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 우라늄탄의 진실

핵무기? 건강에 위험? 열화 우라늄탄의 진실
한때 미군기지 사격장에서 미군들이 쓰던 열화(劣化) 우라늄탄을 놓고 시끄럽던 때가 있었다. 이름에 ‘우라늄’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걸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 같은 핵무기로 오인하는 분도 계셨고, 이 열화 우라늄탄이 많이 쓰인 전쟁, 특히 걸프전에 참전한 병사들이 원인모를 병(이른바, 걸프전 증후군)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건강에 유해한 무기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기도 했다.
우선 첫 번째 의문부터 풀어보자면, 열화 우라늄탄은 문자 그대로 우라늄을 사용한 탄약인 것은 맞지만, 절대 핵무기, 즉 핵분열이나 핵융합을 통해 생기는 빛과 열, 방사능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는 아니다. 열화 우라늄탄은 열화 우라늄으로 꽉 차, 철저히 운동에너지만을 사용해 목표물을 파괴하는 철갑탄이다.
열화 우라늄탄의 실체를 알자면 열화 우라늄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열화 우라늄이란 자연산 우라늄에 비해 분열성 동위원소인 U-235 함량(천연우라늄에 0.72% 들어 있다)이 적은 우라늄을 말한다. 열화 우라늄은 핵연료용 농축우라늄 생산 과정에서, U-235 함량을 높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원래는 폐기물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열화 우라늄은 밀도가 매우 높은 금속이다. 그 밀도는 19.1g/cm3으로, 전통적인 탄환의 소재인 납에 비하면 68.4%나 더 높다. 이는 텅스텐이나 금보다 살짝 낮은 정도의 밀도인 것이다. 그리고 오스뮴이나 이리듐(밀도가 제일 높은 금속)에 비해서도 84%에 해당하는 밀도를 지닌다. 이렇기 때문에 지름과 부피가 작더라도 납 탄환과 동일한 무게를 갖는 탄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지름과 부피가 작다는 말은 곧 공기저항이 적다는 말과 똑같다. 공기저항이 적다는 말은 그만큼 더 빠른 속도를 내고, 그 속도를 유지하기 쉽다는 뜻인 것이다. 그리고 속도가 빠르면 그만큼 큰 운동에너지를 낼 수 있어, 목표에 대한 파괴력도 그만큼 올라간다. 물론 같은 질량의 납 탄환에 비해 지름이 줄어들므로 단위 면적당 가해지는 운동에너지는 더욱 더 늘어날 것이고 말이다. 자기단조효과도 높아 목표를 관통한 후에도 탄체가 찌그러지지 않고 뾰족한 모양을 유지한다. 또한 높은 밀도 덕택에 뭔가를 지키는 장갑판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마그네슘처럼 가루가 되면 불이 잘 붙는 성질도 있기 때문에, 표적에 대한 소이효과도 있다. 즉, 열화 우라늄탄이 목표에 명중, 탄두 표면이 목표와의 마찰로 가루가 되어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목표와의 마찰열로 이 열화 우라늄탄 가루에 불이 붙는 것이다. 따라서 목표가 전차처럼 탄약이나 연료 등 인화성 물질을 만재한 경우, 목표를 관통할 뿐만 아니라 불까지 지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열화 우라늄탄은 재료비가 공짜나 다름없다. 열화 우라늄은 앞서도 말했듯이 폐기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열화 우라늄과 비슷한 특성을 가졌지만, 가격이 꽤나 비싼 텅스텐과 비교할 때 엄청난 이점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열화 우라늄은 원자력 발전용 핵연료 생산의 부산물이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을 많이 하는 나라일수록 많이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제일 많은 열화 우라늄을 보유한 미국의 경우 2002년 현재 48만 톤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이 이렇게 엄청난 열화 우라늄의 군사적 가치에 주목한 것도 당연하다 할 것이다.
미군의 M-1 전차는 장갑재와 전차 포탄에 모두 열화우라늄을 사용, 공격력과 방어력을 높이고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전차포탄을 시작으로, 각종 기관포탄은 물론, 심지어는 벙커 파괴용 항공폭탄의 탄두와 M-1 전차의 복합장갑에도 열화 우라늄이 쓰이고 있다. 현재 열화 우라늄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총 17~20개국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열화 우라늄은 분명 미량의 방사능을 가지고 있는(천연 우라늄의 60% 정도에 해당)데다 중금속이다. 게다가 목표에 명중되어 분말이 된 상태의 열화 우라늄은 인체에 흡입되기 상당히 쉬운 상태이다. 이를 흡입할 경우나 상처에 닿은 경우 열화 우라늄의 방사능으로 피해를 입을 것이 너무나도 뻔한 것이다. 대량의 열화 우라늄탄을 보유하고 있는 미군의 경우, 열화 우라늄탄의 보관, 운송, 분해시 미국 에너지부의 방사능물질 취급 인가를 받은 전문가의 입회가 필수적이고, 취급 인원들은 하나같이 방사능 피폭량을 알려주는 필름배지를 착용한다. 해외 주둔 미군의 경우도 실전 이외의 경우 열화 우라늄탄을 사격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미군 전차병의 경우, 전차가 피격되어 탈출해야 할 경우 바람을 안고 뛰어가라고 훈련받고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열화 우라늄탄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만이 아닌데다, 미군 전차의 장갑재에는 열화 우라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양세포와 실험용 쥐를 사용한 연구에 따르면 열화 우라늄에 장기 노출된 경우 백혈병, 유전자 이상, 생식기능 이상, 신경기능 이상 등이 나타난다고 보고되고 있고, 1991년 걸프전쟁 참전군인들의 자제들에게서 나타난 선천적 결함 중 상당수가 열화우라늄 중독에 의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렇듯 방사능 오염이라는 부작용이 상당히 큰 무기이기 때문에, 현재 여러 나라에서는 열화 우라늄의 군사적 사용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과연 강자의 대의가 정의가 되는 국제사회에서 이들 국가들의 반대가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글: 이동훈(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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