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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맛①] 당신이 알고 있는 혀지도는 틀렸다

작성일 2016-08-24

국내 대형 과학관의 어린이 체험 코너에서 혀를 길게 내민 커다란 얼굴 모형을 본 적이 있다. 개구쟁이의 얼굴이었는데 무려 버스만큼 컸다. 도대체 뭐지 하고 신기해서 들여다봤더니 길게 내민 혀 위에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등을 느끼는 부위가 표시돼 있었다. 성인이라면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흔히 봤을 법한 이른바 ‘혀 지도’다. 생물시간에 시험에 나온다고 달달 외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 혀지도가 정말 맞는 걸까. 단맛은 혀끝에서 느끼고, 짠맛은 혀의 양쪽에서 느끼고, 쓴맛은 혀의 뿌리 부근에서 강하게 느끼는 걸까. 아이스크림을 맛볼 때 우리는 혀끝으로 살짝 찍어보는 걸 보면 맞는 거 아닐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머리 속에 들어 있는 혀지도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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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에서 가장 민감한 곳은?

이제 진짜 혀지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보자. 단맛은 혀끝에서 가장 잘 느낀다. 이건 맞는데…, 조금만 더 가보자. 쓴맛도 혀끝에서 가장 잘 느낀다. 엥? 짠맛도 혀끝에서…, 그렇다. 모든 맛은 혀끝에서 가장 강하게 느낀다. 그리고 다른 부위도 여러 맛을 느끼는 정도는 비슷하다. 다시 말해 혀끝에서 모든 맛을 ‘세게’ 느끼고, 양 옆과 뿌리 부근에서는 ‘살짝’ 맛을 느낀다. 짠맛이든 쓴맛이든 차이가 별로 없다. 그리고 혀의 중앙은 맛에 대해 가장 둔감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잘못된 실험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잘못된 혀지도는 19세기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과학자들이 아주 작은 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맛을 어디서 느끼는지 실험한 것이다. 사람들의 수가 적은 것도 문제였지만 실험 방법도 문제였다. 하지만 그때 만들어진 혀지도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꽉 박히는 바람에 지금도 이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앞으로 한가지만 기억하자. 모든 맛은 혀끝에서 가장 잘 느낀다.

모든 맛이라고 하지만 사실 맛에는 기본 맛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가 느끼는 맛 중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 등 5가지의 맛인데, 이 5가지 맛에 향기 입자가 결합해 사과맛, 바나나맛 등 다양한 맛이 나온다. 5가지 맛 외에 우리가 아는 특정한 맛에는 맛보다 오히려 향기 입자가 훨씬 중요한 것이다. 최근 지방맛이 6번째 기본 맛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학적인 근거도 함께 나오고 있어 흘려들을 말은 아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즉 기본 맛은 아직은 5개뿐이다(언젠가는 지방맛이 기본맛으로 인정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5가지 맛이 기본 맛일까. 5가지 맛만이 실제로 혀에 붙어 있는 맛세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다른 맛은 혀의 맛세포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향기 등 다른 방법으로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특히 매운맛이 기본맛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하시길. 매운맛은 냉정하게 말하면 혀가 느끼는 통증일 뿐이다.

기본 맛도 적지만 식품에서 실제로 맛이나 향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 우리가 빵을 먹고 있다면 그 중 2%만이 ‘빵맛’과 ‘빵의 향기’를 내준다는 뜻이다. 나머지 98%는 거대 분자인 폴리머고 맛이나 향은 없다. 2%라니 너무 적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특히 향기 입자는 아주 적은 양으로도 엄청난 효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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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지 맛 중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맛은 누가 뭐래도 단맛이다. 왜 사람들이 단맛을 좋아할까? 단 음식에 탄수화물, 즉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가 많기 때문이다. 먹고사는데 에너지만큼 중요한 게 또 뭐가 있단 말인가. 감칠맛은 근육을 비롯해 우리 몸의 온갖 기초성분이 되는 단백질을 찾아내는 맛이다.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 글루탐산과 아스파르트산이 감칠맛을 잘 내는데, 글루탐산이 3배나 강하다. 단백질 역시 우리 몸을 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물질이니 혀는 감칠맛을 아주 좋아한다.

짠맛은 나트륨 이온과 연관되어 있다. 우리 몸의 신경세포가 작동하려면 나트륨이 꼭 필요하다. 나트륨이 부족하면 신경세포의 활동이 약해지고, 결국 죽게 된다. 반면 쓴맛과 신맛은 위험을 경고하는 맛이다. 쓴맛은 독을, 신맛은 부패를 경고한다. 아이는 쓴 음식은 무조건 뱉으려고 한다. 독성이 있는 음식을 피하려는 우리 몸의 본능이다. 그런데 쓴나물과 신김치는 어떻게 먹을 수 있는 걸까. 우리 조상들이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안전한 쓴맛과 신맛을 찾아낸 덕분이다. 원래는 두 손을 저으며 꺼렸을 맛은 이뿐이 아니다. 홍어를 삭혀 만든 삼합도, 이상한 냄새가 나는 발효음식도 인내와 실험을 거쳐 찾아낸 ‘새로운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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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과 짠맛, 느끼는 법이 다르다

그런데 혀는 어떻게 맛을 느낄까. 혀에 손가락을 대보면 우둘투둘 돌기가 느껴진다. ‘유두’라고 하는데 유두의 옆구리나 맨 위에 작은 웅덩이처럼 생긴 것이 미뢰고, 이 안에 맛을 느끼는 맛세포가 모여 있다. 미뢰가 혀끝과 양 옆, 뿌리에 많이 있고, 이 안에 맛세포들이 골고루 박혀 있으니 5가지 맛을 느끼는 곳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혀를 깨끗하게 유지하면 맛은 더 민감해진다. 그런데 각각의 기본 맛을 느끼는 방법이 차이가 있다. 단맛과 쓴맛 그리고 감칠맛은 맛세포가 ‘수용체’를 이용해 맛을 느낀다. 쉽게 말해 단맛을 내는 물질(예를 들어 포도당)이 잘 달라붙는 수용체가 단 음식을 느낀다. 하지만 짠맛과 신맛은 맛세포에 붙어 있는 이온 통로(채널)를 통해 느낀다. 이 때문에 ‘단맛과 쓴맛만 진짜 맛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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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혀가 아니라 뇌에서 맛을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의 찰수 주커 교수팀은 뇌의 특정 신경세포(뉴런)를 조종하자 특정 맛을 느끼게 할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를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2015년 발표했다.

실험 내용은 이렇다. 쥐에게 평범한 물을 마시게 한 다음, 단맛을 인식하는 뇌 부위를 레이저 빛으로 자극했다. 그 결과 이 쥐는 물을 마셨는데도 뇌는 단맛이 나는 음료라고 인식했다. 쓴맛을 인식하는 뇌 부위를 자극했을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이 실험은 우리가 뇌를 자극해 맛을 속일 수도 있고, 다이어트에 효과를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을 주고도 단맛을 느끼게 하면 우리는 더 이상 청량음료를 마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진짜 맛 지도 역시 혀가 아니라 뇌에 있을지도 모른다. 뇌의 어느 부위는 단맛, 어느 부위는 쓴맛, 어느 부위는 감칠맛 이런 식이다. 미래에는 뇌에 그려진 맛지도가 시험에 나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단맛이 나는 음식을 볼 때마다 입안에서 침을 삼키며 혀를 움직이고 있다.

The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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