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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사는 법

작성일 2016-04-25

|신선미

 
반려동물_img5 [그림 1] 사이언스지 표지를 장식한 개. (사이언스)

복슬복슬한 털에 동그란 눈을 한 강아지를 보면 누구라도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일본 아자부대 연구팀은 사람이 개에 사랑스러운 감정을 느끼는 원인은 ‘옥시토신’ 호르몬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2015년 4월 17일 자에 발표했다. 옥시토신은 여성이 아이를 출산할 때와 수유를 할 때 특히 많이 분비돼 아이와 교감을 나눌 수 있게 만드는 호르몬으로, 흔히 ‘사랑호르몬’으로 잘 알려졌다. 개와 사람의 유대를 만드는 본질이 부모와 자식이 느끼는 감정과 같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주인이 개와 눈을 맞추고 쓰다듬어 주거나 말을 걸어주는 등 개와 교감을 나눌 때 주인과 개의 소변 속 옥시토신 농도가 모두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반면 사람과 늑대가 같은 실험을 한 경우에는 옥시토신의 농도가 증가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사람과 개 사이의 옥시토신이 만든 사랑의 감정은 사람과 개가 오랜 기간 같이 살면서 진화를 거쳐 생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와 주인 닮은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에’
반려동물_img1 [그림 2] 출처 (GIB)

개와 사람이 느끼는 ‘사랑’은 비단 감정에 머무르지 않았다. 이들의 사랑은 개의 행동도 변화시켰다. 2010년 오스트리아 비엔나대의 프레데릭 레인지 박사팀은 개가 주인의 행동을 따라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훈련을 통해 머리와 앞발로 문을 열 수 있는 개 10마리로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이 개들에게 주인이 문을 여는 모습을 보여줬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문을 여는 방식이었다. 주인이 머리로 문을 열면 개도 머리로 문을 열었고, 주인이 손으로 문을 열면 개도 앞발을 이용해 문을 열었다.

영국 런던대 알렉스 세퍼드 교수팀은 개가 사람의 하품도 따라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9마리의 개를 모아 사람이 하품을 할 때 개가 따라하는지 관찰했다. 연구 결과 사람의 하품을 따라한 개는 72%나 됐다.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처럼 개와 사람이 점차 닮아가는 것이다.

반려동물_img2 [그림 3] 출처 (GIB)

하지만 개가 주인의 안 좋은 점을 닮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체형’이다. 주인이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은 반려동물도 주인을 따라서 살이 찌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개에게 자주 주기 때문. 2011년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팀은 한 살 이상인 개 700마리를 대상으로 이를 확인했다. 이 연구에서 700마리의 개 중 단 35%만이 정상체중이었다. 39%는 과체중이고 20%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비만이었다. 연구팀은 지난 25년 간 영국에서 비만인 사람의 수가 4배로 늘어난 것처럼, 반려견도 점점 뚱뚱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견의 비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문제가 된다. 2011년 조사 결과 프랑스에서는 반려견의 39%가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나왔고, 호주에서는 뚱뚱한 개가 전체 개의 41%나 됐다. 반려견의 체중이 증가함에 따라 관절염이나 고혈압 등 성인병에 걸릴 위험 역시 높아진다. 개들은 ‘아프다’고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병이 진행된 이후 주인이 아는 경우가 많다.

반려견 비만의 경우 우선 가슴과 배 부위 피부 밑에 지방이 차기 시작한다. 그 뒤 꼬리 쪽으로 지방이 쌓인다. 몸이 무거워지면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하고 숨쉬기 어렵기 때문에 움직이기 싫어진다. 이는 몸속에 쌓인 지방이 횡격막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번 살이 찌면 계속 앉아 있게 되고, 운동을 하지 않으니 몸의 근육은 점점 없어져 몸의 대사활동도 같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된다. 살이 살을 불러오는 셈이다.

반려동물은 ‘약손’
반려동물_img4 [그림 4] 출처 (GIB)

반려견의 비만을 해결할 방법은 바로 ‘사랑’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의 로버트 쿠시너 교수팀은 사람과 개가 함께 산책을 하는 것이 혼자 걷는 것보다 운동 효과가 더 크다고 2006년 ‘비만’ 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과체중인 92명을 대상으로 1년 동안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식사 조절 상담을 받고 일주일에 적어도 3회 30분씩 걸었다. 이들 중 36명은 비만인 개와 함께 걸었다. 1년 뒤 몸무게를 측정한 결과 개와 함께 운동한 사람은 평균 5kg이 빠진데 비해 혼자 운동한 사람은 2.1kg만 빠졌다. 개와 함께 걸었을 때 체중 감량 효과가 2배 이상 높았던 것이다. 뚱뚱했던 개 역시 감량에 성공했다.

동물의 이러한 치료효과는 이미 1960년대 발견됐다. 미국 정신과 의사인 보리스 레빈슨은 자신의 병원에서 ‘징글’이라는 반려견을 길렀는데 병원에 온 아이들이 기다리는 동안 개와 놀면서 두려움을 잊는 것을 관찰했다. 일부 아이들은 개와 노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됐다. 레빈슨은 오랜 관찰과 연구 끝에 실제로 동물이 정신질환을 호전시킨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것이 ‘동물매개치료(AAT)’의 시작이다. 동물매개치료는 전문가가 치료목적에 맞게 훈련받은 동물을 이용해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한편 동물을 이용한 레크레이션 활동은 ‘동물매개활동(AAA)’이라고 한다.

반려동물_img3 [그림 5] 출처 (GIB)

동물이 어떻게 사람을 치료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동물이 사람의 생리작용을 변화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사람은 부드러운 털을 가진 동물을 쓰다듬고 만질 때 안정감을 얻는다. 아이들이 부드러운 이불이나 봉제인형을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안정감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기분이 좋아지는 호르몬을 내고 근육을 이완시킨다. 이때 혈관도 함께 이완돼 혈액이 잘 흐르게 된다. 따라서 심장의 부담은 줄어들고 혈압은 낮아져 건강이 좋아지는 것이다.

필자 소개 / 신선미

신선미는 연세대학교에서 생물학과 생명공학을, 동대학원에서 환경미생물학을 공부했습니다. 동아사이언스에 입사해 ‘과학동아’와 ‘어린이과학동아’ 기자로 일한 뒤 현재는 과학동아데일리팀에서 동아사이언스포털과 동아일보에 과학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학술지에 실린 연구 성과와 국내 과학자 이야기, 일상 속 과학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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