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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괴짜들’의 무대, 이그노벨상은?

작성일 2013-10-24

마크 에이브러햄스(Marc Abrahams)는 사람들을 웃게 하고(LAUGH) 생각하게(THINK) 만드는 연구에 대해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로 사람들을 웃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업적들에 대해 명예를 표하는 ‘이그 노벨상’의 창시자다.

웃게 하라, 그리고 생각하게 만들어라

잡지사 편집자로 일할 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굉장히 훌륭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몰라주는 것이 안타까워 그들을 칭찬해 주기 위해 이 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매년 10월 하버드 대학교에서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이 직접 시상하고 인터넷과 NPR(미국 공영라디오방송)에서 방송된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를 '미국의 학구적 그런지(grunge)의 구루'라고 불렀다. 미국 의학협회저널(JAMA)은 그에게 '과학계의 장난꾸러기'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는 영국 유명 일간지 가디언의 고정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그가 운영하는 과학유머 잡지 '기발한 연구'의 편집진은 50여 명의 저명한 과학자들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아홉 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세계 최고 IQ 기록 보유자인 마릴린 보스 새번트(Marilyn Vos Savant) 그리고 유죄판결을 받은 중범죄인도 한 명 포함돼 있다.

하버드대학 응용수학과를 졸업했으며 몇 년 동안 커즈와일 컴퓨터(Kurzweil Computer Products)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문자 판독 기계와 같은 광학적 문자 판독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했고 후에 위즈덤 시뮬레이터(Wisdom Simulators)라는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설립했다.

흉내 낼 수 없거나 흉내 내면 안 되는 업적을 일구어야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떼돈을 벌고 있는 그는 ‘마크 에이브러햄스: 기발한 기업가의 연보(Marc Abrahams: Annals of an Improbable Entrepreneur)’라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케이스 스터디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는 1991년 노벨상을 패러디하여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을 만들었다. 이 상은 '흉내낼 수 없거나 흉내내면 안 되는(that cannot, or should not, be reproduced) 업적' 을 이룬 사람에게 수여된다. 매년 가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1~2주 전,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 시상식을 가진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논문을 심사하고 시상에도 직접 참여한다.

이 상의 이름은 비천한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이그노블(Ignoble)과 노벨(Nobel)을 합성하여 만들어졌다. 이그 노벨상은 상금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에 참석하는 어느 누구에게도 교통비나 숙박비는 지불되지 않는다.

시상 부문은 유동적이나 대체적으로 노벨상의 여섯 부문(물리학 ? 화학 ? 의학 ? 문학 ? 평화 ? 경제학)에 생물학이 추가된 7개 부문이 거의 고정적이며, 그때그때 필요한 부문이 추가로 시상돼 최근에는 10개 분야로 늘어났다.

보통은 실제 논문으로 발표된 과학적인 업적 가운데 재미있거나 엉뚱한 점이 있다고 판단되는 논문의 저자에게 상을 준다. 과거에는 원시적인 치료방법인 동종요법(同種療法)에 대한 연구와 교과 과정에서 진화에 대한 내용을 제외할 것으로 결정한 캔자스와 콜로라도 주의 교육위원회를 비꼬기 위해 상이 수여된 적도 있었다.

종말론 계속 주장한 목사들에게는 수학상을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한 코오롱의 권혁호 씨가 환경보호상을, 2000년에는 통일교 문선명 교주가 대규모 합동결혼을 성사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경제학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끊임 없이 종말론을 주장하며 휴거설(携擧說)을 퍼뜨린 이장림 목사가 수학상을 받아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목사 외에도 종말론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외국의 종교인 5명도 같은 이유로 수학상을 수상했다.

이그노벨상 주최측은 종말의 날을 맞추는 데 실패한 이들은 수학적 가설을 세우고 계산할 때 조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의미에서 상을 시상했다고 밝혔다. 좀더 과학적인 사실로 접근하라는 따끔한 충고였다.

가라오케 발명자에게는 평화상을

매년 출품작은 9천여 개에 달한다. 이 시상식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연설하게 되며 짧게 하라고 해도 길게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마침내 해법을 찾았다. 매년 아주 귀여운 8살짜리 귀염둥이가 무대 위에 함께 오른다. 귀염둥이가 생각하기에 그 사람이 너무 지루하다고 느끼게 되면 바로 가서 “제발 그만하세요”라고 직접 이야기한다.

수상자들 가운데는 이색적인 괴짜들이 많다. 일본의 이노우에 다이스케(井上大輔)는 가라오케를 발명한 공로로 평화상을 받았다. 그 이유는 뭘까? 결국은 가라오케를 통해 사람들이 서로를 좀 더 인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참으로 별난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아마 이런 동영상을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개구리가 중력이 아주 작은 우주에서 수영을 하듯이 조그마한 구멍에서 빙글빙글 돈다. 구멍에는 강한 자장이 흐른다. 소위 ‘개구리 자기공중부양(genetically levitation)’의 원리다.

2000년 자석을 이용하여 이러한 원리를 개발한 네덜란드 출신의 학자 안드레 가임(Andre Geim)과 마이클 베리(Michael Berry) 교수에게 이그노벨상이 돌아갔다. 이 공중부양원리에서 힌트를 얻은 가임 교수는 '2차원 물질 그래핀(grapheme)에 대한 창시적 실험'에 대한 연구에서 탁월한 업적을 인정받아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마스크로 쓸 수 있는 브래지어 제작자는 공중보건상

특이한 브래지어를 개발한 사람에게는 공중보건상이 돌아갔다. 비상시에 얼굴 보호 마스크로 작동하는 브래지어다. 수상자는 우크라이나에서 살고 있는 디자이너로 체르노빌 사태 이후 피해자들을 많이 치료해줬다. 과거 체르노빌에서 사고가 있었을 때 가장 위험한 것이 공기의 흡입이었다고 한다. 마스크만 있었더라도 지금만큼 고통 받지 않을 수 있었다며 이러한 아이디어를 냈다.

작년의 평화상 수상자는 아트라스 주아커스(Arturas Zuokas), 리투아니아 비니우스(Vinius)의 시장이다. 그가 상을 받게 이유는 비싼 고급 승용차가 불법 주차했을 때 탱크로 밀어버릴 수도 있다는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6.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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