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천고택 조견당 ② - 빛을 과학으로 푼 지붕과 처마, 그리고 기와

주천고택 조견당 ②
빛을 과학으로 푼 지붕과 처마, 그리고 기와
조견당의 안채 모습, 아름다운 처마와 시원한 대청마루가 돋보인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한옥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을 뽑으라면 무엇일까? 기둥이나 대들보, 추녀도 중요하지만 한옥을 오래 보존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지붕이다.
한옥은 나무와 흙, 돌을 주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습기에 무척 약하다. 이 때문에 혹시나 지붕에서 물이 샌다면 집을 지탱하는 기둥이나 대들보, 추녀, 서까래가 썩어 집을 오래 건사하기 힘들다. 그래서 예로부터 한옥을 지을 때 목재와 함께 집을 짓기 전 먼저 준비했던 것이 바로 질 좋은 기와였다고 한다. 지붕의 중요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옥의 지붕은 집을 보호하는 장치뿐만 아니라 채광과 냉난방을 보조하는 역할까지 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나라다. 한 여름 낮 태양이 가장 높이 걸리는 남중고도는 77도로 거의 머리 위에서 아래로 내려 쬐듯 태양빛이 강해, 날이 뜨겁고 낮이 길다. 하지만 한 겨울에는 남중고도가 약 30도로 비스듬하게 햇빛을 받아 춥고 낮이 짧다. 우리나라의 지붕은 이런 계절적 특색에 맞게 지붕과 처마(기둥 중심으로부터 밖으로 돌출되어 있는 지붕의 끝 부분)가 만들어졌다. 이 처마의 끝 선과 기둥의 끝부분을 연결하면 기둥과의 각도가 약 30도를 이룬다.
하지와 동지의 남중고도일 때의 처마 기능.
ⓒ 한국과학창의재단
이 때문에 한 여름의 햇빛은 처마의 돌출 각도 때문에 햇빛이 마루에까지 침범하지 않아 더위를 막을 수 있고, 한 겨울에는 마루 끝까지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집안에 오랫동안 온기가 들어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런 처마의 특징은 채광과 냉난방을 초롱불과 온돌로만 해야 하는 옛 전통 가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이며, 자연에 순응하되 자연이 주는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우리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붕의 이런 우수성은 과학적 지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한옥의 지붕은 반듯한 직선 대신 완만한 곡선이 거의 모든 곳을 채우고 있다. 처마를 비롯해 지붕의 등허리를 높인 용마루, 처마로 내려오는 추녀마루 등 지붕의 대부분이 아름다운 현수곡선으로 이어져 있다. 현수곡선은 동일한 높이의 두 지점 사이를 연결한 실이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내려오는 느슨한 곡선을 말하는데 이런 현수곡선의 자연스러운 선은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준다.
우리나라 지붕의 아름다운 곡선은 시각적 아름다움만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붕 양 끝이 아래로 처져 보이는 착시현상을 방지할 수 있어 기능적으로도 뛰어나다.
이런 지붕이 가진 과학적, 기능적, 시각적 특징은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만의 특징으로 우리나라 전통과학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볼 수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고택 속 숨은 이야기와 전통과학>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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