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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 화면에 공기가 통하게 하라

작성일 2012-03-08

 

레오나르도 다 빈치, 화면에 공기가 통하게 하라

 

15세기, 세상의 중심이 신의 세계에서 인간세계로 바뀌자 사람들은 현실세계에 커다란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휴머니즘)와 현실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발견들로 이어졌고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미술이 만들어졌다. 1427년 마사초가 새로운 사실주의 미술의 문을 연 이후 르네상스 미술가들은 투시 원근법(Perspective)을 그림에 적용하여 그림의 구체성을 한층 강화시켰다. 마사초의 뒤를 이어 만테냐, 보티첼리, 기를란다요 등 15세기의 쟁쟁한 미술가들은 시점의 다양화, 색채명암법, 동적인 움직임 등을 통해 더욱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였다. 묘사는 더 정교해졌고 인물들의 움직임은 더욱 부드러워졌다.

 

정밀묘사에 만족하지 않았던 다빈치

15세기 르네상스 미술가들의 실력은 정말 놀라웠다. 그들의 놀라운 묘사력은 사진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원하는 모든 장면을 척척 그려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성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화가가 있었다. 그는 인류 최고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h 1452-1519)였다. 다 빈치는 선배 르네상스 화가들이 정말 대단한 미술의 업적을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그림들에서는 2% 부족한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 빈치가 주목한 것은 공기였다. 15세기 르네상스 미술가들의 꿈은 현실을 화면에 단순히 재현(representation)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꿈은 화면공간을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세계로 만드는 일이었다.

 

사실주의로의 한 단계 도약 - 최후의 만찬

다 빈치의 대표작 <최후의 만찬 The Last Supper>이다. 예수가 사랑하는 제자들과 지상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면서 찔리는(?) 소리를 한다. 그는 “너희 중 하나가 나를 배신하리라…. 사람의 아들은 성서에 기록된 대로 죽음의 길로 가겠지만, 그는 차라리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을 뻔했다”라고 말한다. 예수의 말이 부담되었는지 제자들은 서로 수군거리며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느라 어수선하다. 예수의 그 말에 특히 마음이 찔리는 유다는 뒤로 움찔하며 물러나고 있다(왼편 다섯 번째 돈주머니를 들고 있는 사람이 유다다). 아마 등에는 땀이 흥건히 고였을 것이다.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는 이전의 그림에서는 부족했던 2%의 무엇인가가 있다. 공기이다. 다 빈치는 원근법과 해부학을 바탕으로 한 초기 르네상스 미술이 대단한 업적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한 사실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뭔가 부족한 것이 있음을 발견했다. 다 빈치는 완벽한 사실주의를 실현하려면 화면에도 공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 1495-97, 레오나르도 다빈치(Vinci, Leonard da), 460× 880㎝,

회벽에 유채와 템페라, 산타마리아 델라 그라치에 성당, 이탈리아

 

수백 번 문질러 표현하는 ‘스푸마토’

사실주의를 향한 수단으로 공기를 그려 넣으려 한 다 빈치의 결정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어떻게 그림 안에 공기를 그려 넣을 수가 있단 말인가? 입으로 “호호” 하며 공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 다 빈치의 천재성이 있다. 다 빈치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그의 그림에는 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 빈치는 현실에는 선이 존재하지 않는데 화가들이 관념적으로 선을 그려 넣었다고 생각했다. 다 빈치는 선을 그리는 대신 물체와 물체의 경계 부근을 붓으로 엷게 수십, 수백 차례를 문질러 칠했다. 물체와 물체 사이의 공기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다 빈치는 세밀한 붓질로 물체의 윤곽을 뿌옇게 처리하였는데, 이것을 이탈리아 말로 ‘스푸마토(Sfumato)’라고 불렀다. 과학자였던 다 빈치는 공기 속에서 물체를 보면 수분과 먼지 때문에 멀리 있는 물체의 윤곽선이 흐릿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이 원리를 자신의 작품에 적용하고는 이것을 스푸마토라고 불렀다. 스푸마토란 ‘연기와 같이 (사라지다)’라는 이탈리아 말로 연기와 같이 물체의 윤곽선을 부드럽게 문질러 흐릿하게 표현하는 기법을 말한다. 굴뚝을 통해 나온 연기는 얼마 후 공기 속으로 퍼져 나가면서 연기와 공기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이 원리가 바로 스푸마토의 핵심이다. 윤곽을 흐릿하게 만드는 스푸마토 기법은 실제 같은 거리감 뿐 아니라 화면 전체에 심오한 깊이를 더해주는 효과를 낳았는데, 스푸마토가 공기를 표현하는 기법이라 하여 공기원근법이라 한다. 진정한 서양의 사실주의 미술은 다 빈치의 이 <최후의 만찬>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정도로 이 그림은 중요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르네상스의 대천재 다 빈치는 늘 "미술은 단순한 육체노동이 아니라 과학이다"라고 주장했다. 미술가는 품위 있는 정신노동자라고 굳게 믿었지만, 당시의 사회적 인습은 그렇지가 못했다. 사람들은 미술가를 솜씨 좋은 기능인 이상으로는 취급하지 않았다. 다 빈치는 사람들의 그러한 의식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미술이 과학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공기원근법을 비롯해 해부학, 원근법, 색채학, 역학 등을 열심히 연구하였다. 다 빈치는 르네상스 미술의 수준을 한 차원 높여놓았다. 그 결과 16세기의 르네상스 미술은 단순한 손재주로만 접근할 수가 없는 분야가 되었다.

 

글 / 박우찬 경기도 미술관 학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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