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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우주를 꿈꾸다③] 외계 생명체 탐색

작성일 2013-11-18

 

 

 

 

 

외계 생명체 탐색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이정모 관장

 

 

 

 

크고도 넓은 우주

 

우주를 일컫는 영어 단어에는 ‘하나로 합쳐진 것’이라는 뜻이 담긴 universe, ‘질서와 조화’라는 뜻이 담긴 cosmos가 있다. 그런데 요즘은 우주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서 소위 멀티버스(multibus)란 말도 생겨났다. 또 초신성이 폭발하여 없던 별이 생기고, 곳곳에 숨어 있는 블랙홀이 별을 잡아먹고, 은하계가 서로 충돌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으며 우주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데 우주를 ‘질서와 조화’라고 부르기에는 좀 뭐하다.

꼭 이런 이유에서는 아니지만 영어권 사람들은 우주를 흔히 space라고 부른다. 공간. 빌 공(空), 틈 간(間), 텅 비어 있는 틈이라는 뜻이다. 밤하늘에 별이 저렇게 많은데, 은하수는 마치 우유를 뿌려놓은 것처럼 촘촘하게 별이 박혀 있는데 텅 빈 공간이라니…. 그런데 우주는 텅 빈 공간이 맞다.

태양을 떠난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은 8분 19초. 그 거리는 1억 5천만 킬로미터다. 도저히 감히 잡히지 않는 거리다. 태양계를 100억 분의 1로 축소해 보자. 그러면 태양은 지름 14센티미터의 큰 사과로 크기가 줄어든다. 그러면 지구는? 볼펜 끝을 잘 보면 구르면서 잉크를 내보내는 작은 구슬이 있다. 바로 그 크기가 된다. 그리고 태양과 지구의 거리는 15미터. 수성, 금성, 화성은 지구보다도 작지만 그냥 볼펜 끝의 구슬이라고 하자. 목성과 토성은 제법 크다. 구슬치기할 때 사용한 커다란 유리구슬 정도다. 해왕성과 천왕성은 콩알로 표현할 수 있다. 100억 분의 1로 축소된 태양계의 면적은 축구장 300개 크기. 그 한 가운데 사과가 하나 있고 볼펜 구슬 몇 개, 유리구슬 두 개, 콩알 두 개가 흩어져 있다. 그게 태양계다. 태양계는 텅 비어 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빛이 도달하려면 4년 4개월이 걸린다. 그 거리가 감이 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100억 분의 1로 축소해보자. 그 거리는 미국 대륙의 너비로 줄어든다. 태양이 대서양에 발 담그고 있는 사과라면, 가장 가까운 별은 미국 대륙을 가로질러 태평양에 발 담그고 있는 셈이다. 미국 대륙을 건너는 동안 아무 것도 없다. 암흑이다. 우주는 텅 빈 공간 맞다. 우주는 정말 크고도 넓다.

 

 

 

 

 

과연 우리뿐일까?

 

‘이 광대한 우주에 우리뿐일까? 우주는 과연 공간을 낭비하고 있을까?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는가? 잠시만 생각해보면 이 광대한 우주에 우리만 존재한다고 믿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태양계의 나이는 50억 살, 지구의 나이는 46억 살. 지구가 생긴 지 단 8억 년 만에 지구에 생명이 생겼고 그때부터 30억 년이 지나자 우리 인간이 탄생했다. 태양계에 인간과 같은 지적생명체가 탄생하는 데는 50억 년이면 충분했던 것이다. 그런데 수천 억 개의 별을 품고 있는 우리 은하의 나이는 100억 살이다. 태양이 생길 때 이미 50억 살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따지면 지구가 생길 무렵에 우리 은하의 다른 행성에는 지적생명체가 충분히 생겼을 수가 있다. 게다가 수천 억 개의 은하를 품고 있는 우주의 나이는 138억 살이나 된다. 이렇게 크고 오래된 우주에 우리만 살고 있다고? 그걸 상상하는 게 이상한 일이다.

외계 지적생명체, 그러니까 외계인을 현대인이 처음 상상하는 것은 아니다. 옛날에도 지구 밖에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원 전 6세기에 살았던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와 아낙시만드로스 역시 우주에 수많은 행성이 존재하고 인간 같은 생명체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게 상식이다. 그런데 권위주의가 문제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하는 말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풍토가 2천 년 이상 유럽을 지배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었다. 지구는 우주에서 특별한 존재이며 이곳에만 생명이 존재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누구나 알지 않는가? 지구는 우주의 중심도 아니고 특별한 존재도 아니다. 따라서 이곳에만 생명이 존재해야 할 이유도 없다.

 

 

 

 

 

지적인 외계생명체와 만날 가능성은 없다

 

지구가 특별하지 않다면 우주에는 생명체가 얼마나 있을까? 상상하기 어렵고 관찰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1961년 미국의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인간과 교신할 수 있는 지적인 생명체만 관심을 갖기로 했다. 그들도 우리만큼 똑똑하다면 우주로 전파를 보낼 수 있을 것이고, 전파는 얼마든지 멀리 갈 수 있으므로 우리와 교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드레이크는 지적인 생명체가 외계에 얼마나 존재할지를 추정하는 방정식을 세웠다. 방정식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고 그 변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지적 외계문명의 수는 수만~수십 억 사이에 놓이다. 어쨌든 지적인 생명체는 수없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UFO는 있는 것일까? UFO는 있다. UFO는 ‘미학인비행물체’라는 뜻이다. 무엇인지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비행물체는 모두 UFO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샀다가 손에서 놓친 은박지 풍선일수도 있고, 축구 중계 TV 카메라 앞에 날던 하루살이일수도 있으며, 유리창에 비친 형광등 불빛일수도 있다.

다만 외계에서 날아온 지적인 문명의 비행체일 가능성은 낮다.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냐고? 앞에서 말했다. 우주는 텅 빈 공간이라고. 지구에서 쏘아올린 우주탐사선이 태양계를 벗어나는 데에 35년이 걸렸다.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 데는 5만 년이 걸릴 것이다. 외계에서 우리 지구로 오는 데도 같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들은 더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 않겠냐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물리법칙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그 어떤 것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 또 단지 시간과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물리학자들은 인간을 태운 우주선을 가장 가까운 별까지 보내는 데는 태양계의 에너지 전체가 필요하다고 계산한다. 외계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에너지를 어떻게 담을 것이며, 또 그렇게 해서 얻을 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할 것인가?

드레이크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단지 외계에서 오는 전파신호였다. 지금도 전파를 통해 외계지적생명체와 접촉하려는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외계지적생명체탐사)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다.

 

 

우주생물학

 

인류의 조상은 700만 년 전 침팬지와 갈라서고 200만 년 전 직립하여 두 발로 걷기 시작하였으며, 최후의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쯤 아프리카를 떠났다. 그들은 능숙하게 도구를 제작하였고, 탐험 끝에 전 지구에 퍼졌다. 우리가 바로 그들이다. 우리는 달에 사람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지구 바깥에 있는 생명을 찾고 있다. 그걸 우주생물학이라고 한다.

우주생물학자들은 우리 같은 지적인 생명체를 찾고 있지 않다. 그들이 애타고 찾고 있는 것은 맨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이며, 그들이 눈독을 드리고 있는 장소는 태양계 바깥의 다른 행성이 아니라 화성이나 목성의 달인 유로파 아니면 목성과 토성의 다른 위성들이다.

이런 곳에서 아주 작은 미생물을 발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구 밖의 다른 행성에도 생명이 발견된다는 것은 조건만 맞는다면 언제 어디서나 생명체가 생기고 진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가 발생할 수 있다면 이제 생명체는 수천억 개의 다른 은하계에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생명의 존재는 지구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우주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우주생물학자들은 화성에 큐리오시티 같은 우주 사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들이 가장 열심히 탐구하는 곳은 역시 지구다. 그들은 지구 표면 아래 깊숙이 내려가거나 남극 빙하 속으로 깊을 터널을 파고 들어가거나 화산을 뒤지고 옐로우스톤 같은 뜨거운 온천 속이나 깊은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열수구로 간다. 이처럼 생명은 도저히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지던 가장 극단적인 곳에서 생명체를 찾는다. 그들은 이런 곳에서 미생물을 발견하였다. 우주선이 외계 행성에 도착했을 때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햇빛이나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만들어진 생성물과 접촉해 본 적이 없는 지구 표면으로부터 수 킬로미터 아래에 있는 남아프리카의 광산, 깊은 바다나 산성 또는 염기성의 비소와 같은 독성으로 둘러싸인 호수에서 어떤 원시생명의 형태가 발견된다면, 같은 일이 화성이나 목성 또는 토성의 위성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겨우 미생물을 발견했다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지구에서 생명체가 발생한 것은 38억 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30억 년 동안은 단세포 박테리아의 형태로 존재했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크기의 생명체로 존재한 기간은 불과 5억 년밖에 안 된다. 그리고 인류가 침팬지와 갈라선 게 불과 700만 년 전의 일이다. 우주에서 미생물을 발견했다는 것은 그들도 시간만 있다면 언젠가 우리와 같은 고등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우주의 다른 곳에서는 이미 지구와 같거나 더 오래 전에 생명체가 발생하여 우리와 같은 고등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강조하건데 우주는 이미 138억 살이나 되었다.

남극대륙에의 동쪽 고원 보스토크 표면은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이다. 그런데 보스토크 표면의 빙하 4.8킬로미터 아래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다. 빙하의 무게와 압력 그리고 호수 밑에서 화산활동을 하는 마그마가 존재하는 열점이 있어서 호수는 항상 물로 존재할 수 있다. 보스토크 호수에서는 미생물들이 발견된다. 우주생물학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큐리오시티

 

 

목성의 달인 유로파의 표면은 25킬로미터에 달하는 얼음으로 덮여 있다. 그런데 그 아래에는 깊이가 거의 100킬로미터에 달하는 바다가 있다. 여기에는 지구 바다보다 두 배나 많은 물이 있다. 액체 바다는 생명이 살 수 있는 곳이다. 지구에서도 그런 곳에서 생명이 발견된다. 보스토크 호수에서 미생물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유로파의 바다에도 생명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우주생물학은 지구 밖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큐리오시티 탐사선은 화성에서 흐르는 강으로 만들어진 퇴적구조를 발견하였고, 2009년에는 화성 대기에서 메탄가스를 발견하였다. 지구의 경우 메탄가스 중 90퍼센트는 생물활동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화성에도 생명이 적어도 한 때는 있었다는 이론이 활력을 얻게 되었다.

 

 

왜 우주에서 생명을 찾는가?

 

도대체 우리는 왜 외계생명체를 탐색하는가? 그들을 찾아서 뭐하려고? 싸워서 그들이 가진 것을 빼앗으려고, 아니면 그들의 앞선 기술을 배우려고? 우리에게 도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렇게 힘들여서 외계생명체를 찾으려고 할까? 외계생명체 탐색의 근본적은 목적은 우리를 알기 원하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생명은 어떻게 탄생하였을까?’ 이것이 우주생물학이 탐구하는 질문이다.

1977년 태양계 탐사를 위해 발사된 보이저 1호가 지난 9월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났다. 보이저 1호는 명왕성을 향하던 1990년 방향을 틀어 지구 사진을 찍었다. 탐사선에 반사된 한 줄기 햇빛에 놓인 지구를 보고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창백하고 푸른 점(a blue pale dot)’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저것은 바로 여기입니다. 저것은 고향이며, 바로 우리입니다. (…)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극장의 아주 작은 무대에 불과합니다. (…) 우리의 행성은 광활한 우주의 어둠에 둘러싸인 하나의 외로운 얼룩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어둠에서 우리를 구해줄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 나에게는, 이 사진이 서로에게 좀 더 친절하고 동정심을 가지고 대하며, 우리에게 알려진 단 하나의 고향인 창백하고 푸른 점을 보전하고 소중히 여길 우리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듯 느껴집니다.

 

외계생명체탐사와 우주생물학은 결국 지구의 생명, 특히 인류를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우리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우리와 지구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외계의 지적생명체와 직접 교신하지 못하더라도, 화성이나 목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이것만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는 성공한 것이다.

 

 

 

 

 

사진출처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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