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포말이 배낭은 프레임 배낭보다 편할까?

왜 모포말이 배낭은 프레임 배낭보다 더 편하게 느껴질까?
전투배낭 속에 숨겨진 과학원리
흔히 ‘완전군장’ 또는 ‘완전무장’이라는 표현으로 더 익숙한 군용 전투배낭(전투배낭이라는 표현이 공식 표기이기는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한국군 병사들은 이 용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군대 생활을 해보신 분들에게는 무겁고 귀찮은 물건의 대명사로 각인되어 있겠지만, 그래도 이게 또 없으면 서러운 물건이다. 야전삽, 반합, 예비전투화, 예비전투복, 세면도구, 속옷, 침낭, 판초우의, 전투식량, A텐트 등 군인의 야전생활에 필요한 물품은 다 넣어가지고 다니기 때문이다.
2011년 현재 한국군에서 사용되는 전투배낭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모포를 ∩자 형으로 말아가지고 외부에 장착하는 방식의 전투배낭이 있다. 이 물건은 무려 창군기부터 1970년대까지 디자인과 재질이 약간씩 개선되어 오면서 현재도 후방부대와 예비군을 중심으로 계속 살아남아 있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그리고 1980년대 초반부터 배치되어 현재 대부분의 전방부대에서 주력으로 쓰이고 있는, 금속 프레임이 장착된 등산배낭 스타일의 전투배낭이 있다. 본고에서는 편의상 전자를 ‘모포말이 전투배낭’, 후자를 ‘프레임 전투배낭’으로 지칭하겠다. 제식 명칭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필자는 물론 필자 주변에는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전투배낭을 모두 착용해 본 사람들 중 이상하게도 구형인 모포말이 전투배낭이 신형인 프레임 전투배낭보다 더욱 편안하다는 사람이 많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모포말이 전투배낭(위)과 프레임 전투배낭(아래)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이유는, 모포말이 전투배낭이 프레임 전투배낭보다 더욱 사용자의 몸에 닿는 면적이 넓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배낭의 무게를 지지하는 부분이 프레임 배낭보다 훨씬 넓은 것이다.
프레임 전투배낭은 배낭이 사용자의 몸에 닿는 부분이라고는 양 어깨에 메어지는 배낭 어깨끈과 허리 받침대 등 세 군데의 좁은 띠 모양 부분뿐이다. 이 세 부분으로 배낭 무게를 모두 지탱해야 한다. 그러니 프레임 전투배낭을 메고 오랫동안 행군을 하면 괜히 누가 등 뒤에서 배낭을 잡아당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어깨와 허리에 극심한 압박감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프레임 전투배낭에 원래 부속된 어깨끈은 재질마저 너무 딱딱해, 많은 장병이 팔 절임에 지친 나머지 쿠션 효과가 뛰어난 사제 어깨끈을 사서 쓰고 있다. 그런데 모포말이 전투배낭은 어깨끈 외에도 배낭 전체가 착용자의 등에 착 들러붙게 된다. 이는 착용자의 등 전체로 배낭의 무게를 받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무게더라도 훨씬 넓은 면적으로 받칠 수 있다면 그만큼 덜 힘들게 메고 다닐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모포말이 전투배낭이 원시적이나마 ‘모듈러’ 설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프레임 전투배낭은 디자인적으로 보면 덮개와 외부주머니 2개가 붙은 하나의 큰 자루에 불과하다. 물건을 적게 넣는다고 해도 무게중심이 아래로 쏠릴 수밖에 없는 설계이다. 무게중심이 아래로 쏠리면 그만큼 순발력 있게 움직이기 불편해진다. 배낭에 짐을 넣을 때, 가벼운 물건을 먼저 넣고, 무거운 물건을 나중에 넣으라는 게 다 무게중심을 높여 기동성을 높이기 위한 방책이다.
모듈러 전투배낭
그런데 모포말이 전투배낭은 그렇지 않다. 배낭 내부 용적은 고작해야 전투복 2벌, 또는 A텐트 반 개를 넣으면 끝이고, 그 외의 모든 장비품은 외부에 결속된다. 따라서 무게중심이 아래로 쏠릴 일이 전혀 없다. 따라서 민첩하게 기동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물론 그렇다고 모포말이 전투배낭이 앞으로도 계속 쓰여야 할 뛰어난 물건이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모포가 외부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비나 진흙탕에 노출되면 그날 밤잠은 다 잤다. 게다가 모포를 포함한 각종 장비품을 결속하는 데도 꽤 요령과 시간이 필요하고, 요령 없이 결속하면 행군 중 풀려나가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는 프레임 전투배낭이 더욱 편리하다는 의견도 매우 많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모포말이 전투배낭의 두 가지 디자인적 특징은 내년부터 보급되는 한국군용 모듈러 전투배낭에 그대로 적용되어, 더욱 편리한 물품휴대를 가능케 하고 있다. 신형 모듈러 전투배낭에서는 일단 외장식 프레임을 없애고, 대신 등판을 겸한 내장식 프레임을 설치, 등에 착 달라붙어 무게분산이 쉬운 모포말이 전투배낭의 장점을 다시금 살리고 있다. 또한, 주배낭, 공격배낭, 보조배낭 등 3가지 구성품으로 나뉜 모듈러 설계를 사용, 필요에 따라 모두 부착해서 운용할 수도, 주배낭만 운용할 수도, 공격배낭만 운용할 수도 있게 함으로써 주요 장비품이 모두 외부에 안배되어 있어 무게중심이 잘 잡히는 모포말이 전투배낭의 특징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물론 모포말이 배낭과는 달리 모든 물품은 배낭 안에 수납되므로, 외부물질로 오염될 일은 없다.
신형 모듈러 전투배낭은 이렇듯 모포말이 배낭과 프레임 전투배낭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최소화시킨 물건이다.
글: 이동훈(과학 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 다음
- 천으로 총알을 막아라? 2012.03.26
- 이전
- 무탄피소총의 꿈, G-11 2012.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