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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나무 이야기 11] 중국 단풍

작성일 2013-09-13

단풍나무 못지 않게 고운 빛으로 물드는 중국 나무

- 중국단풍 Acer buergerianum Miq.

 

단풍나무 종류 가운데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로 중국에서 들어온 종류가 있습니다. 우리말 이름으로 중국단풍이라고 부르는 나무입니다. 외국에서 들어와 우리 땅에 자리 잡은 나무들에는 그처럼 나무의 고향을 넣어서 이름을 붙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당단풍나무도 중국에서 들어온 나무인데, 중국의 옛 이름 가운데 하나인 ‘당’을 붙인 것이고, 일본단풍은 일본에서, 네군도단풍은 미국 태평양 연안지역인 네군도 지역에서 들어온 단풍인 거죠.

중국단풍도 우리 단풍나무와 마찬가지로 가을 되면 잎사귀를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유난히 중국단풍을 많이 심어 키웁니다. 처음에 이 아파트 단지의 조경을 담당한 분을 지금 찾을 수 없으니, 왜 그렇게 많이 심었는지를 찾아가 물을 수야 없는 상황이지만, 아마도 중국단풍이 중부 지방의 기후에서 잘 자라는 특징을 가진 때문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중국 단풍 ⓒ 고규홍

중국단풍은 우리가 흔히 보았던 단풍나무와 다른 점이 많아서 흘긋 보아서는 단풍나무와 같은 종류에 속하는 나무인지 모를 수 있습니다. 우선 잎사귀부터 다르거든요. 단풍나무 잎사귀가 아가들 손가락처럼 깊이 갈라진 것과 달리, 중국단풍의 잎은 깊이 갈라지지 않았지요. 잎자루에서 밋밋하게 뻗어 나온 잎은 끝 부분에서 셋으로 갈라지기는 했지만, 그 갈라짐이 그리 깊지 않지요.

한 가지 눈에 띄는 또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이른바 수피(樹皮)라고 부르는 줄기의 표면 부분입니다. 단풍나무의 수피가 세로로 갈라지기는 했지만, 비교적 단정한 반면 중국단풍은 너덜거린다고 이야기해도 될 정도로 줄기의 껍질이 벗겨지는 특징을 보여줍니다. 평소에 단풍나무의 줄기 표면을 잘 보셨던 분이라면, 중국단풍의 별난 특징이 도드라지기 때문에 단풍나무와 친척 관계를 가지는 나무라고 보기 어려울 겁니다.

 중국 단풍의 줄기 표면 ⓒ 고규홍

그러나 그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단풍나무의 가까운 친척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꽃과 열매의 모습입니다. 꽃은 워낙 작아서 관찰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열매는 꽃 진 뒤에 오래 매달려 있기 때문에 누구나 살펴볼 수 있지요. 단풍나무 종류의 열매에는 모두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두 개의 씨앗이 붙어서 열리는 열매는 반드시 날개를 가지지요. 가운데 두개의 동그란 씨앗을 품고 마치 나방이 날개를 펼친 듯한 모습의 아주 독특한 열매입니다. 이 특별한 모양의 열매는 단풍나무 종류의 나무, 즉 단풍나무 당단풍 중국단풍은 물론이고, 신나무 고로쇠나무 시닥나무 복자기 등이 모두 똑같답니다.

가을에 중국단풍 잎에 드는 단풍 빛은 무척 곱습니다. 단풍나무가 자주색에 가깝다면 중국단풍은 자주색과 분홍색을 섞은 듯한 보라색을 띠지요. 물론 기후와 지역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기는 합니다만, 대개의 중국단풍은 보랏빛에 가깝게 가을 단풍이 든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드릴까요? 단풍 드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단풍은 왜 가을이면 붉게 물들까요. 원래 나뭇잎에는 여러 가지 색깔을 띠는 요소들이 있지만 봄부터 여름까지는 초록이 선명합니다. 초록빛을 띠는 엽록소의 활동이 왕성해 다른 색깔은 감추어지는 것이지요. 가을바람 불어오면 나무는 겨울 채비로 분주해집니다. 이때, 잎과 잎자루 사이에는 떨켜층이라는 특수한 조직이 만들어지지요. 이 떨켜층은 잎에서 만든 양분이 줄기나 뿌리로 전달되는 걸 막아 줍니다. 통로가 막히자, 필요 이상으로 산성도가 높아진 잎사귀의 엽록소는 차츰 망가집니다.

엽록소가 망가지면서, 그 동안 초록빛에 눌려 숨어있던 다른 빛깔들이 드러나는 건 다음 순서입니다. 이때 나무마다 성분에 차이가 있어서 노랗거나 붉거나 갈색으로 갖가지 색깔을 드러내게 되지요. 은행나무 아까시나무와 같이 노란 색을 띠는 나무는 카로티노이드라는 성분이, 단풍나무 화살나무와 같이 빨갛게 물드는 나무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은 경우입니다.

여기에서 정말 놀라운 것은 이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이 해충을 막아주는 방충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무가 겨울을 맞이해서 자신의 생명 활동을 최소화하고, 마치 동물들이 겨울잠 자듯 침묵에 들었을 때를 대비하는 겁니다. 나뭇잎에 안토시아닌 성분을 잔뜩 담은 뒤에 낙엽을 하면, 나뭇잎에 들었던 안토시아닌 성분은 뿌리 주변의 땅 밑에 스며들어 나무가 무방비 상태로 겨울잠을 자는 동안 스스로를 지켜준다는 것이지요. 결국 단풍 드는 이유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무가 자기 스스로를 지키려는 놀라운 생존 전략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단풍이 곱게 물들기 위해서는 가을에 접어들면서 물이 적어야 하며, 일교차가 커야 합니다. 이 조건은 단풍 드는 모든 나무들에서 공통적이지요. 나무의 몸 안에 든 물을 다 덜어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비가 많지 않고, 일교차가 큰 날씨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건 어쩌면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자연스러운 날씨입니다. 그러니까 이상기온을 보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가을 날씨를 보일 때에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는 자연의 이치입니다.

 

글 : 고규홍(http://www.sols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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