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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의 제왕

작성일 2016-04-21

|김윤미 김종립

 
미팅_img5 [그림 1] 출처 (GIB)

대학생활의 활력소는 역시 전통을 자랑하는 미팅이다. 시험공부에 시달리다가도 미팅 소리만 들으면 잠자고 있던 연애세포가 꿈틀대며 살아나는 느낌이다. 과학이 이들에게 힘이 돼 줄 수 있을까. 과학자들이 연구한 매력만점 남성이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얼굴 상처에서 강한 남성성을 느낀다.
미팅_img2 [그림 2] 출처 (GIB)

남녀노소를 떠나 깨끗하고 하얀 피부는 호감 가는 인상을 준다. TV에 등장하는 남자 아이돌의 얼굴이 웬만한 여자 얼굴보다 깨끗한 걸 보면 ‘꽃미남’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그런데 꽃미남과는 반대로 진한 남자의 향기를 풍기는 남성들이 있으니,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나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우(조니 뎁 분) 같은 남자들이 그 예다. 이들의 얼굴은 결코 희지도, 깨끗하지도 않다. 오히려 깊은 상처가 배어있을 때가 많다.

실제로 여자는 남자의 얼굴에 난 상처를 매력적으로 여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영국 리버풀대와 스털링대 연구팀이 200여 명의 남녀에게 같은 남자인데 상처가 없는 얼굴과 상처를 그려 넣은 얼굴 사진을 보여줬다. 여자들은 상처가 있는 남자 사진을 훨씬 더 좋아했다. 상처가 있는 남자는 위험을 무릅쓰는 용맹함이 있어 여성을 잘 보호할 수 있을 거라고 느낀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얼굴의 상처가 ‘힘든 시련을 극복한 증표’가 된 셈이다.

또 얼굴의 상처는 여성의 모성본능을 자극한다. 여성들은 상처 입은 남자를 자신이 치유해줘야 한다 생각하며 남자의 상처에 매력을 느꼈다. 단 주의할 점은 칼에 베인 것처럼 폭력이 연상되는 상처에만 이런 효과가 있지, 여드름이나 수두 같은 병에 걸려 생긴 상처 자국엔 효과가 없다는 사실. 여드름은 오히려 여자들에게 남자의 면역력이 약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유재석이 사랑 받는 이유
미팅_img1 [그림 3] 출처 (GIB)

유머 있는 남자는 언제나 인기가 많다. 하지만 여성들의 환심을 끄는 유머는 따로 있다. 미국 뉴멕시코대 연구진이 여학생들에게 남학생의 유머가 담긴 목소리 파일을 들려주고 매력적인 유머를 고르라고 했더니, 많은 여학생들은 ‘자신을 낮추는 유머’를 한 사람을 골랐다.

자신을 낮추는 발언은 이성에게 나약하게 비치지 않을까. 물론 ‘지나치면’ 그런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낮추는 유머는 상대방에게 자신이 인간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또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이런 유머가 더 잘 통했다. 이 연구는 2008년 6월 ‘진화심리학’에 소개됐다.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매력이 여성들의 관심을 끌 수도 있다. 우리는 탐나는 물건이나 사람이 있으면 자꾸 바라보게 된다. 자세히 보기 위해 눈을 크게 뜬다. 이른바‘동공 확대 효과’다. 배란기의 여자는 이런 인간의 특성을 본능적으로 더 잘 인식한다. 영국 에든버러대 엘리너 스몰우드 박사팀은 여성 10명에게 눈동자의 크기를 조작한 남자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눈동자가 큰 사진을 가장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배란기의 여성은 남성의 커진 눈동자를 남자가 자신에게 보이는 성적 관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 이런 경향은 배란기가 아닌 여성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미팅에 나가기 전 남자도 서클렌즈를 준비하는 건 어떨까.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는 이유
미팅_img4 [그림 4] 출처 (GIB)

이런 저런 방법을 써 봐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려울 수 있다. 그건 남성들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들의 마음이 도통 종잡을 수 없게 변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짝짓기 대상을 결정하지 못해 갈팡질팡할 경우 암컷 초파리는 이미 다른 암컷이 선택한 수컷을 선호한다. 프랑스 진화유전체종분화연구소 프레데릭 메리 박사팀이 2009년 5월 발표한 결과다.

실험에서 암컷 초파리는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잘 자라지 못한 수컷 초파리가 매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수컷이 다른 암컷과 짝짓기 하는 행위를 보면 구애를 받아들이는 기이한 현상을 보였다. 메리 박사는 “이런 특징은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배우자 모방 선택’이라고 말한다. 암컷이 남들이 선택한 수컷을 다시 선택하는 이유는 후대에게 이로운 좋은 정자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임신을 해야 하는 암컷은 짝짓기 상대를 선택할 때 모험을 감행하기보다는 안전하고 보장된 상대를 고르는 경향이 있다. 물론 초파리의 경우를 사람에게 바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물고기나 새와 같은 동물 실험에서는 유사한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몇 번째 소개팅에서 선택해야 하나
미팅_img3 [그림 5] 출처 (GIB)

그렇다면 최적의 짝을 찾기 위해 몇 번의 탐색과정을 거쳐야 할까. 쉽게 말해 몇 번째 소개팅에서 운명의 상태를 선택해야 할까. 수학자들의 계산을 살펴보자. 평생 소개팅 할 기회가 100번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상대와 이전 상대 중 누가 더 나은지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지나간 상대에게 다시 연락할 수 없다. 한 번 지나간 버스는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 조합과 확률이다. 첫 만남이 최고일 확률은 100분 1, 1% 밖에 되지 않는다. 1명을 보고 그냥 지나보낸 뒤 2번째 만남이 최고일 확률은 5%로 올라간다. 2명을 본 뒤 그 둘과 비교해 세 번째가 최고일 확률은 8%로 올라간다. 그렇다고 마냥 많은 사람을 보는 것이 좋지는 않다. 99명을 본 뒤 남은 사람이 최고일 확률은 다시 1%다.

수학자들이 계산한 최댓값은 37번째로 37.1%가 나온다. 즉 소개팅 기회가 100번쯤 있다면 36명을 만나 본 뒤 37번째부터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이때부터 36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사람과 비교해 나은 사람을 결정하면 가장 좋은 선택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실제론 소개팅을 100번은커녕 10번 하기도 힘들다. 10번의 소개팅을 한다면 최댓값은 3번째로 39.9%였다. 적어도 2명은 만난 이후 판단을 한다면 가장 좋은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이 문제는 모 대학 수리논술 문제로 나오기도 했다.

이 계산이 주는 교훈은 100번의 소개팅이라면 정말로 37번째까지 기다리라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인생은 수학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다만 너무 성급히 결정하거나, 너무 재지는 않는 게 좋다. 그리고 이 사람이 정말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때는 뒤도 안 보고 잡아야 한다. 운명의 상대를 만난다면 그때는 확률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다.

필자 소개 / 김윤미

김윤미는 연세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대기과학을 전공하고 현재 과학 및 기상 기자로 일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어려운 과학을 쉽게, 매일 똑같이 보이는 날씨를 새롭게 뉴스로 전달할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하고 있다.

필자 소개 / 김종립

전 과학동아 기자.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과학사 및 과학철학협동과정을 졸업했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 기자 생활이 끝난 뒤에도 계속 스포츠 과학 동향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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