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학인당 ② - 한옥,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빚어내다

전주 학인당 ②
한옥,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빚어내다
짚이나 갈대 등을 사용해 지붕을 얹은 집을 초가집, 기와를 사용해 지붕을 얹은 집을 기와집이라고 한다. 이렇듯 어떤 집이든 건축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집의 이름부터 시작해 그 특징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한옥이라 하면 기와집을 가리키는데, 한옥을 지을 때 사용한 재료에는 공통점이 있다. 나무, 흙, 돌 등 자연친화적이고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한옥의 뼈대를 이루는 기둥과 지붕에 쓰인 서까래, 마룻바닥 등은 모두 나무를 사용했다. 창호나 벽, 천장, 바닥 등 온 집안 내부에 바르는 한지 역시 주재료는 닥나무다. 바닥에 한지를 바를 때는 방수를 위해 한지에 콩기름을 발라 마무리했다. 한지는 앞에서 언급했듯, 숨을 쉬는 종이다. 문이 닫힌 상태에서도 자연환기가 가능한 것이다. 또한 습도도 조절해 준다. 실내에 습기가 많을 때는 그 습기를 흡수하고 있다가, 실내가 건조해지면 머금고 있던 습기를 다시 증발시킨다. 얇은 두께에 비해 추위를 막는 데도 효과적이다. 햇빛 역시 적절히 차단시켜 채광을 조절해 준다.
창호는 물론 천장, 벽, 바닥 등 사면에 발린 한지.
ⓒ 한국과학창의재단
흙은 다양하게 사용됐다. 바닥과 벽을 비롯해 지붕에 얹는 기와 밑에도 흙을 발랐다. 바닥과 벽에는 흙과 짚을 물에 개어서 발랐다. 흙은 겨울에는 냉기를 차단하고 여름에는 열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벽과 바닥, 지붕 등 사면을 흙으로 메워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쓰인 흙은 황토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함수 산화철과 무수 산화철을 함유한 규토와 흙으로 이루어진 자연 상태의 흙으로, 그 효능은 익히 알려져 있다.
황토가 인체에 좋은 작용을 한다고 알려진 후 황토집, 황토로 염색한 천, 황토팩 등 다양한 황토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황토에는 카탈라아제, 디페놀 옥시다아제, 사카라제, 프로테아제라는 효소 성분이 들어 있어 독소 제거 및 분해, 비료 요소, 정화 작용 등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화력, 분해력이 있는 황토는 인체의 독을 제거하는 역할을 해 제독제나 해독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황토의 가장 근본적인 효능은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에 있다. 원적외선은 세포의 생리작용을 활발히 하고 열에너지를 발생시켜 유해 물질을 방출하는 광전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박공면에 사용된 빨간 벽돌은 건축 당시 일본에서 들어온 재료.
ⓒ 한국과학창의재단
전통적인 한옥의 형태에서 개화기 이후에는 근대문물을 반영한 한옥들이 나타났다. 학인당은 구한말 근대화시기에 도입된 새로운 재료를 사용해 한옥의 단점을 보완했다. 콘크리트를 사용해 기초를 단단히 고정시켜 지하의 수맥으로 인한 불안정한 지반을 극복한 것이 한 예이다. 지붕에 사용된 빨간 벽돌도 일본에서 들어온 재료다. 하인방의 하부와 박공면지붕의 끝머리에 ‘Λ’ 모양으로 생긴 부분, 굴뚝에 이 벽돌을 사용해 흙벽이 비에 쓸려가지 않도록 내구성을 강화했다. 이렇듯 전통적으로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해 지어졌던 한옥은 개화기 이후 재료에 조금씩 변화를 줘 한옥의 단점을 개선해 나갔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고택 속 숨은 이야기와 전통과학>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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