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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로게이트 / Surrogates (2009년)

작성일 2011-12-19

 

써로게이트 / Surrogates (2009년)

 

SF 장르 영화 팬을 위한 영화

 

 

써로게이트는 제작 당시부터 제가 큰 기대를 하고 있었던 영화입니다. 먼저 한마디로는 호불호가 갈릴 영화라고 생각되는 영화였습니다. 제가 받은 느낌으로 <써로게이트>는 SF영화로서 기본은 한 영화가 아니라 충실히 표현한 영화라고 봅니다. 괜찮은 스토리 라인, 분명 SF 팬들에게는 진부한 아이디어로 느껴지겠지만, 영화에서 플럭 인앤아웃으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세계관을 이 정도로 잘 표현한 영화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도 좋았고 감독의 정돈된 연출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나름의 메시지도 있어서 부족한 점을 내세워 짚어내기가 꽤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감정 이입이 쉽지 않다는 부분을 들고 싶습니다. 저는 마치 터미네이터 3를 다시 본 느낌이 들었습니다. 딱히 못 만든 부분은 발견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환호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어떤 관점으로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반론을 제기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필자는 이렇게 보았다고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1. 써로게이트의 세계관  

 

근 미래에 인간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하여 아니 정확히 개발자의 의도로 묘사하자면 핸디캡이 있는 장애인을 위해 인간을 대신할 대리자(써로게이트)가 발명되게 됩니다. 사실 엄격히 말하면 써로게이트들은 지능을 가진 로봇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인간에 연결된 꼭두각시와 같은 존재입니다.

 

영화의 시작에 사이버 다인사의 파워 슈츠와 액티브라인사의 파워 로더들과 같은 기구들이 등장하고 결국 인간의 몸을 대신할 써로게이트의 등장을 보여주게 됩니다. 즉 지능이 있는 존재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고 인간의 노역을 대신할 존재가 탄생한 것입니다. 그리고 개발자의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써로게이트들은 인간들의 사회 활동을 거의 모두 대신하게 됩니다. 이렇게 갈등은 시작됩니다.

 

이는 블레이드 러너의 클론보단 매트릭스의 사이버 아바타와 같은 설정과 가깝습니다. 이런 설정의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말할 수 있지만, 이 미묘한 차이는 영화의 소재에 있어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모두 무거운 주제이지만 전자는 심리에 큰 비중을 두고 있고 후자는 신체적으로 야기된 이벤트를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지능이 있는 피조물에 대한 문제에 비중을 두는 전자의 경우, 창조자와 피조물의 역할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과 정체성이라는 물음이 쉽게 대입 되어 여러 가지 형태로 풀어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인, 로봇이나 아바타보다는 사용자가 느끼는 심정과 특정 시스템으로 야기되는 불합리한 문제를 다루게 됨을 보게 됩니다. 시스템에 대한 불합리성을 주인공이 인지하게 되며 일어나는 갈등을 그리게 됩니다. 그리고 당연하듯 <써로게이트>도 후자에 주안점을 둔 듯 이야기가 흘러가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저는 일반 관객들을 위해서는 메시지 보다는 강한 액션이나 다른 감성 장치들로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2. 써로게이트는 함께 호흡했는가?

 

써로게이트는 앞에서 한 이야기의 후자의 경우인 사용자와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근 미래 인간들은 써로게이트라는 대리 로봇에게 사회 활동을 일임하고 자신은 두문불출한 채 살아가게 됩니다. 사고와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돈을 벌고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집안에 안전하게 있다고 행복한 걸까요? 뇌파에 전송된 시그널로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걸까요? 이는 사실 상당히 무거운 주제라고 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를 메타포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영화는 그 문제를 제기하지만, 영화는 상영 내내 관객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조니 니모닉에서의 문제와 대동소이한 결과를 낳았다고 봅니다. 물론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 세계관을 잘 알고 가는 경우는 다르겠지만, 이런 설정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더욱 섬세한 터치가 필요했다는 생각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상당히 멋진 스트리를 보여주지만 결국 관객의 이야기는 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매트릭스의 예를 들어 보면 관객들은 SF영화 팬이나 일반 관객들 모두 영화 곳곳에 장치해둔 설정에 의해 결국 관객들은 매트릭스의 세계관이 나의 세계관이 될수도 있겠구나라고 인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써로게이트>에서는 그 장치가 너무 빈약해 보였습니다. 과거 SF영화에서 보여준 나래이션 스타일의 주입식 감정 이입을 극 초반에 시도하는데, 이런 방법은 이미 80년대에도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SF영화 중에 대표적 성공작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스타워즈입니다. 이 영화는 어떤 영화보다도 강력한 볼거리로 제공해 관객을 마음을 빼앗았습니다. 감동으로 관객을 무장해제 시켜 버렸습니다. 터미네이터 또한 짜임새 있는 긴장감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며 관객과 호흡을 함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제가 되었던 <디스트릭트 9>는 다소 변칙적이기도 했으나 관객과의 호흡에는 성공한 영화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써로게이트>는 관객과의 호흡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앞서 말한 인간 내면의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 그런 내용이 관객의 공감을 쉽게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전제로 진행돼 버린 듯한 섣부름이 보입니다. 그리고 관객의 감동을 이끌기 위한 계획된 반전도 예측 가능한 것이었기에 큰 감흥을 이끌어내지 못한 듯합니다.   

 

아쉽지만 그래도 SF 팬으로서 <써로게이트>는 분명히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대리 로봇들이 이끌어가는 세계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모든 것을 원상태로 돌리려는 창조주(?)와 그리고 인간의 모든 감성을 기계로 느낄 순 없다는 진지함 등이 우리가 이 시점에서 한번쯤은 생각해 볼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감독이 관객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만든 영화가 소수취향의 영화로서 컬트 영화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자주 목격해 왔습니다. 이번 <써로게이트> 역시 이런 세계관의 초걸작 영화가 앞으로 나오지 않는 한은 당당히(?) 컬트 영화의 대열에 합류할 공산이 커 보입니다.

 

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편집도 몇 곳이 보였는데, 아마도 이런 부분은 감독의 의도와는 다른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런 난해함과 아쉬움이 있는 영화지만, 그래도 SF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영화를 보고 크게 후회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감   독  조나단 모스토우

스토리  로버트 밴디트(원작), 존 브란카토, 마이클 페리스

출   연  브루스 윌리스, 라다 미첼, 로잘먼드 파이크, 보리스 코조, 빙 라메즈, 제임스 크롬웰

음   악  리차드 마빈

촬   영  올리버 우드

편   집  배리 제틀린, 케빈 스팃

 

글_유상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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