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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산업 시대의 개막, 뉴스페이스

작성일 2023-12-08
  ┃ 우리는 왜 우주로 가야 하는가?   “Spreading out into space will completely change the future of humanity. It may also determine whether we have any future at all” - Stephen Hawking ("우주로 나가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완전히 바꿀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미래는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  

(Source : Nature, 스티븐 호킹)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세계적인 천문학자 스티븐 호킹이 지난 2017년 노르웨이 트론헤임에서 열린 스타머스(Starmus) 과학 컨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호킹의 이 발언은 우주로 뻗어나갈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우주로 나아가지 못했을 경우에 대한 경고의 메세지 또한 담고 있다. 그의 경고에 대한 근거는 명확하다. 기후 변화, 전염병, 인구 증가 등. 현재 지구는 굉장히 많은 영역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호킹은 이것에 대한 해결책이 지구 밖에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Source : NASA, 아르테미스 1호)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2년, 미 항공우주국(NASA)은 달에 전초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아르테미스 1호’를 발사하였고, 몇 달 뒤 인도는 ‘찬드라얀 3호’를 달의 남극에 보내 인간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또한 인류의 달 진출을 돕고자 아르테미스 협정에 참여하였고, 달 궤도선 다누리를 보내 달 구석구석을 탐사하고 있다. 호킹의 경고가 많은 과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우주로 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우주의 극한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영역에 대한 탐색 만을 목표로 하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이러한 새로운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마침 세계 곳곳에서는 그 혁신의 씨앗이 조금씩 싹을 틔우기 시작하고 있다.   ┃ 우주 산업의 지각 변동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약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효율성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물건을 개발하고 상용화 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처음 물건을 개발할 때는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고품질의 샘플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하지만 상품의 개발이 완료되면, 대량생산이나 원가절감과 같은 효율성을 필연적으로 따지게 된다. 우주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우주에 나갈 때는 일단 저곳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하지만 지구 밖으로 나가는 것이 빈번해 질수록 우리는 효율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Source : SpaceX, Crew Dragon Capsule 발사 장면)

  우주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이다. ‘빠른 기술 혁신’과 ‘시장성을 고려한 운영’. 하지만 전통적인, 국가 주도의 우주 산업 방식으로는 이 두 가지 요소를 보장하기 힘들다. 그래서 2002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SpaceX)를 필두로 하여 본격적으로 민간 기업의 우주 산업 진출이 시작되었다. 바야흐로 ‘대 우주시대’의 막이 열린 것이고, 우리는 이를 다른 말로 ‘뉴스페이스 시대’라 부른다. 민간 기업의 우주 산업 진출은, 그동안의 우주 탐사에 완전히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Blue Origin),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과 같은 민간 우주 기업은 미지의 영역인 우주를 어떻게 산업화 할 것인지 끊임 없이 고민한 결과, 아주 혁신적인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같은 다양한 변화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띠는 것은 ‘재사용 로켓’과 ‘우주 관광’이다.     ┃ 로켓도 다시 쓴다, 재사용 로켓  

(Source : Washington Post, SpaceX의 초대형 우주발사체 ‘스타쉽’이 비행 4분만에 폭발하는 장면)

  “돈을 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을 아끼는 것”이라는 말처럼, 우주 산업화를 통해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약하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하다. 우주로 나가는 비용을 절약할 수단은 아주 다양하지만,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로켓 발사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로켓은 전통적으로 항상 일회용 제품이었다. 발사된 로켓은 공중에서 파괴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고, 매번 로켓을 쏠 때마다 새로운 로켓을 만들어야 하니, 한 번의 발사에 수천만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드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쏘아올린 로켓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아이디어에 가장 먼저 도전한 것은 미항공우주국(NASA)도 아니고, 유럽우주국(ESA)도 아닌, 민간 기업인 스페이스X였다. 과학자들이 로켓 재사용의 어려움을 설명하는데 많이 드는 비유가 있다. “빌딩 옥상에서 샤프심을 떨어트려 바닥에 세우는 것”이다. 그냥 샤프심을 세우기도 힘든데, 빌딩에서 떨어트린다니. 정말 불가능한 임무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나쁘지 않은 비유다. 로켓 재사용을 위해서는 수직 착륙을 위한 고도 제어, 방향 제어, 정밀 추진 제어 등 다양한 시스템이 필요하고, 대기권에 수차례 진입할 수 있도록 고온과 고압을 견딜 수 있는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로켓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에 즉각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장비 등 준비해야 할 사항이 태산이다. 하지만 2015년, 스페이스X는 이 ‘샤프심 세우기 미션’을 성공했다. 인류 최초로 로켓 부스터 재사용에 성공한 것이다. 이것은 과학, 기술적으로도 엄청난 도약이지만, 무엇보다 우주로의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높혔다는 점이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기존 미항공우주국 우주왕복선 1회 발사 비용은 약 1조5000억 원 정도였는데, 현재 스페이스X의 팰컨9(Falcon9)은 약 690억 원 정도로 많이 저렴해졌다. 로켓 발사 비용이 3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으니, 비유하자면 서울-제주도 비행기 값(5~6만원) 정도 되던 로켓 발사가 지하철(2천원) 정도의 가격으로 줄어, 그 접근성이 매우 커졌다고 할 수 있다.   ┃ 우주로 떠나는 관광, 우주여행  

(Source : NASA, 인공위성 궤도에서 지구를 바라본 모습)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변화로 ‘우주 관광’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우주 관광’이라고 하면 달이나 다른 행성으로 떠나는 여행을 생각하겠지만,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우주 관광은 조금 다른 형태이다. 지상으로부터 100~500km 상공으로 올라가 지구를 관망하는 여행이 우주 관광 산업의 첫 걸음이 되고 있다. 인공 위성이 떠있는 구간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실제 모습을 보면, 비행기에서 보던 지구와는 사뭇 다른 찬란한 광경을 확인할 수 있다. 발 아래로 깔리는 구름의 움직임, 우주와 지구의 경계에서 푸르게 빛나는 대기권의 모습, 운이 좋다면 대기권 밖에서 오로라를 관찰하게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길에 진행되는 무중력 상태 간접 체험 또한 아주 인상 깊은 경험이 될 듯하다. 참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이와 같은 우주 관광 산업은 ‘상업용 우주비행’이라고 불리며, 잠시 다녀오는 90분 코스부터 일주일 이상 지구 궤도를 도는 코스까지 다양한 플랜이 준비되어 있다. 아직은 비용이 수십억 원 이상으로 아주 비싸지만, 빠르면 10년 이내에 상용화될 수도 있다고 하니 기대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인류는 불과 5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주를 신의 영역으로 여겼었다. 인류의 역사가 500페이지짜리 두꺼운 전공 서적이라면, 우주가 공허한 공간임을 깨달은 것은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한 글자 정도에 해당한다. 그랬던 우리 인류는 이제 저 공허한 공간을 터전으로 삼고자 한다. 우주는 더 이상 탐험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의 새로운 집이자 사업의 무대이다. 물론, 우주 산업의 발전과 민간 기업의 우주 진출에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제는 우리 인류가 항상 그래 왔듯 금새 별 것 아니게 될 것이다. 뉴 스페이스는 우리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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