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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만나다] 2013 노벨생리의학상, ‘세포내에는 택배회사가 있다’

작성일 2013-10-29

 

 

세포내에는 택배회사가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김대수 교수

 

 

 

노벨상은 과학자들의 꿈입니다. 상금이 많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노벨상 수상자란 새로운 이론이나 법칙을 발견한 자신의 이름을 과학의 역사에 영원히 남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생물학 및 의학과 관련된 놀라운 사실들을 밝혀낸 과학자들에게 주어지는데요. 올해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제임스 로스먼(63)과 랜디 셰크먼(65)교수, 토마스 쥐트호프(58)교수가 받게 되었습니다.

 

 

 

 

그림1 세포의 구조

 

 

 

이들 과학자들이 무슨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였을까요?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포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합니다. 세포의 크기는 1밀리미터의 백분의 일 정도입니다. 이렇게 작은 세포를 서울특별시 만큼 확대해 보면 서울시 경계부분에 세포막이 존재합니다. 세포의 중앙에는 유전자인 DNA가 들어있는 핵이 존재합니다. 핵 속에서는 DNA정보를 활용해서 RNA가 만들어지고요, 핵을 빠져나온 RNA에 리보솜이 달라붙어 단백질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1974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클라우드, 팔레이드, 듀브 박사는 이렇게 리보솜에 의해 만들어진 단백질은 소포체라는 주머니 구조 속으로 들어간 뒤에 다시 골지체로 이송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소포체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공장이고 골지체는 단백질을 포장해 필요한 곳에 배달하는 택배회사인 셈입니다. 수 천개의 단백질들이 세포 안과 밖으로 적절하게 배달이 되어야 생명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데요. 어떻게 단백질이 필요한 위치로 정확하게 배달되는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랜디 셰크만 교수는 효모의 돌변변이들을 관찰했습니다. 그랬더니 23 개의 유전자들이 단백질 배송에 관련된다는 사실을 밝혀내었습니다 (그림 2). 특히 이들 유전자들 중 sec17 과 sec18 유전자는 단백질은 막에 포장하는데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택배를 보내려면 포장이 잘 되어야 하듯이 단백질도 막으로 포장이 되어야 제대로 배송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그림2  셰크먼 교수가 발견한 돌연변이.

 

정상 효모 (좌) 과 비교하여 돌연변이

 

(우) 는 단백질 덩어리가 분비되지 못하고 세포내에 쌓여있다.

 

 

 

로스먼 교수는 택배회사인 골지체를 공략했습니다. 골지체를 모아 골지체 막에 존재하는 단백질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NSF 와 SNAP 이라는 두가지 단백질을 발견했고요. 이 두 가지 단백질을 미끼로 해서 역사상 길이 남을 단백질인 SNARE를 발견하였습니다. 스네어 (SNARE)  단백질은 배가 항구에 정착할 때 쓰는 갈고리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단백질이 포장된 소포의 막에 있으면서 이 포장된 막이 적절한 곳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세포막과 결합하면 소포 내에 있던 단백질이 세포 밖으로 분비되는데 이를 ‘외포작용 (exocytosis)' 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단백질 분비가 아무 때나 이루어지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쥐트호프 박사는 이러한 단백질 분비가 세포내 칼슘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시냅토가민 (Synaptogamine) 이라는 단백질이 있어 칼슘과 결합하면 비로소 외포작용이 개시되고 단백질이 세포 밖으로 분비된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단백질 수송에 관한 연구는 1979~1993년에 발표되었으니 34년 만에 노벨상 수상으로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을까요? 새로운 과학적 발견은 처음에는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단백질 운송에 대해 연구해 보니 중요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림3  로스먼 교수가 발견한 스네어 단백질 (노란색) 은

 

외포작용을 통해 단백질이 세포 밖으로 분비 될 수 있도록 한다.

 

쥐트호프 박사가 발견한 시냅토가민 (보라색)은

 

칼슘이 있을 때만 외포작용이 일어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인슐린이 부족하면 당뇨병에 걸립니다. 혈액에 있는 당 성분을 세포내로 흡수하는데 인슐린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인슐린은 췌장세포에서 만들어지는데 세포 밖으로 분비되는데 단백질 수송기능이 중요합니다.  인슐린이 분비가 잘되기 위해서는 로스만과 쉐크만 교수가 발견한 단백질 배송기능이 필요하고 쥐트호프 교수가 발견한 칼슘신호 단백질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훗날 밝혀졌습니다.

 

 

또한 뇌 속에 존재하는 수 백억개의 신경세포는 신경전달 물질이라는 화학물질로 신호를 전달합니다. 신경세포 내에서 만들어진 신경전달 물질들이 분비되기 위해선 역시 단백질 수송을 담당하는 단백질들과 칼슘신호가 필요합니다.  만일 이러한 신경 신호전달에 이상이 생기면 파킨슨 병, 알츠하이머병, 정신분열증 등 다양한 뇌질환이 생기게 됩니다.

 

 

처음에 효모에서 단백질 수송이 궁금해서 시작된 연구가 우리 몸의 다양한 생리학적 기능을 설명하는 거대한 이론으로 발전하게 된 셈입니다.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 산하 노벨상위원회는 이러한 중요한 이론을 처음 발견하는데 공헌한 사람들을 역 추적하여 찾아내어 노벨상을 수상합니다. 멀게만 보이는 노벨상이 실상은 아주 작은 발견에서 시작됩니다.

 

 

불행히도 현재까지는 우리나라 과학자들 중에는 노벨상이 없습니다. 중요한 이론이나 법칙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은 숨기를 좋아한다’ 라고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했는데요. 그만큼 자연의 원리를 발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자연의 원리에 도전하여 노벨상을 타는 날이 곧 오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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