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엘의 지질학원리

라이엘의 지질학원리 19세기 지질학의 탄생과 두 이론의 대립 19세기 초 지질학은 자연과학의 새로운 분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당시 유럽의 상류사회 인사들 특히 영국인들 사이에서 야외에서 암석을 관찰하는 여행이 유행했던 배경이 있었다. 1807년 창설된 영국 런던의 지질학회는 당시 상류사회의 인사들이 학회 회원이 되고 싶어하는 모임이었고, 그 결과 지질학은 빠르게 유럽 사회로 퍼져 나갔다. 게다가 지질학이 대학의 정규과목으로 채택되면서 지질학 관련 학회도 늘어났다. 학회 회원이 증가함에 따라 연구내용도 다양해졌고, 그 자료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당시 학계를 대표하는 두 이론 사이의 논쟁도 불가피해졌다. 그 이론 중 하나는 천변지이설이고, 다른 하나는 동일과정설이었다. 두 이론 모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구의 겉모습이 변해간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천변지이설에서는 이따금 발생하는 천재지변에 의하여 지구의 지형이나 생물계가 완전히 바뀐다고 주장한 반면, 동일과정설에서는 현재 지구 상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과거에도 똑같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지구가 변해왔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 논쟁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 영국의 찰스 라이엘(Charles Lyell, 1797-1875)이다. 라이엘은 동일과정설에 바탕을 둔 <지질학원리(Principles of Geology)>라는 책을 저술하여 당시 천변지이설이 주도하고 있던 학계의 분위기를 동일과정설로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라이엘의 배경과 <지질학원리>의 탄생 찰스 라이엘(Charles Lyell, 1979-1875) ⓒ 위키피디아 경제적으로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난 라이엘은 변호사가 되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옥스퍼드 대학 법학부에 입학했다. 하지만 라이엘은 고전, 수학, 지질학에 더 관심이 있었고, 특히 버클랜드(William Buckland, 1784-1856) 교수의 열정적 강의에 매료되어 지질학에 특히 빠져들었다. 그는 지질학을 좋아하긴 했지만, 법학 공부도 열심히 하여 변호사 자격을 얻었다. 라이엘은 아버지가 자신이 변호사로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지질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지질학을 평생의 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불확실했기 때문에 주저했는데, 몇 편의 지질학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책을 쓰면 생활비를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이엘이 <지질학원리>를 집필하고자 결심한 때는 1827년 말이었다. 그 후 2년 동안 프랑스와 이탈리아 지방을 조사하면서 지질학에 관하여 더 많은 경험을 쌓았고, 그 경험은 <지질학원리>에 잘 드러나 있다. <지질학원리>는 1830년에 제1권, 그리고 1831년과 1833년에 제2권과 제3권이 발간되었다. <지질학원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무척 호의적이었다. 이는 라이엘이 당시 알려졌던 지질학 지식을 잘 정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가 여행하면서 얻은 경험을 그 지식과 잘 연결해 썼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글이 논리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도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던 점도 많은 사람에게 호응을 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지질학원리>에서 제시한 동일과정설 라이엘의 <지질학원리>는 기본적으로 허튼(James Hutton, 1726-1797)이라는 스코틀랜드 출신 학자가 제안한 동일과정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동일과정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현재는 과거의 열쇠이다.” 즉,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자연현상은 과거에도 똑같이 일어났기 때문에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현상을 이해하면 과거 지구에서 일어났던 일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지구 역사는 언제 시작했는지 알 수 없고 또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도 없다.” 이는 지구의 역사가 무한히 길다는 것을 표현한 진술로서, 현재 지표면에서 일어나는 과정(풍화→침식→운반→퇴적→암석화→융기→풍화)은 매우 느리게 일어날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관찰에 바탕을 둔 결론이다. 라이엘은 <지질학원리>에서 지표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고 해도 그러한 현상이 오랫동안 쌓이고 쌓이면 암석에 기록을 만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 예로 지중해에 있는 시칠리 섬의 에트나 화산(높이 3,323m)은 현재 엄청난 양의 용암을 뿜어내고 있지만, 지난 수천 년 동안 분출한 용암의 양으로는 그처럼 높은 화산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에트나 화산처럼 높은 화산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이 걸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라이엘은 천변지이론자들이 천재지변의 증거로 제시한 현상을 동일과정 이론으로 설명하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유럽 곳곳에서 발견되는 미아석은 천변지이론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큰 폭발이나 홍수 때 떠내려 온 것이 아니라 바다가 대륙을 덮었을 때 바다를 떠돌던 빙산에 박혀있던 돌이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이엘이 <지질학원리>에서 특히 강조하려고 했던 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연현상에서 초자연적인 것은 없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천변지이론자들이 틀렸다는 점이었다. 당시 케임브리지 대학의 지질학 교수였던 세지윅(Adam Sedgwick, 1785-1873)은 라이엘의 <지질학원리>를 칭찬했지만, 천변지이론자였던 세지윅은 시대에 따라 발견되는 화석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생물계가 항상 똑같았다는 동일과정설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질학원리>에 대한 세지윅의 평가에서 알 수 있듯이 라이엘의 이론에 대한 당시 학계의 반응은 상반되었다. 라이엘의 명쾌한 논리적 전개와 제시한 증거에 찬사를 보내는 한편,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가 과거나 현재나 항상 똑같다는 동일과정설의 기본 개념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만일 라이엘이 생각하는 것처럼 지구가 엄청나게 오래되었다면, 그처럼 오랫동안 지구를 항상 똑같은 상태로 움직이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느냐는 것이 반론의 요지였다.
동일과정설에 의한 암석의 형성과정 변화하는 동일과정설과 오늘날의 지질학 라이엘은 동일과정설을 체계적으로 풀이하는 작업을 통하여 동일과정설이 지질학의 이론적 바탕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라이엘은 확실히 자연현상을 잘 이해했지만, 지나칠 정도로 동일과정설에 집착하였다. 한편, 천변지이론자들은 동일과정을 비판하면서 토론의 여지를 남겼다. 어쨌든 동일과정설이나 천변지이설을 지지하는 사람들 모두 지구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시대에 따라 나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이 같았다. 동일과정설이 학계에 등장한 지 2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동일과정설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지구의 역사에서 보면 천재지변에 의하여 지구와 그곳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 크게 영향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백악기 말 공룡의 멸종이 운석 충돌 때문이라는 설명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천변지이설에 해당하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동일과정의 관점에서는 천재지변도 지구의 긴 역사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한다. 이렇게 동일과정설은 천변지이설의 도전을 수용하고 적절한 설명을 찾는 노력을 계속함으로써 처음 제안될 때의 모습은 아니지만 지금도 지질학의 학문적 바탕으로 21세기 과학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팁] 라이엘의 동일과정설은 이후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의 진화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윈은 1831년 비글호 항해를 떠나기 전 선장 피츠로이(Robert FitzRoy, 1805 - 1865)로부터 라이엘의 <지질학원리> 제1권을 선물 받았는데, 이후 5년 간의 항해에서 이 책을 항상 곁에 두고 탐독했다. 다윈은 라이엘이 동일과정설에서 지질현상을 오랜 세월에 걸쳐 변화한 결과로서 생각한 것과 같이 생물의 종도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변화한다는 진화의 개념을 생각해 냈다. 결국, 라이엘의 이론에서는 지구의 변화를 점진적인 과정으로 설명하기 위해 아주 긴 시간 동안의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러한 긴 시간에 대한 관념은 영원히 고정된 것처럼 보이는 생물의 종도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의 바탕을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교육과정] -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2단원 지표의 변화 -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2단원 지층과 화석 - 중학교 1학년 1단원 지각의 물질과 변화 - 중학교 1학년 7단원 지각 변동과 판 구조론 - 고등학교 1학년 5단원 지구
글 / 최덕근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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