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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과 에이스의 밸런스 비밀

작성일 2016-04-18

|김종립

 

야구선수의 꽃은 에이스 투수와 홈런왕 타자다. 홈런왕과 에이스를 만드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그저 체격조건이 좋고 힘이 세면 에이스와 홈런왕이 되는 걸까?

야구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능력은 ‘밸런스’다. 예를 들어 한화에 있다가 미국 메이저리그로 간 류현진 선수는 한국 투수 중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를 가진 투수로 꼽힌다. 또 롯데에서 활약하다 일본으로 건너간 이대호 선수의 타격 비결로 밸런스를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도대체 밸런스는 무엇일까? 체조에 ‘밸런스’라는 기술이 있는데, 이는 연속 동작 중간에 잠시 멈춰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야구에서는 반대다. 타격이나 투구를 할 때 균형을 잃지 않고 연속 동작을 이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투수는 준비 자세부터 공을 던지고 난 후까지, 타자는 준비 자세에서 타격을 한 뒤의 스윙까지 밸런스가 유지돼야 한다.

야구밸런스_img2 [그림 1] 출처 (GIB)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일 때마다 움직이는 부분과 다른 부분에서 보상동작을 해야 한다. 적절한 보상동작이 없으면 몸은 자연스럽게 밸런스를 회복하기 위해 이런저런 반응을 하는데, 효율적인 운동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보자. 가만히 서서 오른쪽 다리를 들어보면, 무게 중심이 왼쪽으로 기울어지고 몸은 균형을 잡기 위해 자연스럽게 왼다리 바깥쪽 근육에 힘을 준다. 만약 이때 왼팔을 드는 식으로 보상동작을 해주면 왼쪽 다리의 긴장이 풀린다.

투수의 머리를 보면 밸런스가 보인다
야구밸런스_img1 [그림 2] 출처 (GIB)

이런 관점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공을 던질 때, 투수는 무릎을 끌어올렸다가 앞으로 내딛어 전진하는 힘을 만든다. 이어서 내딛는 발을 지면에 닿게 할 때 하체의 전진력이 관성을 통해 상체에 전달된다. 이때 꼬였던 허리와 어깨가 풀리며 지면과 수평으로 회전하고, 어깨와 팔꿈치가 지면과 수직으로 회전한다. 이렇게 움직일 때 몸의 각 부위는 허리가 시속 40~48km, 어깨가 시속 48~56km, 팔이 시속 104~120km로 순차적으로 가속하며 힘을 전달해 최종적으로 시속 160km의 공이 날아간다. 낭비 없이 힘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투수의 무게중심이 앞뒤, 좌우로 흔들리지 않고 던지고 싶은 방향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무게중심이 잘 유지된 상태를 투구 밸런스가 좋은 상태라고 한다.

좋은 밸런스를 갖기 위해서는 투구 동작 중 머리의 움직임과 착지하는 다리의 무릎과 발이 중요하다. 내딛는 발과 무릎은 유연하게 하체의 전진력을 상체로 넘겨준다. 또 상체가 회전할 때 생기는 회전력을 받쳐주며 밸런스가 좌우로 흔들리지 않게 막아준다. 이때 발과 무릎에 오는 부담을 허벅지의 안쪽 근육이 지탱하므로 투수들은 이 부위의 근육을 잘 단련해야 좋은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던질 때 머리의 움직임을 보면 밸런스가 좋은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던질 때 머리가 무게중심의 진행선 위에 있지 않고 앞뒤로 기울어져 있으면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다. 머리는 인체에서 가장 무겁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신체의 밸런스가 무너지기 쉽다. 머리가 기울어지면 던지고 싶은 방향과 다르게 몸이 기울어져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기 힘들며, 공이 일찍 손에서 떠나 위력이 감소한다. 투수가 공을 2.5cm 먼저 놓을 때마다 타자가 느끼는 체감구속은 시속 3.2km씩 감소한다. 타자가 공을 오래 볼 수 있어 투구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갖기 때문이다.

류현진 선수는 한국에서 가장 이상적인 투구 밸런스를 갖고 있다. 그는 하체의 중심이동보다는 상체의 회전력을 바탕으로 공을 던진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보폭이 적어 전진력이 크지 않지만, 큰 몸집에서 나오는 회전력이 뛰어나다. 몸집이 큰 선수들이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류현진 선수는 타고난 유연성을 바탕으로 최적의 밸런스를 유지한다. 그의 투구 동작을 보면 머리가 앞뒤로 쏠리지 않고 무게중심의 축을 따라 나오며 이를 지탱하는 하체가 잘 발달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밸런스 없이는 홈런도 없다
야구밸런스_img3 [그림 3] 출처 (GIB)

타자에게도 밸런스가 중요하다. 타격도 전진운동과 회전운동이 적절하게 결합돼야 방망이를 통해 공에 힘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타자는 대개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 어깨 넓이 정도로 발을 벌리고 있다. 투수의 투구 타이밍에 맞춰 무게중심을 뒤로 옮겼다가, 다리를 뻗거나, 몸의 중심을 살짝 움직이는 식으로 전진운동을 한다. 이때 만들어진 전진력은 이미 시작된 배트의 회전운동에 전해져 날아오는 공을 쳐낸다.

타격에는 회전운동을 중시하는 이론과 전진운동을 중시하는 이론이 있다. 회전 운동을 중시하는 이론에서는 상체의 회전을 중시하고 하체는 중심이동보다는 상체를 지지하는 데 더 큰 역할을 부여한다.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주장한 이 이론은 덩치가 큰 선수에 적합하다고 한다. 덩치가 크면 중심이동을 하면서 상체 밸런스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중심이동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상체의 회전만으로 공을 배트의 중심에 맞히는 데 집중한다.

이에 반해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타격코치인 찰리 라우는 전진운동을 더 중요시한다. 하체의 중심이동을 통해 힘이 잘 전달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하체의 중심이동이 크면 상체의 밸런스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밸런스를 잡기 쉬운 체구가 작은 사람에게 유리하다.

최근에는 찰리 라우의 이론보다 테드 윌리엄스의 회전운동 이론이 주목받고 있다. 갈수록 투수들이 던지는 변화구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변화가 심해져 타자들이 밸런스를 잡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투구에 대응할 시간을 확보하며 더 많은 힘을 전달하기 위해 하체의 전진거리를 줄이고 상체의 회전력을 극대화하는 타격이 강조되고 있다. 이대호 선수도 회전운동을 중시하는 타격을 한다. 이대호 선수는 다리를 높이 올리지만 보폭이 크지 않다. 밸런스를 잡는 시간을 줄여 투구를 더 오래 보기 위해서다.

이대호 선수는 타격을 준비할 때 배트를 어깨에 메고 있다가 전진운동을 위해 다리를 들 때야 배트를 세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다. 다리를 들 때 반작용으로 인해 무게중심이 뒤로 치우치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 무게중심을 중심으로 대각선 방향에 있는 팔꿈치를 몸의 중심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에 배트를 세워 자연스럽게 밸런스를 맞춘다. 다리를 내딛을 때도 비슷하다. 이대호 선수는 다리를 내딛을 때 몸의 중심으로 끌어당겼던 배트와 팔꿈치를 뻗어 밸런스를 유지한 후 스윙을 시작한다. 타격의 예비동작부터 타격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본능적이면서도 많은 고민이 담긴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필자 소개 / 김종립

전 과학동아 기자.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과학사 및 과학철학협동과정을 졸업했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 기자 생활이 끝난 뒤에도 계속 스포츠 과학 동향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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