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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시대의 문을 연 드 포레스트의 삼극진공관

작성일 2012-02-20

전자 시대의 문을 연 드 포레스트의 삼극진공관

 

  

   Robert Morris

 

라디오 신호를 자유자재로 제어하다

 

1906년, 미국인 발명가 리 드 포레스트(Lee de Forest, 1873 ~ 1961)는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라디오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냈다. 훗날 오디온(Audion)이라 불린 삼극진공관(Triode)을 완성한 것이었다. 오디온은 필라멘트와 플레이트 그리고 그리드 세 전극이 진공 유리관에 둘러싸인 형태의 장치였는데, 전지에 연결하면 약한 라디오 신호도 감지할 수 있는 감도 높은 수신 장치였다. 드 포레스트는 자신이 개발한 장치가 라디오 신호를 수신할 뿐 아니라 수신된 라디오 신호를 증폭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1907년에 오디온의 증폭 기능에 대해서도 특허를 출원했다. 그러나 실제 오디온의 증폭 기능은 1912년에야 시연될 수 있었다. 그리고 드 포레스트는 증폭 시연을 하는 동안 이 장치가 라디오 신호를 발생시키는 오실레이터(Oscillator)로도 쓰일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드 포레스트는 단 하나의 발명으로 전화, 전신, 라디오가 겪고 있던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림1> 드 포레스트가 발명한 최초의 삼극진공관 오디온위키피디아

 

드 포레스트는 1899년 예일 쉐필드 과학학교에서 무선(Wireless)에 관한 박사 논문으로 학위를 마치고 웨스턴 일렉트릭사에 취직했다. 이 무렵은 마르코니(Guglielmo Marconi, 1874 ~ 1937)가 발명한 무선 전신이 미국에 도입되어 엔지니어, 발명가들 사이에 무선 전신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었다. 드 포레스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1900년에 동료와 함께 마르코니 무선 시스템의 수신 장치인 코히러(Coherer)를 대체할 수 있는 장치를 발명해 무선 전신 사업을 시작했다. 드 포레스트 무선 전신 회사를 차려 무선 전신 사업을 하는 동시에 그는 수신 장치 개발을 계속했다. 1903년에는 자신의 라이벌인 페센든(Reginald Aubrey Fessenden, 1866 ~ 1932)의 장치와 유사한 전해액을 이용한 수신 장치로 사업을 하다가 특허 침해로 소송을 당해 손해를 보기도 했다. 그래서 그것과 차별화된 수신 장치를 고안하던 중, 드 포레스트는 자신의 방에서 조명으로 쓰던 가스버너의 가스가 무선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 후 가스를 담을 수 있는 전구, 특히 백열 전구를 이용한 수신 장치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1906년 10월 드 포레스트는 미국 전기 공학 협회에 자신의 발명품인 오디온을 공개했다.

 

 

에디슨과 플레밍을 넘어선 발명품, 오디온

 

사실 이 오디온은 영국인 과학자 존 플레밍(John A. Fleming, 1849 ~ 1945)의 이극진공관과 형태가 비슷했다. 플레밍이 이극진공관을 발명한 것은 에디슨 조명회사에 컨설턴트로 근무하던 당시 1883년에 발견된 에디슨 효과에 관심을 가진 데에서 시작되었다. 에디슨 효과는 에디슨이 백열등을 발명한 후, 전구에 추가 전극을 넣는 실험을 하면서 발견한 현상이다. 필라멘트에 연켤시키지 않은 전극 하나를 전구에 추가하고 이 전극을 전기 회로 양극에 연결하면, 필라멘트로 흘러 들어가던 전류의 일부가 이 전극으로 흘러 들어간다. 반대로 전극을 음극에 연결하면 전류는 흐르지 않는 것이었다. 에디슨은 이 새로운 전구에 대한 특허를 신청하면서 이것을 전류 측정 장치로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지는 않았다. 

<그림2> 에디슨 효과. 전지와 전구가 연결된 회로가 있다.

이 전구에 도선과 플레이트를 투입하고 이 도선을 전지의 +극에 연결하면,

필라멘트에서 전자가 일부 빠져 나와 플레이트로 흘러 들어가

투입한 도선에도 전류가 흐르게 된다. 한국과학창의재단


플레밍은 이를 이용해 고주파의 교류를 정류하는 소위 ‘플레밍 밸브(Fleming Valve)’를 만들었다. 또한, 음극에 안테나를 연결하여 라디오파를 수신하고, 양극은 갈바노미터(galvanometer, 검류계)와 같은 장치에 연결되도록 밸브 회로를 구성하게 되면, 밸브는 감도가 높은 라디오 수신기로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플레밍은 1904년, 1905년에 영국과 미국에 이에 대한 특허 등록을 했다.

 

<그림3> 플레밍 벨브 Steve Johnson


오디온이 플레밍 밸브와 너무 흡사하다는 지적이 일자, 드 포레스트는 즉시 그리드(Grid, 음극에서 양극으로 흐르는 전자파를 제어함)라고 알려진 세 번째 전극 하나를 추가하여 플레밍의 밸브와 전혀 다른 모습을 갖추게 했다. 또한, 그리드가 첨가되면서 수신된 신호가 크게 증폭될 수 있게 되었다. 이 증폭 기능은 플레밍의 밸브가 갖지 못한 기능이었다. 이로써 드 포레스트의 오디온은 독립적인 발명품이 되었다.

 

 

기계 시대에서 전자 시대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신기로 발명된 오디온은 라디오 신호 증폭기, 오실레이터의 기능도 갖추고 있었다. 오디온의 발명은 당시 대륙횡단 전화 사업으로 규모를 확대하고자 했던 미국 AT&T사로서는 희소식일 수 밖에 없었다. 1912년 오디온의 신호 증폭 기능 시연이 성공하자 AT&T사는 오디온 특허 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AT&T사는 장거리 전화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고, 자회사 웨스턴 일렉트릭은 세계적인 오디온 생산 회사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1916년에는 오디온을 오실레이터로 개량해 라디오 전송기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감도 높은 수신 장치, 오실레이터의 기능은 당시 복잡한 기계적 설비에 의존해야 했던 라디오 전파 송출과 수신의 번거로움을 없앴다. 기계 장치 대신 전자 흐름을 제어하는 간단한 전극 장치로 전파를 발생시키고 수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오디온, 후일 삼극진공관으로 명명된 이 발명품은 전류의 흐름과 연관된 전화, 전신, 라디오가 당면했던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해결해낸 것이다. 동시에 이는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전자 시대로의 진입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삼극진공관은 이전의 거대 규모의 라디오파 발생기를 대체하면서 장치의 소형화도 가능하게 했다.

 

1906년에 처음 개발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오디온은 값도 비싸고 수명도 짧아서 라디오 전송 장치에 쓰일 수 있을 지가 의문이었지만, 이내 라디오 전송에 매료된 아마추어 발명가들 덕분에 오디온은 빠르게 개선되었다. 한편 포레스트의 오디온은 오늘날 라디오 방송을 연상시키는 라디오폰 아이디어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외롭게 발명 작업을 계속하던 무렵, 포레스트는 머리를 식힐 겸 오페라 극장을 가곤 했는데, 돈이 없어 입석 입장권만을 구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음악을 사랑하던 그에게 돈 많은 이들에게만 좋은 좌석이 돌아가는 오페라 극장의 시스템이 정당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오페라 공연을 집으로 전송해서 음악을 사랑하는 가난한 사람들도 손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고, 자신이 개발한 오디온으로 라디오폰을 만들어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포레스트는 <뉴욕 타임즈>에 “나는 오페라가 집집마다 전달되는 그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뉴스와 선전도 무선 전화를 통해 전달될 것입니다”라고 자신의 계획을 알리기도 하였다.

 

포레스트는 피아니스트이자 후일 자신의 첫 번째 아내가 된 노라 스탠튼 브래치(Nora Stanton Blatch)의 음성 전송 기술의 도움을 받아 라디오 방송 실험을 시작했다. 1908년에 포노그래프 음악을 에펠탑 송신기를 통해 그곳에서 550마일 떨어진 마르세이유까지 전송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포레스트의 라디오 전화는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전송되는 음악이 중간에 끊기기 일쑤였고 음질이 깨끗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방송 실험은 라디오폰의 기술적인 결함으로 인해 실패하고 말았고, 포레스트의 회사 라디오 전화 전신사(Radio Telephone & Telegraph Company)도 파산에 이르고 말았다. 비록 방송 실험은 실패했지만, 포레스트의 실험은 라디오를 문자 전송에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뉴스를 전달하는데도 이용할 수 있음을 알려줬다. 포레스트의 오디온은 라디오 대중문화의 토대를 마련해준 것이었다.

 

[교육팁]

 

음악공연장에서 네모난 박스 모양의 진공관 앰프를 찾아보고, 진공관 앰프의 구조를 이해한다.
- 포근하고 자연스러운 진공관 앰프의 음감을 느껴본다.

 

<그림4> 기타 앰프 속에 들어있는 진공관 위키피디아

 

[교육 과정]

 

- 중학교 2학년, 전기
- 중학교 3학년, 전류의 작용
- 중학교 3학년 실과, 전기 전자 기술

 

 

용어 풀이 사전

 

- 라디오 (Radio) : 본문에 쓰인 라디오는 우리가 흔히 듣는 FM/AM의 라디오가 아니라 그 범위가 더 큰, 즉 전파의 변조를 통해 신호를 전달하는 기술을 지칭한다.

 

 

글 / 박진희 동국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minerba6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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