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운석 낙하 ④] 지구방위대, 소행성 충돌 막아낼 수 있을까

지난 15일 아침 느닷없이 러시아 시베리아 첼랴빈스크 지역 상공을 뒤흔든 유성체로 인해 덩달아 지구 근처를 떠도는 이른바 지구 근접 천체(Near Earth Objects, NEO)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다름 아닌 NEO의 위험성 때문이다.
사실 우주 공간에서 이리저리 떠돌고 있는 작은 유성체가 지구 중력에 이끌려 대기와 부딪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대부분 지표면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대기 중에서 타버리기 때문에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그런데 지름 50m의 아주 작은 소행성일지라도 도시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을 법한 파괴력을 가진 것이 유성이다. 만일 유성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 떨어졌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유엔, 충돌 대비 지구방위대 창설
이날 이후 유엔은 즉각적으로 지구방위대를 창설했다. 지구방위대에는 위협적인 소행성이 감시망에 포착되면 우주선을 띄워 분석한 뒤, 비켜가게 하거나 파괴하는, 영화 속에서나 볼 법했던 임무를 현실화했다.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이나 혜성의 접근을 감시하고, 방어하며, 대피 경보를 내리는 3가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역학적 충돌이다. 무인우주선으로 소행성을 때려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이미 나사가 혜성에 시험 충격을 한 바 있고, 1m오차로 정확하게 충격시키면 소행성 궤도를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다.
다음은 중력을 이용한 방식이다. 이미 유럽우주기구(ESA:European Space Agency)이 고안한 ‘돈키호테’ 방식과 같은 것으로 속도가 빠른 우주선이 지구와 충돌하려는 소행성을 뒤쪽에서 따라 잡아 우주선의 동력으로 그 궤도를 바꾸는 방식이다.
이도 저도 안 될 경우 핵폭탄 투하 방안도 고려되고 있지만, 충돌로 인해 수 많은 파편들이 만들어질 수 있어 최후의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구를 위협하는 NEO란?
지구와 비슷한 궤도로 운동하는 천체들은 거의 대부분 지구방위대의 관찰대상이 된다. 아주 가깝게는 지구와 달 사이를 지나는 천체부터, 멀리는 지구와 태양 거리의 2배(2AU)나 되는 천체는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NASA는 지금까지 관측된 지구 근접 천체(NEO, Near Earth Objects)들 중에서 지구에 0.05 천문단위 이내까지 접근하고 그 직경이 150m를 넘는 천체(약 1400여개)에 한해 잠재적 위험 천체(Potentially Harzardous Object)로 분류해 특별 관리 중이다.
NEO란 지구에 매우 가까운 거리까지 근접하는 천체로서, 지구와 가장 가깝게 접근했을 때의 거리가 0.3 천문단위(AU) 이내인 천체를 NEO로 분류한다. 세부적으로는 지구접근유성체(Near Earth Meteoroids), 지구접근소행성(Near Earth Asteroids), 지구접근혜성(Near Earth Comets)으로 구분하며 대개 태양 주변을 공전하며 태양으로부터 0.9 ~ 1.3 AU 정도의 거리에 있는 천체들이다.
1980년부터 2012년 12월까지. NASA가 발견한 소행성 누적총계.
2000년 이후에 누적 총계가 급격히 늘어났다. ⓒ NASA
NASA의 공개한 통계자료를 보면 ‘지구에 위협이 될 만큼 크고 가까이에 있는 지구 근접 암석의 수는 100만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해마다 새로 발견되는 소행성의 수도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소행성 충돌의 영향
지름 50m의 아주 작은 소행성일지라도 지구에 떨어지면 대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지구 근접 천체를 추적 관찰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충돌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충격파, 해일, 대기 중으로의 물질 유입, 전자기적 변화 등 다양하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은 전 지구적 위협 요인이 되고 있으며,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방치할 경우 재산과 인명피해는 물론 인류 생태계 존속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먼저 충격파. 소행성이 지구 대기권에 들어올 때 진입속도는 약 15 km/초∼30 km/초다. 혜성은 75 km/초에 달한다. 지구 자전속도가 초속 0.447km인 것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빠른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소행성(또는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경우, 대기권 진입과 동시에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된다. 그 결과, 천체와 주변 대기는 고온으로 가열되며, 스스로 파괴되거나 고체상태의 가스가 포함될 경우 기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이들이 공중 폭발을 일으킬 경우 순간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되며, 이것은 압력의 급격한 변화를 동반, 강력한 폭풍이 일어난다. 이처럼 공중 폭발에 의한 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력하며, 핵폭발에 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로 1908년 6월 30일 오전 7시. 러시아 시베리아 크라스 노야르스크 지방의 퉁구스카 유역 10km 상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공중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 당시 발생한 충격파 때문에 주변 삼림은 광범위하게 파괴됐으며, 무려 2000평방km에 걸친 지역이 초토화됐다. 그 위력은 히로시마 원폭의 750~1000배에 달했으며 당시 한밤중이던 런던과 스톡홀름에서는 이 폭발의 섬광으로 신문의 작은 글씨까지 읽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쓰나미에 의한 피해도 만만치 않다. 지구 표면의 3분의 2는 바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소행성(또는 혜성)이 충돌할 경우 바다에 떨어질 확률이 더 높다. 소행성이 바다에 떨어질 경우 해저지진과 해저 산사태를 동반하는데 쓰나미, 해저지진, 그리고 해저 산사태는 충돌지점으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까지 전파되면서 파괴력은 말 그대로 상상을 뛰어넘는다.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 사태중 타이아오낭에 밀어닥친 쓰나미 ⓒ David Rydevik
한 연구에 따르면 쓰나미의 속도는 비행기의 속도에 견줄 수 있는데, 대서양에 지름 400m급 천체가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인접해안에는 높이 10m이상의 쓰나미가 발생하며, 그 속도는 사람의 노력으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다음은 충돌로 인해 대기 중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화학반응이다. 충돌로 인해 순간적인 고온이 발생하면 대기 중에는 질소, 산소가 연소되어 각종 질산화물이 생성된다. 이들 질산화물은 산성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태양 자외선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해주던 오존층을 파괴시킨다.
마지막으로 전자기 교란이다. 일년에 열 번 가량 발생하는 소규모 소행성에 의한 폭발로도 전파통신 교란은 일어난다. 이 전자기 교란은 일시적으로 전력공급 중단사태를 빚기도 하는데, 만일 이보다 규모가 큰 소행성이 충돌할 경우 각종 전기 장비와 관련 시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지구촌은 그간 나름대로 소행성 등의 습격에 대비해 왔다. 주로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이나 혜성의 위치와 궤도를 추적감시하는 연구와 조사, 분석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2001년 NASA는 탐사선 `슈메이커호`를 소행성 `에로스`에 착륙시키기도 했다. 소행성에 인간이 만든 폭발물을 내려놓을 수 있는 기반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2005년부터는 소행성 표면을 판 뒤 폭발물을 심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2000년 초 한국천문연구원이 지구접근천체 및 인공위성 감시연구(NEOPAT; Near-Earth Object PATrol)에 착수했으며, 소백산천문대, 보현산천문대 등에서 NEO 추적 관측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현재 완벽하게 실현되고 있지는 않는다. 현재 과학기술로 궤도 추적이 가능한 소행성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니 말이다. 러시아에 운석이 떨어진 바로 그날, 사실 대부분의 우주과학자들은 지름 45m로 지구를 2만7천km 사이에 두고 간발의 차이로 비켜간 ‘2012DA14’라는 이름의 소행성에 주목했던 것을 보면 그 어려움을 잘 알 수 있다.
윤수영 사이언스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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