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국제우주정거장) 숨은 에피소드

ISS(국제우주정거장) 숨은 에피소드
국제우주정거장 전경 ⓒ 위키피디아
현재 존재하는 사실상 유일한 우주정거장인 ISS, 도대체 어떤 시설일까.
우선 ISS의 개요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지난 1998년부터 미국, 러시아, 일본, 캐나다 등 전세계 16개국 우주기구가 협동으로 우주공간에 건조하기 시작한 연구용 우주정거장이다. 냉전기간 동안은 미국과 소련은 상호 협력 없이 독자적으로 우주개발에 매달렸지만 여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가 냉전구도가 종식되고 소련이 붕괴되면서 국제 협력을 통한 우주개발의 필요성과 여건이 성숙되었다. ISS는 현재도 계속 공사 중이며 ISS 프로그램은 2017년에 종료될 예정인데, 그 때까지 들어가는 총 예산은 미화로 1,570억 달러라고 한다. 인류역사상 최대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인 셈이다.
ISS의 고도는 약 350km. “와~ 높다.” 하시겠지만 사실 이 정도도 아직 지구 중력권이다. 즉 해발고도에서 받는 중력의 88%를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떠 있는 것일까? 그것은 ISS가 시속 28,000km라는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지구 주변을 날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영구적인 자유낙하 상태이다. 이 정도 속도로 날아가면 우주정거장 안은 고속으로 자유낙하 하는 항공기 안에서처럼 무중력 상태가 된다. 물이 든 양동이를 빠른 속도로 돌리면 양동이 속의 물이 쏟아지지 않는 원리와도 비슷하다.
시속 28,000km라면 지구 둘레를 불과 90분 만에 한 바퀴 돈다는 얘기다. 90분마다 한 번씩 해가 뜨고 지니 당연히 지구에서 썼던 일출 시각이나 일몰 시각 같은 것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ISS 내부에서는 그리니치 표준시(한국 표준시보다 9시간이 느리다)를 표준 시각으로 쓰고 있으며 내부의 모든 스케줄도 여기에 맞춰진다. 하루에 16번이나 해가 뜨고 지므로 그리니치 표준시의 야간인 경우 우주정거장의 모든 창문을 닫고 취침을 한다. 이 때문에 다른 표준시에서 출발하는 우주선과의 도킹 시 그쪽 우주선의 취침 시간과 ISS의 취침시간을 사전에 상호 조율해야 할 필요가 있다.
ISS는 항상 우주선을 통해 정기적으로 보급을 받아야 한다. 보급품은 주로 우주비행사들의 식사와 의복, 기타 생활용품, 과학실험용 기자재 등이다. 그리고 ISS에서 발생한 각종 폐기물들을 실어가는 것도 우주선의 몫이다. 폐기물에는 음식 쓰레기, 대소변, 한 번 입은 옷(ISS에는 세탁시설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각종 실험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등이 있다. 이러한 폐기물들은 보급 우주선이 올 때까지 잘 포장해서 보관했다가 보급우주선에 넘겨주면, 지구 귀환시 대기권에 풀어놓아 마찰열로 자연 소각시킨다.
얼핏 생각하면 그냥 우주공간에 버려도 될 것 같은 이런 우주쓰레기를 다소 복잡한 절차로 버리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시속 28,000km로 날아다니는 ISS에게는 조그마한 못이나 클립 같은 물건도 ISS의 구조물에 구멍을 뚫어버리는 엄청난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ISS의 외피는 이러한 작은 물체(지름 2cm 이하)로부터 구조물을 지키도록 처리되어 있지만, 완벽한 방호는 불가능하다.
ISS 내부의 기압은 지구의 해발기압과 똑같은 101.3kPa로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선내에서 발생하는 열은 열교환기를 사용해 우주로 뽑아내고 있다. 열교환기의 원리는 ISS 실내공기의 열을 물을 통해 흡수한 후, 이 물의 열을 암모니아를 통해 흡수, 우주로 방열한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물은 우주공간에서 그대로 얼어버리기 때문에 물만 사용했다가는 자칫 열 교환기의 물파이프가 얼어서 파열할 것이고, 암모니아는 물보다 어는점이 훨씬 낮아 우주에서도 파이프가 터질 걱정은 없지만 대신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ISS 밖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장치 덕분에 ISS의 내부온도는 적절하게 유지되며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작업복 한 장만 걸치고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다.
올해로 벌써 운용 10주년을 맞는 ISS인 만치 그 동안 재미있는 일도 몇 번 있었는데, 2001년 4월 28일 미국인 사업가이자 갑부인 데니스 티토(그것도 당시 61세의 고령!)가 ISS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오늘날까지 총 5명의 우주관광객이 ISS를 다녀갔다.
이들 우주관광객은 문자 그대로 순수한 관광객으로서, 자기 돈 내고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아가며 ISS에 와서 어떤 공식적 임무도 부여받지 않고 놀다 간다. ISS를 한 번 여행하기 위한 비용은 미화로 2,500만 달러(한화로 250억 원)에 달한다고 하니, 이 글을 보는 분 중에 혹시 돈이 아주 많으신 분이 있다면 한 번 시도해 보실 만도?
그리고 2003년 8월 10일에는 러시아 우주비행사 유리 말렌첸코가 텍사스 우주기지에 온 신부 에카테리나 드미트리에바와 무선을 통해 인류 최초로 우주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2006년 11월 22일에는 ISS 외부에서 우주비행사 미하일 튜린이 골프를 치는 묘기를 보이기도 했다. 우주비행중 골프를 친 퍼포먼스는 1971년 달에 간 아폴로 14호에서 앨런 세퍼드가 골프를 친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 동안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하기도 했다. 특히 2003년 2월 1일 노화된 미국의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가 ISS 보급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중 추락해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는 참변도 있었다. 때문에 이렇게 비싸고(그 돈이면 다른 걸 하겠다!) 위험한 시설을 계속 운영해야 하냐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장차 달을 넘어 화성을 뻗어나갈 유인 우주개발계획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ISS의 존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 이동훈(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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