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개발의 진기록들

우주 개발의 진기록들
우주에 제일 먼저 발사된 위성은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제일 먼저 우주에 다녀온 사람은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 제일 먼저 달에 간 사람은 미국의 닐 암스트롱……. 이 정도는 이미 상식의 차원을 넘어 어느 과학 교과서에도 다 실려 있을 만큼 ‘필수교양’이 된 느낌이다.
그런데, 사실 우주 개발의 역사를 가만 돌아보면 이것 말고도 흥미로운 기록들은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오늘은 그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우주에 가장 먼저 다녀온 사람인 유리 가가린에게는 또 다른 기록이 있는데, 바로 세계 최연소 우주비행사라는 기록이다. 1961년에 그가 첫 우주비행을 했을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만 27세였다. ‘그 정도가 최연소?’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원래 우주선을 직접 조종하는 조종비행사의 경우 충분한 제트기 조종 경력, 우주공간에서 여러 과학실험을 행하는 과학비행사의 경우 이공계통의 충분한 학력(실제 과학비행사 대부분은 박사 학위 소지자이다)이 우주비행사 선발의 필수요건이다.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로서는 이런 경력을 쌓기는 어렵다. NASA의 우주비행사의 경우 선발 시 평균연령이 34세 정도라고 한다.
그럼 반대로 가장 나이 많은 우주비행사는 어떤 사람일까? 답은 미국의 존 글렌이다. 1921년생인 그는 만 77세가 되던 해인 1998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해 우주를 비행함으로서, 세계 최고령 우주비행사가 되었다. 그는 1962년에 발사된 미국 우주선 프렌드쉽 7호의 승무원이기도 했다.
존 글렌은 최고령 우주비행사이다. ⓒ 위키피디아
우주에서 제일 오래 머무른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또 얼마나 오래 머물렀을까? 정답은 러시아 우주비행사 세르게이 크리칼리오프이다. 그는 11회의 우주비행을 했으며, 우주에서 무려 803일 9시간 39분(주로 국제우주정거장)을 머물렀다. 만 2년이 훨씬 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우주비행사인 이소연이 한국 최초로 우주에 나갔는데, 그럼 우주에 제일 먼저 나간 여자는 누구일까? 이 역시 소련 우주비행사이다. 소련 공군의 여성조종사 발렌티나 테레시코바는 1963년 보스토크 6호를 타고 우주를 비행함으로서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가 되었다. 그녀는 소련 공군에서 소장까지 지내다가 제대했으며, 얼마 전에는 7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스부르그에서 2008년 올림픽 성화 봉송주자로 뛰기도 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우주비행이라면 당연히 생각나는 이벤트 중에 하나가 우주유영인데, 우주유영은 누가 제일 먼저 했을까? 우주유영을 제일 먼저 한 사람 역시 소련 사람이다. 소련 우주비행사 알렉세이 레오노프는 1965년 3월 18일 보스호트 2호 선외에서 12분간 우주유영을 함으로서 인류 최초의 우주유영 기록을 세웠다. 우주유영을 가장 오래 한 사람 역시 소련 우주비행사인 아나톨리 솔로프예프로서 그는 총 16회 82시간 22분의 우주유영을 했다.
우주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동식물도 연구목적으로 많이 나갔다. 특히 본격적인 유인우주비행이 실시되기 전에 우주공간이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동물들이 우주선에 실려 발사되었다. 제일 먼저 우주에 나간 생물은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달리 파리였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직후 노획한 독일제 V-2 로켓에 파리와 옥수수를 실어 발사했다고 한다. 일반에도 잘 알려진 스푸트니크 2호의 라이카(개)는 엄밀히 말하자면 지구궤도비행을 한 최초의 생물이다. 하지만 스푸트니크 2호에는 아예 처음부터 라이카를 살려서 지구로 돌아오게 하는 생환 장치가 없었고, 라이카도 비행 중 폐쇄공간의 스트레스와 고열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말았다.
보이저 1호는 인간이 만든 우주선 가운데 가장 멀리까지 날아갔다.
ⓒ 위키피디아
그럼 인간이 만든 우주선 중에 제일 멀리까지 날아간 것은 어떤 것일까? 정답은 미국의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1호이다. 1977년 9월 5일 발사된 보이저 1호는 발사된 지 31년이 지난 2012년 2월 8일 현재 약 180억km를 비행했다. 이는 지구와 태양간 거리의 120배에 해당하며, 빛의 속도로도 무려 16시간 40분이 걸리는 거리이다.
이러한 진기록 중에는 좀 재미있는 것도 있는데, 1971년 미국의 우주비행사 앨런 쉐퍼드는 아폴로 14호에 탑승해서 달에 간 후에 가져간 골프채로 골프를 쳤다. 이로서 그는 우주공간에서 골프를 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또한 2003년 8월 10일에는 러시아 우주비행사 유리 말렌첸코가 텍사스 우주기지에 온 신부 예카테리나 드미트리예바와 무선을 통해 인류 최초로 우주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우주의 진기록 중에는 슬프고 고통스러운 내용도 있다. 이스라엘 최초의 우주비행사 일란 라몬은 2003년 2월 1일 미국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를 타고 지구 대기권에 재돌입하던 중 컬럼비아호가 공중분해 되면서 동료 승무원 전원과 함께 숨을 거두었다. 아랍제국은 이를 두고 이스라엘에 대한 알라의 심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암스트롱의 달 착륙으로 유명해진 아폴로 계획에서도 최초의 우주선인 아폴로 1호가 1967년 1월 27일 지상 훈련 중 고장으로 화재를 일으켜 소실되면서 탑승한 우주비행사 3명이 전원 사망했다. 우주선 자체가 화재 위험에 대비하지 못한 부실한 설계였는데 다가 설상가상으로 비상탈출구도 제대로 열리지 않아 벌어진 인재였다. 처음 우주에 나간 사람인 유리 가가린도 후일 훈련 중 항공기 사고로 사망했다.
우주개발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발전한 것이며 일견 거창해 보이는 ‘최초’, ‘최고’, ‘최대’라는 수식어 뒤에는 그만한 위험을 무릅쓴 사람들의 용기가 있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글: 이동훈(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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