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전 / Contagion (2011년)

컨테이전 / Contagion (2011년)
스티븐 소더버그의 바이러스 재앙 영화 ‘컨테이젼’입니다. 사이언스 픽션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라 놓칠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극적인 드라마보다는 현실에 가까운 상황을 연출한 점이더군요. 사이언스 픽션 보다는 사이언스 영화에 가깝게 보였습니다. 소더버그는 이 영화를 찍기 위해 CDC(질병 통제 센터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와 관련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할 만큼 최대한 현실에 가까운 재앙 상황을 그리려고 노력을 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그 결과 섬뜩하기만 한 재앙의 진행 과정을 목격하게 되었고, 마치 세미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선 영화는 초호화 스타 군단이 출연하게 됨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이 영화를 끌어가기 보다는, 현실적인 재앙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마치 디스커버리 채널 등에서 보이는 미래를 예견한 다큐멘터리의 인물들을 유명 배우들로 채운 듯한 느낌도 받게 되더군요. 배우들은 튀지 않고 최대한 절제를 하며 바이러스 때문인 재앙 상황에서 사회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들을 현실적으로 연기하였다고 봅니다. 스릴러나 미스터리 스타일의 드라마로 극을 전개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그려냄으로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고 할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고 실제로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될 때 직면하게 되는 공포를 간접 체험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영화의 주요 골격은 원인 모를 질병이 창궐하여 전 세계로 급속도로 퍼지자 미 정부 소속의 과학자들에 의해 극복이 되는 것이 영화의 큰 틀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다른 인간 군상들을 그려지게 됩니다. 처음 질병에 걸린 베스와 그녀의 남편 토마스, 질병 통제 센터 소속의 치버 박사와 에린 박사, 그리고 앨리 박사, WTO 소속의 오란테스 박사, 프랜랜서 기자이자 블로그를 운영하는 앨런 등이 중심인물이 됩니다. 한편, 영화에서는 이기적인 야망을 품은 블로거와 그를 맹목적으로 맹신하는 사람들에 대한 장면도 보여주고 있는데요, 아마도 작가가 특정 블로거 때문에 고생을 한 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할 정도로 다루고 있습니다. 저도 이 설정에 대해 마냥 반감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득을 위한 이기적인 블로거 때문에 고생을 한 적이 있어, 공감하게 되더군요. 제 생각이지만 누리꾼들이 블로그를 대하는 방법도, 특정 블로그의 의견을 맹신하는 것 보다는 한 개인의 의견 정도로 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컨테이젼’은 바이러스로 말미암은 재앙 상황에서의 여러 부류의 인간을 보여 주게 됩니다. 그러나 특정 부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시각으로 영화를 풀기보다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겪게 되는 상황을 담담하게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풀고 있다고 봅니다.
과학자들이 홍콩 출장을 다녀온 후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리던 베스 앰호프(기네스 펠트로)가 갑자기 사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이와 유사한 증상으로 사람들이 차례로 사망하게 됩니다. 문제는 학계에 보고되지 않는 바이러스, 다르게 말하면 전혀 대비되어 있지 않은 신종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것입니다. 자칫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건 앞에 정부와 질병 통제 센터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지게 됩니다. 정부는 테러를 의심하게 되고, 질병 통제 센터는 바이러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역학 조사에 들어가게 됩니다. WTO에서도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홍콩으로 리어노어 오량테스(마리옹 꼬띠아르)박사를 파견하고 첫 감염자로 알려진 베스의 홍콩 행보를 역추적하게 됩니다.
바이러스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이안(엘리어트 굴드)박사에게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아내라는 의뢰가 들어가게 되나, 곧 정부 정책에 의해 연구 중지 명령을 듣게 됩니다. 그러나 이안 박사는 명령을 무시하고 연구를 계속해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혀내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원숭이의 희생 끝에 백신이 발견되고, 앨리 핵스톰(제니퍼 엘)박사는 자신에게 백신을 투여함으로써 임상 시험을 대신해 백신을 효능을 증명하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백신이 사용되기 위해서는 많은 절차가 남아 있고 더 지체를 할 시간이 없게 되고 정부는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결국, 영화는 제비뽑기를 통하여 해당 생일의 사람들부터 백신을 투여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이 바이러스에 희생되었지만, 대다수의 살아남은 사람들은 구원된 것인데요, 영화는 이를 통해서 과학자들에게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 주게 됩니다. 이들은 사지에 파견되어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 에린 미어스(캐이트 윈슬렛)박사와 홍콩에서 파견되어 바이러스의 기원을 쫏던 오란테스 박사가 시골로 납치되었지만 오히려 이들을 돕게 되는 것으로 그려지며 희생적인 사람들과 권력의 중심에서 체제의 유지를 중요시하는 사람들로 구분됨을 보게 됩니다. 로렌스 피시번이 연기한 치버 박사는 후자 쪽에 속하는 인물입니다. 연인을 살리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백신을 센터의 청소부 아들에게 투약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그의 행동에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거짓 정보 제공자로 그려진 블로그는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블로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만 그려져, 열심히 자신의 글을 쓰고 있는 많은 선의의 블로거들까지 부정적으로 인식될까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특히 영화 블로그와 같이 취미 생활 블로거가 아니라 생업을 유지하려는 전업 블로거라면, 그 파장은 더 크리라 생각을 합니다. 블로거는 광고가 아니면 고수익 창출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광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글을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블로그에 광고 글을 게재할 때 스폰서(후원자)라는 빨간 알림을 표시해 광고성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을 알려줍니다. 광고를 위한 글에는 아무래도 과장되고 주관적인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많지요. 심지어는 거짓말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것이 문제가 되는 나쁜 글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주드 로’가 연기한 ‘앨런’이 바로 그런 부정적 블로거입니다. 그러나 선악의 강약 없이 다큐멘터리처럼 진행되는 이 영화 속에서 블로거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했다는 점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네요. 제 의견을 이야기하면 이 영화에는 앨런 외에, 앨런 같지 않은 정직한 블로거도 있다는 사실이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조금은 언급이 돼야 했다고 봅니다.
사실 제대로 된 블로거들을 구분하는 법은 불가능하다고 만은 보지 않습니다. 일반 블로거들은 확인된 정보를 주로 다루고 소문이라면 소문이라는 말을 명시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기를 통해 부정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블로그는 대중이 원하는 소식만을 특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도 사실인 양 위장을 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는 마치 거짓 선지자가 사람들이 원하는 달콤한 거짓 진실로 대중을 속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영화에서 앨런은 정부가 말하지 못하는 부분을 공격하여 사람들을 믿게 한 후 효능도 입증되지 않은 개나리꽃 액을 홍보하여 대중을 속여 부당 이득을 챙기려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데, 대부분의 정직한 블로거들은 이런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재앙에서 제외된 사람
다른 부류를 대표하는 캐릭터로는 처음 바이러스에 감염된 베스의 남편 토마스입니다. 그는 선천적으로 신종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토마스가 특별한 면역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가게 됩니다. 특별한 사람이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진실성에 더 접근하게 됨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새로 개발된 백신이 죽은 신종 바이러스를 투입해 면역력을 높이는 설정이기에 ‘면역’이란 주제가 이어지게 됩니다. 이 특별한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한발 뒤를 물러나 있는 듯 보이지만, 그들도 가족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로 이 재앙과 무관할 수 없음을 보여 줍니다.
일반 대중
영화에서 대중은 바이러스로부터 노출되어 무방비 상태로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특정 인물을 내세우기보다는 다수로 그려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바이러스의 공포에 시달리면서 정부를 대책을 기다리는 데, 이 와중에 거짓 정보 제공자들에 잘못된 사실을 듣게 되고 혼란을 겪게 됩니다. 글을 쓰는 저와 같이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하게 되는데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을 하지만, 대책이나 해결에는 아무런 영향력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로 그려지게 됩니다. 바이러스 정체도 알지 못하며 막연한 공포에 시달리면서, 잘못된 정보에 흔들리기까지 합니다. 현실에서는 우리는 바른 정치인을 뽑아야 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재난 상황에서도 우리의 선택은 중요한 것으로 그려진 듯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바이러스의 기원을 다루게 되고. 인간들의 무분별한 난 개발 때문에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여 주며 일종의 경고를 하게 됩니다. 영화를 보다 보니 질병의 원인보다는 우리 사회가 이처럼 바이러스의 재앙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에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SF와 바이러스에 흥미를 느끼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고, 바이러스의 공포만은 충분히 실감하고 나온 영화였다고 말하고 싶네요. 다만, 배우들의 강하고 초인적인 연기보다는 실제 보통 사람들처럼 정제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 참작해 감상해 주셔야 할 듯합니다.
감 독 -스티븐 소더버그 스토리 -스콧 Z. 번스 출 연 -마리옹 꼬띠아르, 맷 데이먼, 로렌스 피쉬번,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 케이트 윈슬렛, 존 호키스, 황경환 외 음 악 -클리프 마르티네즈 편 집 -스티븐 미리온 촬 영 -스티븐 소더버그 제작비 -6천만 불 글_유상훈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