿔 자석을 가까이 가져갔을 때 도선이 받는 힘의 방향이 바뀌는 것을 확인한다. [교육과정] - 초등학교 6학년, 자기장 - 중학교 1학년, 정전기 - 중학교 2학년, 전기 - 중학교 3학년, 전류의 작용
글 / 정동욱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과정 zolaist@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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