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의 전구가 만들어 낸 현대 전기문명

흔히 \\\'발명왕\\\'으로 불리는 토머스 앨바 에디슨(Thomas Alva Edison, 1847-1931)은 평생 1,091개의 특허를 얻었다. 이 숫자는 오늘날까지도 미국 내 특허 순위에서 압도적으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록이다. 에디슨은 사중전신기, 탄소 송화기, 축음기, 키네토스코프(영화의 초기 형태), 축전지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발명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그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계기는 1878년에서 1882년까지 전기조명 시스템을 개발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한 것이었다.

에디슨의 조명 시스템 개발

에디슨은 31세 되던 1878년 여름 여행에서 아크등 시스템을 처음 접했다. 아직 시험 단계이긴 했지만, 에디슨은 아크등을 보고 전기조명에 본격적인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사실, 당시는 전기를 이용한 조명사업이 막 태동하려는 시기였다. 과학계에 있던 에디슨의 친구들은 전기를 이용한 조명 사업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았고, 과학기술 잡지들도 전기조명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으며, 관련 특허 출원 수도 증가하는 추세였다. 1879년에는 발명가 찰스 배쉬가 사상 최초로 가로등과 같은 공공시설에 아크등을 설치하여 점등하는 데 성공을 거두는 실질적인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전기조명의 주류였던 아크등은 실내에서 쓰기에는 너무 밝고 위험해 가정과 건물 내에서도 쓸 수 있는 새로운 전기조명 방식이 필요했다. 에디슨이 백열등으로 눈을 돌린 까닭도 이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은 에디슨의 대표적인 발명품으로 흔히 ‘전구’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사실 에디슨은 백열전구를 처음으로 발명한 사람이 아니다. 1809년에서 1878년 사이에 이미 20종의 백열등에 대한 특허가 영국, 미국, 러시아 등지에서 출원된 상태였다. 또한, 에디슨과 거의 같은 시기인 1879년 초에 영국의 발명가 조셉 스완이 자신의 백열전구를 대중 앞에서 시연한 적도 있었다. 지금도 영국 사람들에게 전등의 발명자를 물어보면 대부분이 에디슨이 아니라 스완이라고 대답할 정도다.

그림 1 1901년 자신의 연구소에서 연구중인 에디슨 ⓒ 위키피디아

에디슨이 최초가 아님에도 경쟁자들보다 앞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전구뿐 아니라 이를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적 요소들을 한꺼번에 고려하고 개발해냈기 때문이다. 에디슨이 발명한 것은 전구라는 단일 품목이 아닌, 조명 시스템 전체였다. 아울러 그는 전기조명 시스템을 실제로 도입하는 데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신경을 썼다. 특히, 당시 이미 대도시에서 사용 중이던 가스등을 모델로 새로운 전기조명 시스템이 경제적인 우위를 차지할 방법도 고심했다. 미국의 기술사학자 토머스 휴즈는 이를 고려하여 에디슨이 전기조명 시스템의 개발 과정에서 단순한 발명가로서가 아니라 시스템 건설자(system builder)로서 역할을 했음을 강조했다.

그림 2 1884년 발명한 에디슨의 긴다리 매리 앤 직류 발전기

ⓒ www.sparkmuseum.com 

최초의 직류 발전기 ‘긴 다리 메리 앤’

에디슨은 1878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조명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널리 알림으로써 투자자들을 불러모아 발명에 필요한 돈을 마련했다. 처음에 그는 전구와 필라멘트 개발에 집중했으나 이내 연구 대상을 진공 상태의 전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진공 펌프,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기, 가정과 건물 내부로 전기를 끌어들이기 위한 배선함, 전구를 조작할 수 있는 스위치 등으로 관심을 넓혔다. 이뿐 아니라 전기 사용량을 측정하기 위한 계량기, 화재 위험을 막기 위한 퓨즈, 도선을 절연시키는 새로운 외장재, 발전소에 설치할 제어 및 모니터 패널 등 시스템에 필요한 부수적인 기기들을 개발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요컨대 에디슨과 그의 연구팀은 아직 전기와 관련된 기반시설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전구뿐만 아니라 이와 연결된 모든 것들을 만들어내야만 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전기조명 시스템의 경제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초기 고려했던 백금 필라멘트를 포기하고 탄소 필라멘트의 재료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발전기 역시 처음에는 다른 회사에서 제조한 것을 구입해 사용했으나 나중에는 에디슨의 시스템에 잘 맞는 것을 스스로 개발했다. 에디슨의 연구팀이 개발한 최초의 직류 발전기는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긴 다리 메리 앤(Long-legged Mary Ann)’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그림 3 긴다리 메리 앤 직류 발전기를 통한 전기 조명 실험 사진 제공: 위키피디아

1880년부터 에디슨은 뉴욕 맨해튼의 금융, 상업 지구인 펄가(Pearl Street)에 최초의 전기조명 시스템을 상업적으로 도입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는 발전소를 짓고, 집에서 전등을 사용할 가입자를 모집하고, 뉴욕시 의회로부터 공사 허가를 얻어내어 80km가 넘는 도로를 파헤쳐 전기를 보내는 전선을 땅속에 묻는 등의 일들을 감독했다. 또한, 전구, 전선, 퓨즈, 계량기 등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여러 회사를 설립해 운영했고, 발전소에 설치하기 위해 훨씬 출력이 큰 ‘점보(Jumbo)’ 발전기를 개발해 냈다. 점보 발전기는 100kW의 출력으로 1200개의 전등을 켤 수 있었는데 모두 여섯 대가 펄가 발전소에 설치되었다. 그 결과 1882년 9월에 펄가 발전소가 처음 가동을 시작했고, 그 해 12월에는 가로세로 1.6km의 구역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었다.

그림4. 직류발전기의 작동 원리와 전압의 크기

 에디슨의 직류 시스템과 테슬러의 교류 시스템 

에디슨과 경쟁한 니콜라 테슬라 사진 제공: 위키피디아 

에디슨의 성공 이후 이를 본떠 전기조명 분야에 여러 회사가 뛰어들면서 전기 사업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졌다. 특히 1885년부터는 에디슨의 직류 시스템과 웨스팅하우스의 교류 시스템이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여 전기 사업의 주도권을 두고 경합했다. 당시 직류 시스템은 장거리 송전이 불가능해 사무실과 가정이 밀집한 대도시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반면, 교류 시스템은 1,000V 이상의 고전압을 이용하여 전력 손실을 줄이고 먼 거리까지 송전할 수 있었다. 직류와 교류의 경쟁은 1888년 니콜라 테슬라가 다상 교류 모터를 발명하여 교류 시스템의 약점을 해결함으로써 결국은 교류 시스템이 우세해졌다. 교류 시스템의 성장에 위협을 느낀 에디슨은 고전압으로 송전하는 교류가 위험하다며 교류를 헐뜯는 캠페인을 열기도 했지만, 이런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경쟁에서 교류 시스템이 승리를 거두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 시스템의 표준을 이루었다. 

비록 에디슨이 종국에는 웨스팅하우스에 패하면서 전기 시스템의 패권을 넘겨주긴 했지만, 갖은 난관을 뚫고 최초의 상업적인 전기조명 시스템을 성공하게 한 데는 에디슨의 기여가 결정적이었다. 에디슨이 일궈낸 성공은 단지 조명을 가스등에서 전등으로 바꾼 데서 그치지 않고, 미국의 대도시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에너지 대전환의 시발점, 전기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현대 문명의 바탕을 이룬 것이다. 

[교육팁]

현대 사회에서 직류발전기와 교류발전기는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직류발전기는 태양전지나 연료전지와 같이 정적인 원리로 전기가 만들어지는 곳에 주로 사용되며 코일의 교류 기전력을 통해 발전하는 교류발전기는 수력발전, 화력발전, 풍력발전과 같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곳에서 주로 사용된다. 

[교육과정]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2단원 자석의 성질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2단원 전기회로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5단원 자기장

중학교 3학년 6단원 전류의 작용

고등학교 1학년 2단원 에너지

글 / 김명진 동덕여대, 서울대 과학사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