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2년 ③]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성찰

일본은 3·11 대지진 당시 지상으로 지상으로 밀려든 대규모 쓰나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2차 피해를 입었다.
전원 공급이 중단되자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원전의 가동이 중지되면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그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인들뿐 아니라 과학자들에게도 잊지 못할 충격을 주었고, 그로인해 과학기술, 자연,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은 성찰의 계기가 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성찰
지진해일로 피해를 입은 센다이 시의 모습. 미국 해군 헬기가 촬영. ⓒ U.S. Navy
사건이 발생한지 2년이 지났지만, 원전 재앙의 공포는 여전히 일본 열도를 휘감고 있다.
2013년 3월 현재 후쿠시마의 시간당 방사선측정량은 0.45마이크로시버트(μ㏜)로, 서울의 3배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인근 주민의 암 발병률을 상승시켰다는 리포트를 발표했고, 현지 주민조차 재해 전 상황으로 복귀되기까지는 최소 20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80%에 육박한다.
특히 일본의 다른 쓰나미 피해지역은 2년이 지난 지금 어느 정도 복구를 해 가고 있지만 후쿠시마현은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페기물조차 수거해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쓰레기가 방사성물질에 오염됐기 때문이다.아직도 사고수습이 되지 못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는 하루에 500톤 가량에 이르고, 그간 처리하지 못하고 물탱크에 보관하고 있는 양이 24만 톤이 넘는다.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1호기 폭발 전후 상태 비교 ⓒ Nesnad
일본의 내진설계
지진이 많은 일본은 전체 해안의 절반에 가까운 길이만큼 방파제를 세우고, 해안마다 숲을 만드는 등 그 어느 나라보다 지진해일(쓰나미)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하지만 지난번 대지진 당시 발생한 지진해일에는 이런 시스템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센다이 시를 비롯한 일본 각 지역은 그동안 규모 8.0 지진을 대비해 내진 설계를 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은 지난 번 대지진과 같은 규모 9.0 지진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규모 9.0 이상의 지진은 1000년에 1번 꼴로 발생하는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유지하는 데는 현재보다 수십 배나 많은 비용이 든다는 어려움이 있다.
내진 설계란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의 내구성을 말한다. 지진이 일어나면 상하진동보다 좌우진동이 일어나는데, 이런 수평진동을 견디게 건축물 내부의 가로축을 튼튼하게 만들어 건축물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내 원전 안전강화 어떻게
지진과 쓰나미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면서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시스템에도 관심이 쏠렸다.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원전, 발전소, 항공, 항만 등 작은 지진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곳 만큼은 못지않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 2달 후 정부는 지진, 해일 등으로부터 자연재해에 따른 원전 사고 발생 가능성 및 대처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국내 전체 원전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예상치 못한 정전사태에서도 전기가 공급되도록 보강했다.고리 1, 2발전소의 경우 지진 해일에 대비해 총 길이 2.1㎞에 달하는 콘크리트 방벽을 10m 높이로 쌓으며, 지진 자동정지설비 설치와 이동형 발전차량 확보 등 주요 중장기 개선대책 등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또한 대부분의 국내 원전들은 리히터 규모 6.5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고리원자력발전소. 1978년 4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 사이언스올
일부 원자력 발전소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급증하는 에너지 소비를 감당하고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위해서는 원자력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전 안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현재 인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원자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성적으로 후쿠시마 사태를 분석해 미래 지진해일에 대한 과학적이고 공학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방사능 감지하기
일본 대지진 당시 정부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한반도까지 방사성물질이 날아오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고 11일 뒤인 3월 23일 강원도를 시작으로 전국 12개의 방사능측정소에서 미량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우리나라는 국내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물질의 이동 경로는 예측할 수 있었지만 중국이나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 위치한 원자력 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오염 물질의 확산 경로를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없었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의 이동 경로를 예측한 지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고 발생 당일, 5일 후, 10일 후, 15일 후, 20일 후, 23일 후의 방사성 물질 이동 경로를 표시했다.
보라색이나 검은색에 가까울수록 방사성 물질 농도가 높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그로부터 2년이 지난 3월 11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환경안전연구부는 1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이 대기와 해양으로 누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인간과 환경에 영향을 미칠 피폭선량을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대기 방사선 피폭해석 평가 시스템LADAS(Long-range Accident Dose AssessmentSystem)과 해양 방사선 평가 시스템 LORAS(Long-range Oceanic Radiological Assessment System)이다. LADAS는 대기에 떠다니는 방사성물질로 인해 인체가 받는 방사선 피폭량을 예측할 수 있으며, LORAS는 해양으로 퍼져가는 오염 물질의 이동 경로를 알아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기상청과 미국 해양대기국(NOAA)으로부터 각각 기상자료와 해류자료를 수집해 설계된다.
LADAS와 LORAS는 인접 국가의 원자력 시설 정보는 물론,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과 섭취 음식물, 지역별 인구밀도 등 사회적 특성까지 고려해 독자 기술로 구축한 대기·해양 방사선 평가 체계다.
우리나라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방사선 방재대책 기술 지원 시스템 ‘아톰케어(Atom CARE)’를 운영하고 있으나 국내 원전 사고에 한해서만 방사선 평가가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어 해외의 원전 사고 시에는 미국 등 외국 제공 자료에 의존해왔다.
이 시스템은 방사능 뿐 아니라 백두산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 독성 가스 유출, 유조선 기름유출과 같은 사고 발생 시 화산재, 가스, 유류물질이 우리나라 대기와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시험가동됐고, 결과 실제상황과 80% 이상 일치했다.
윤수영 사이언스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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