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최초의 시험관 아기 탄생

1978년 최초의 시험관 아기 탄생
ⓒ 차병원
1978년은 인간 최초로 시험관 아기가 탄생한 해이다. 로버트 에드워즈(Robert Geoffrey Edwards, 1925~) 박사는 최초의 시험관 아기 탄생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전 세계 모든 부부의 10% 이상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불임을 치료하는 길을 연 공로’를 인정해 에드워즈 박사의 수상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불임 치료의 희망, 시험관 아기 시술에 성공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시험관 아기 시술로 태어난 아기의 수는 약 4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한다고 해서 시험관에서 체중 3kg 정도의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체외수정 시술이라고도 한다. 이 시술은 여성의 난소에서 채취한 배란직전의 난자를 시험관에서 정자와 수정시킨 다음,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해 착상을 유도함으로써 임신이 되도록 하는 치료방법이다. 즉 몸 안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지는 장소인 난관의 역할을 시험관이 대신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따라서 체외수정 시술이 성공한 이후 난관이 없거나 양쪽 난관이 모두 막힌 여성도 임신할 수 있게 됐다.
에드워즈 박사는 1952년부터 영국 에딘버러 대학에서 동물유전학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에드워즈 박사는 포유류의 초기 배아 발달과정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면서 인간 난자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게 됐다. 1960년대부터 인간 난자의 체외 성숙 과정과 수정, 난자를 체외에서 키우기 위한 배양액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으며 체외수정의 원리가 불임 환자 치료에 이용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이때 산부인과 의사인 패트릭 스텝토(Patrick Steptoe, 1913~1988) 박사가 배에 작은 구멍을 뚫어(복강경) 인간 난자를 채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통해 에드워즈 박사는 체외수정이 불임 치료에 이용될 수 있다는 구체적 비전을 가지게 됐다.
<그림 1> 레슬리 브라운 부인과 루이즈 브라운(좌측 사진)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즈 브라운(우측 사진)
ⓒ 차병원
에드워즈 박사는 1969년 인간 난자의 체외 수정에 성공했고 산부인과 의사인 패트릭 스텝토와 함께 영국 올덤(Oldham) 병원에서 체외수정 시술로 환자 치료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에드워즈 박사와 스텝토 박사는 배란유도 방법과 이식 후 호르몬 치료제 선택 등, 난자를 여러 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체외수정을 성공하게 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1977년 양측 난관이 없는 레슬리 브라운(Leslie Brown) 부인이 자연주기에서 채취한 난자의 체외 수정 시술로 임신에 성공했다. 그리고 1978년 7월 25일 인간 최초의 시험관 아기인 루이즈 브라운(Louis Brown, 1978~)이 탄생했다. 시험관 아기 시술 성공 이후 두 박사는 캠브리지 근교에 체외수정 전문 병원인 번홀 크리닉(Bourn Hall Clinic)을 개설해 많은 불임환자에게 임신의 기쁨을 제공했다.
<그림 2> 최초의 시험관 아기 탄생과 시험관 아기 시술 방법
ⓒ 한국과학창의재단 / 작가 김화연
시험관 아기 시술 이후, 개발된 여러 가지 체외수정 시술법
에드워즈 박사팀의 첫 시험관 아기 출산 성공 이후 호주, 미국 그리고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시험관아기 출산이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 병원의 장윤석 박사팀에 의해 1985년 첫 시험관 아기가 탄생했다. 그 이후에 이루어진 체외수정 시술 분야의 기술적 진보에는 배아 동결법, 착상전유전자진단, 미성숙난자의 체외배양에 의한 체외수정, 정자직접주입술 등이 있다.
<그림 3> 배아 동결기 ⓒ 차병원
배아 동결법: 잉여의 배아를 동결했다가 나중에 이식하는 기술을 이용해 1983년 세계 최초로 임신- 출산 성공.
착상전유전자진단: 1989년 배아로부터 배아 할구를분리해배아의성염색체이상여부를검사하는데성공. 이후 분자 생물학적 기술과 형광염색 기술의 발달로 유전적 결함이 없는 배아를 골라 임신하는 것이 가능해짐.
미성숙난자의 체외배양에 의한 체외수정: 1991년 차병원의 차광렬 박사팀이 미성숙난자를 체외배양해 성숙시킨 후 체외수정으로 임신과 출산에 성공. 배란 유도제 없이 체외수정 시술을 할 수 있는 기술적 진보를 이룸.
정자직접주입술: 정자를 미세유리관에 넣어 난자 세포질로 주입해 수정을 유도하는 방법. 남성불임 치료의 획기적 계기가 됨. 1992년 벨기에에서 최초로 출산 성공.
<그림 4> 정자 직접주입술 시술 장면(좌측)과 시술 장비(우측) ⓒ 차병원
최근 체외수정 임신율은 30-40%로 향상됐다. 체외수정 시술의 부작용으로는 쌍생아 혹은 다생아 출산, 조산 가능성의 증가 등이 있으나 기술의 발달로 그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많이 낮아지고 있다.
최초의 시험관 아기인 루이즈 브라운은 자연 임신을 해 2006년 건강한 남자 아기를 출산했다. 이로써 많은 사람이 ‘과연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그녀가 자연임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잠재웠다. 1978년 루이즈 브라운이 탄생한 지 33년이 지난 지금, 에드워즈 박사가 체외수정을 연구하던 초기부터 제기됐던 윤리적 문제들(난자 공여와 매매, 대리모, 착상전유전진단을 통한 맞춤형아기, 배아의 성 감별, 배아줄기세포, 배아의 권리 등)이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체외수정 시술이 절망에 빠졌던 수많은 불임부부에게 부모가 되는 기쁨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용어 풀이 사전
배란(排卵) : 난소에서 성숙한 난자가 배출되는 현상
배아(胚芽) : 수정란이 한 번 이상 세포분열을 하기 시작한 시기부터 하나의 완전한 개체가 되기 전까지의 발생 초기 단계
착상(着床) : 배아가 포배의 상태로 자궁 내벽에 파묻히는 현상
포배(胞胚) :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거듭한 후 안쪽에 빈 공간이 생기게 되는 시기의 배
할구(割球) : 수정란에서 난할에 의해 생긴 세포
배아줄기세포 : 배아의 발생과정에서 추출한 세포,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 지님
글 / 최동희 차의과대학 교수·분당차병원 시험관아기센터 소장 dhchoimc@c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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