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금속공예의 최대 걸작, 백제금동대향로

동아시아 금속공예의 최대 걸작, 백제금동대향로
ⓒ 문화재청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 국보 287호)는 중국의 어떠한 향로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걸작품으로, 백제의 수준 높은 금속공예기술을 비롯한 탁월한 예술적 감각과 독창성을 세계에 널리 알린 우리 고대문화의 결정체이자 세계적인 과학문화유산이다.
중국 한대와 삼국시대, 박산향로가 크게 유행하다
향로(香爐)는 향을 피우는 용기로, 고대 중동문명이나 고대 그리스·라틴 문화권에서도 사용됐지만 일반적으로 동양의 인도와 중국 등지에서 냄새 제거, 종교의식 그리고 구도자의 수양정진을 위해 사용됐다. 인도에서는 4천년 전부터 사람의 체취나 방안의 악취를 없애기 위해서 향을 사용하기 위한 향로가 만들어졌다. 중국에서는 향로가 전국시대 말기에 등장해 한대까지 크게 유행했다.
특히 중국에서 향로는 한나라 무제부터 왕족의 무덤을 중심으로 출토됐다. 왕족을 제후국의 왕으로 봉하는 조치에 따라 왕실에서 만들어진 박산향로(博山香爐)가 각 지방으로 확산·보급됐었다. 박산향로의 박산은 불로장생의 신선들이 살고 있다는 신령스러운 산과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상서로운 동물이 살고 있다는 신비로운 세계를 의미하며 중국에서는 한대와 삼국시대에 크게 유행했다.
우리나라에서의 박산향로는 평양낙랑고분인 석암리(9호, 219호분)고분에서 출토된 청동박산향로를 들 수 있다. 이후 1993년 백제의 3번째 왕도인 부여 사비성(泗泌城)의 나성(羅城)터와 왕들의 묘역 사이에 위치한 능산리 절터의 공방지에서 백제금동대향로가 발굴됐다.
동아시아 박산향로의 백미, 백제금동대향로
백제금동대향로는 능산리 절터의 목탑지에서 출토된 백제 창왕명석조사리감(百濟昌王銘石造舍利龕)의 명문에서 보듯이 백제 27대 창왕(위덕왕, 554~598 재위) 때부터 의자왕의 아버지인 제30대 무왕(武王, 600~641 재위)에 이르는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림 1 부여 능산리에서 출토된 백제금동대향로 ⓒ 문화재청
백제금동대향로의 제작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으나, 이 향로가 출토된 능산리 절터가 백제 사비도읍기 왕들의 묘역인 능산리고분군과 나성 사이에 위치한 점과 이곳에서 출토된 창왕명석조사리감을 통해 볼 때, 창왕이 자기의 부왕인 성왕(聖王, 523~ 554)의 능(陵)을 축조한 뒤 부왕을 기리고자 이곳에 절을 세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절이 부왕을 기리는 능사(陵寺)인 점에 비추어 백제금동대향로도 같은 의미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중국 한나라 박산향로의 형식을 바탕으로 했지만, 전체적인 모티브는 무령왕릉출토 동탁은잔(銅托銀盞)과 부여외리출토 산수봉황무늬벽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동탁은잔은 봉황과 산악도, 연꽃과 용의 구성을 갖추고 있어 백제대향로의 전체적인 구조와 아주 유사하다. 또한 향로에서 보이는 코끼리를 탄 인물이나 악어 등은 고구려 고분벽화나 중국의 남북조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며, 승려 형상과 같은 불교 요소를 박산향로에 넣은 것도 중국향로에서는 그 선례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중국의 박산향로를 뛰어 넘는 백제만의 예술적 감각과 독창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림 2 무령왕릉 동탁은잔(위), 산수봉황무늬벽돌(아래)
ⓒ 국립공주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백제금동대향로, 백제의 빼어난 주조기술과 도금기술을 담다
백제금동대향로는 높이가 61.8cm, 몸통 최대지름 19cm, 무게 11.85kg으로 규모면에서 유례없는 대작으로 용과 봉황의 비중이 상당히 두드러져 있다. 향로는 크게 몸체와 뚜껑으로 구분되며 위에 부착된 봉황과 받침대인 용을 포함하면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꼭대기에는 봉황 한 마리가 여의주를 턱밑에 끼고 날개를 활짝 펴고 서 있는 모습이며, 그 아래로 신선들이 사는 박산이 있다. 맨 아랫부분에는 한 마리의 용이 살아 꿈틀거리듯 다리 하나를 치켜들고 갓 피어나려는 연꽃봉오리를 입으로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연기는 봉황의 가슴 좌우에 뚫린 2개의 구멍과 뚜껑의 산악문양 뒤에 뚫려 있는 10개의 구멍으로 피어 오르도록 고안돼 있다.
그림 3 백제금동대향로의 각 부분별 모양
ⓒ 한국과학창의재단 / 작가 김화연
향로는 구리와 주석을 81.5 : 14.3 %의 함량으로 합금한 청동 위에 금을 10㎛ 두께로 상당히 균일하게 입혀 만들어졌다. 금도금층의 조성은 대략 금 60 : 구리 40%이며 수은을 사용해 금-구리 아말감도금법으로 제작됐다. 금-구리 아말감도금법은 금이 수은에 잘 녹으며 수은이 100℃ 정도에서 모두 날아가버리는 성질을 적용한 도금법이다. 이러한 도금층의 피복기술은 현재 아말감도금기술로도 재현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도금방법으로는 금만을 사용한 금아말감이나 금-은아말감 기법이 있는데 백제금동대향로에는 독창적으로 금-구리아말감 도금법이 이용됐다. 금-구리아말감 도금법이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금동향로에서도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 도금법이 백제만의 독특한 도금기법일 가능성이 높다.
백제금동대향로는 우리고대문화의 결정체로 정교함과 조형미에 있어서 동아시아 금속공예의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용접부분이 네 부분 밖에 안 되는데 그 정교한 모습을 어떻게 통째로 주조했는지 놀라운 기술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신기술이 집약된 백제금동대향로는 전체적으로 창의성과 조형성이 뛰어나고 세부표현에 생동감이 넘친다. 또한 도교 사상과 불교 사상 등 동양 사상의 근본원리를 백제사상으로 융합해 완벽한 조형예술에 담았다. 이뿐 만 아니라 금속공예 기술면에서도 완숙한 주조기술과 정교하고 치밀한 도금기술이 이루어낸 최대의 걸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용어 풀이 사전>
- 창왕명석조사리감(百濟昌王銘石造舍利龕) : 백제 때 사리를 보관하는 용기.
- 능사(陵寺) : 능을 지키기 위해 세웠거나 지키도록 지정한 절.
[교육과정]
중학교 2학년 과학, 물질의 특성
중학교 2학년 실과, 재료의 이용
중학교 3학년 과학, 물질의 구성
[교육팁]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은 신선들이 사는 박산이 표현돼 있고 몸체는 연꽃이 피어난 형상이다. 백제금동대향로를 더욱 자세히 관찰해 세부적인 표현들을 살펴보자. 문화재청 홈페이지(http://www.cha.go.kr)또는 백제금동대향로 디지털재현관(http://www.hyangno.net/)에서 상세한 설명과 사진을 볼 수 있다.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에는 23개의 산들이 첩첩산중을 이룬 가운데 악기를 연주하는 5인의 악사와 16인의 인물상, 39마리의 상상의 동물과 현실 세계의 동물, 나무와 시냇물과 같은 자연경관이 표현돼 있다. 몸체에는 연꽃 잎이 3단으로 구성돼 있고 불사조, 물고기 등 26마리의 동물이 새겨져 있다.
글 /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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