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이 찾은 밀레 만종의 숨겨진 비밀
201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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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선이 찾은 밀레 만종의 숨겨진 비밀
만종(晩鐘, L'Angelus) 1857-59,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coi Millet), 캔버스에 유채, 55.5×66㎝, 오르세 미술관, 프랑스 파리 농사일하던 두 사람이 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서 조용히 기도를 올립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교회 종소리에 두 손을 모으고 감사 기도를 드리는 농부와 그 아내의 모습은 아름다운 서정미를 느끼게 합니다. 이 그림은 서양화 중에서 한국 사람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 중 하나인 밀레의 ‘만종’입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친숙한 밀레는 프랑스의 농부를 가장 프랑스답게 표현한 화가로 유명합니다. 프랑스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작가이고, 평론가들은 살바도르 달리가 밀레의 작품을 ‘숭배’했다고 묘사할 정도입니다. 밀레는 당시의 비참한 농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싶어 했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이 농부의 아들이고,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프랑스는 1840년대의 대기근과 1857년에서 1858년까지 이어진 2년간의 경제공황 탓에 도심 노동자와 농민들의 삶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이런 고달픈 농민들의 삶은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과 같은 그림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기도하는 모습인가, 장례식 장면인가
많은 사람은 밀레의 ‘만종’이 종교적 경건함과 감사함을 나타냈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후에 치는 종소리’라는 뜻의 제목과 그림 속 인물들의 행동도 그런 의미를 더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건하고 아름다운 의미를 담고 있던 만종은 뜻밖의 사고 때문에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 시작했습니다.
1932년 만종을 관람하던 한 정신이상자가 갑자기 칼로 그림을 찢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미술관에서는 그림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한 복원작업을 계획하고 그림의 훼손 전 상태를 알기 위해 X선 촬영을 시도했습니다. 어떤 물체에 X선을 비추면 발생하는 형광에너지는 물체 고유의 특성을 반영합니다. 발생한 형광에너지를 분석하고 사전에 측정한 표준시료와 비교하면 물체의 정성적인 특징을 구별해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맨눈으로 구분하기 어렵거나 보이지 않는 차이도 분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원리를 미술작품에 적용하면, 물감의 화학성분을 조사해 변색이 되기 전 색을 맞출 수도 있고, 같은 색이더라도 다른 물감을 사용한 흔적을 알 수도 있습니다. 밀레의 만종은 X선 촬영한 결과, 감자바구니로 칠해진 부분 아래에 관으로 추정되는 작은 나무상자가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것이 논란이 돼, 밀레의 그림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감상평이 나왔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 전 ‘만종’은 종교적 경건함과 감사함을 나타내는 평화로운 분위기로 평가되었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자 피폐한 농촌의 현실을 전하기 위한 그림으로 재해석되기 시작했습니다. X선 촬영결과에 힘입어 “밀레는 처음부터 아기를 묻는 모습을 그리려 했지만, 제작과정에서 수정한 것이다.”라는 의견이 제기된 것입니다. 당시 밀레는 사회주의자로 오해받으면서까지 피폐한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담으려 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밀레가 장례식장면을 그리려 했지만, 사회적 반향을 고려해 감자바구니로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나무관 하나만으로는 그림 전체에 대한 해석을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해석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아기를 묻는 곳이 밭이라는 점과 그려진 도구들이 장례식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두 가지 의견 중 한 가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여전히 과학 기술은 손상된 그림의 복원이나 그림의 진위를 밝혀내는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관찰과 논리적인 과정을 중시하는 과학기술이 감성을 표현하는 예술작품의 감상과 해석에 도움을 주는 것이지요.
과학은 객관적이어서 때론 차갑고 냉정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따뜻하고 감성적인 예술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만종의 경우처럼 과학기술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해석이나 숨겨진 사실들을 밝혀주면서 다양한 감상이 가능하도록 돕기도 합니다.
과학과 예술은 똑같이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고 기존의 성과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과학은 논리를 바탕으로 우리 삶의 질을 향상하고, 예술은 감성을 바탕으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다를 뿐인 것 같습니다. 글_김상호 과학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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