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성간 여행은 가능한가?

항성간 여행은 가능한가?
아직 어느 나라의 우주기구도 공식적으로 항성간 여행, 하다못해 화성보다 더 멀리 떨어진 태양계 행성에 사람을 보낼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뻔하다. 현재 인간의 기술로는 도저히 우주비행사가 살아있는 동안에 그런 먼별까지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일전에도 다룬 바 있지만 현재 쓰이는 로켓으로 태양계를 벗어나는 데만도 10여년은 족히 걸리는 판이고, 지구에서 태양 빼고 가장 가까운 항성이라는 센타우루스 자리 알파별도 지구로부터 무려 4.3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전진할 수 있는 거리이므로 약 9조 5천억 km. 따라서 4.3광년이라면 로켓으로 간다고 해도 자그마치 26,000년이 걸리는 거리이다. 무슨 수를 써서 우주비행사의 수명을 26,000년 이상으로 연장시키지 않는 한 현재의 우주비행기술로는 턱도 없다.
그래서 이번 글에는 현재 존재하는 기술의 한계는 일단 무시하고, 먼 우주의 유인 탐험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로 하겠다.
우선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 같은 데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동면 방법이 있다. 생명체가 동면하게 되면 신진대사가 극도로 줄어듦에 따라 산소 소비량도 최소가 되고 따라서 노화도 느리게 진행된다고 한다. 실제로 동면을 하는 동물들이 그렇지 않은 동물에 비해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동면 상태를 유지했다가 어떻게 깨어나게 할 것인가. 동면 상태로 있던 우주선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시킬 것인가. 동면 상태가 우주비행사의 노화를 얼마나 억제할 수 있을 것인가는 아직도 많은 연구를 해봐야 한다.
우주비행사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한계가 있다면 아예 대를 이은 우주여행도 생각해 봄직하다. 우주선이라기보다는 이동식 스페이스콜로니(우주 식민지)에 가까운 형태의 탈것을 만들어서 남녀성비를 맞춘 많은 우주비행사를 태운다. 우주 식민지도 식량과 물의 자급자족이 완전히 가능한 설계로 만들어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목표별까지 날아가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처음에 탔던 우주비행사들이 다 죽어 없어져도 신경 쓸 것이 없다. 그들의 후손들이 계속 임무를 속행할 것이니까!
다만 일전에도 밝혔듯이 인간은 폐쇄공간에 의외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생물이고, 바이오스피어2 실험이 실패한 것처럼 지속 가능한 인공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게다가 인구 조절에 실패한다거나, 콜로니 안의 불협화음 조절에 실패해서 분쟁이 생기고, 콜로니가 깨져버릴 정도로 싸운다면 그야말로 기댈 데 없는 망망대해 대우주에서 모두 죽어버릴 수도 있다.
미드 <스타트렉>에 나오는 엔터프라이즈호처럼
워프가 가능한 우주선을 만들지 않는 한, 항성간 여행은 요원한 꿈이다.
ⓒ 위키피디아
그렇다면 아주아주 빨리 날아갈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우주에서 빛보다 빨리 움직이는 물체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류의 기술수준이 발전되기에 따라서는 적어도 광속으로 움직이는 우주선까지는 만들 수도 있는 셈이다. 물론 광속 우주선을 만드는데 필요한 엔진이 아직 발명된 것도 아니고, 따라서 완성하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겠지만. 더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물체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면 질량이 무한대가 된다고 하니 말이다.
아무튼 광속 우주선을 만들면 아까 얘기했던 센타우루스자리 알파별까지 가는데 정확히 4년 4개월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광속으로 움직이는 우주선 내부에서는 시간 단축 효과가 일어난다. 우주선의 빛의 99.9%의 속도로 움직일 때 100만년을 항해해도 우주선 내부에서는 33년밖에 시간이 흐르지 않을 수도 있다. 승무원의 노화지연효과까지 거두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더욱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타키온우주선이라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다. 타키온이란 빛보다 더욱 빠른 가상의 물질이다(아직 발견된 적은 없다). 만약 타키온이 실제로 발견되어 그와 같은 속도를 낼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그 때는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의 우주를 탐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가 보는 우주는 사실 모두 과거의 우주이기 때문이다. 앞서도 말했듯 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이므로 지구에서 보이는 10광년 떨어진 별의 모습은 그 별의 10년 전 모습이고, 100광년 떨어진 별의 모습은 그 별의 100년전 모습이다. 타키온 우주선이 발명된다면 아무리 멀리 떨어진 별이라도 우주선이 발사되자마자 그 별에 깃발을 꽃고 있는 우주비행사의 모습을 지구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글: 이동훈(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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