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문화의 만남] 운동선수의 몸과 일반인의 몸은 어떻게 다를까?

세상에서 가장 빠른 육상 동물은 100m를 3초대에 뛸 수 있는 치타이다. 치타는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다리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고, 활처럼 유연하게 잘 구부러지는 척추 덕분에 넓은 보폭을 가지고 있어 빠른 속도로 뛸 수 있다. 사자나 표범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뛸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치타와 같은 고양이과의 동물로서 비슷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속도가 빠른 또 다른 육상 동물들에는 가젤이나 영양도 포함되는데, 이들끼리도 체형이 비슷하다. 즉 빠른 속도로 뛰는 데 적합한 특정 체형이 있다는 것이다.
동물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육상 선수인 우사인 볼트, 아사파 파월(자메이카), 저스틴 게이틀린(미국)도 큰 키와, 긴 다리, 그리고 엉덩이와 허벅지에 이르는 굵고 단단한 근육 등 비슷한 체형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체형이 빠른 속도로 달리기에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림픽에서와 같이 우수한 선수들이 겨루는 운동경기를 살펴보면 운동 종목마다 선수들의 체형이 조금씩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단거리 달리기, 장거리 달리기, 높이뛰기, 역도, 기계체조, 수영 등 다양한 종목마다 뛰기, 점프하기,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리기, 몸을 회전시키기, 헤엄치기 등의 특정한 동작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동작들은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206개의 뼈와 뼈에 붙어 있는 인대 그리고 근육이 움직여서, 각 동작마다 필요한 힘을 최대한 잘 발휘해야 효과적이다. 운동 종목마다 선수들의 몸이 일반인의 몸과 다른 이유는 신체의 각 부분이 각 운동에 필요한 최적의 힘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다듬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종목마다 최적화되도록 다듬어진 운동선수의 몸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달리기를 할 때, 헤엄을 칠 때,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은 다리의 근육이 땅을 밀어내고 팔과 손의 근육이 물을 밀어냄으로써 얻는다. 바로 뉴턴의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다. 다리가 땅을 밀어내는 작용이 강해지면 반작용으로 몸이 앞으로 나아가는 속력이 빨라지는 것이다. 또한 중력을 거슬러 점프를 해야할 때에도 땅을 발로 구르는 힘이 강할수록 몸은 위로 높이 올라갈 수 있다.
달리고 차는 운동에 필요한 동작들은 팔 다리와 복부, 등에 분포하여 움직임을 만드는 골격근의 작용에 의해 일어난다. 그리고 근육이 많을수록 큰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운동을 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근육의 양이 많다고 해서 모든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는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근육은 지방에 비해서 질량이 크기 때문에 근육이 많은 사람은 무거운 몸을 움직이는 데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바로 뉴턴의 가속도의 법칙이다. 따라서 각 운동 종목에 적합한 근육의 양이 힘과 스피드를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라톤 선수인 이봉주 선수(168cm, 57kg)는 같은 육상 종목이지만 단거리 선수인 우사인볼트(195cm, 93.8kg)와는 확연하게 체격이 작고, 근육양도 다르다. 이는 운동의 특성에 따라 사용하는 골격근도 다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마라톤 선수인 이봉주 선수(168cm, 57kg)는 같은 육상 종목이지만 단거리 선수인 우사인볼트(195cm, 93.8kg)와는 확연하게 체격이 작고, 근육양도 다른데, 이는 운동의 특성에 따라 사용하는 골격근도 다르기 때문이다.
근육이 수축하며 힘을 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산소와 영양분이 필요하다. 그런데 100m나 200m의 단거리 달리기의 경우에는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들 시간이 없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근육 내에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하여 한꺼번에 폭발적인 힘을 내게 된다. 이렇게 빠르게 반응하여 힘을 발휘하는 근육을 속근이라 하는데 단거리 달리기 선수들은 60-70%로 속근의 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힘을 낼 수 근육의 양도 많아서 체격이 크다.
한편, 장거리 달리기 선수들은 긴 시간 동안 달리기를 하면서, 근육 내에 저장된 에너지외에 산소를 이용하여 생성된 에너지를 소모하는 유산소 운동을 하게 된다. 느리게 반응하지만 산소를 이용하여 꾸준히 힘을 낼 수 있는 근육을 지근이라 하는데, 장거리 선수들은 지근의 비율이 70-80% 정도로 높으며, 또한 큰 근육은 오히려 움직이는데 더 많은 힘이 필요하고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체격이 작은 편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지근과 속근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지만, 선천적으로 지근의 비율이 높은 사람이나 속근의 비율이 높은 사람이 특정한 종목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높이뛰기나 역도에서처럼 중력을 거슬러 선수의 몸이나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는 경우에는 무게중심의 위치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리한 체형이 있다. 들어 올리는 높이가 높아질수록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게중심이 높은 선수는 조금만 점프를 해도 되지만, 무게중심이 낮은 선수는 점프를 해야 하는 높이가 높아지고 에너지도 많이 필요해진다. 따라서 높이뛰기 선수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다리의 길이가 길어서 무게중심의 위치가 높다. 반대로 역도 선수들은 팔 다리의 길이가 짧을수록 더 유리하다. 역기를 들어 올리는 데에는 팔이 지렛대의 역할을 한다. 받침점인 팔꿈치에서부터 손까지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즉 팔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같은 무게의 물체를 들어 올리는 데에도 더 많은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다리의 길이가 짧을수록 역기를 들어 올려야 하는 높이가 낮아지기 때문에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단단한 체격의 몸통과 함께 비교적 짧은 팔다리를 가진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에 유리하다.
작은 체격의 선수들이 유리한 운동은 또 있다. 바로 기계 체조다. 평행봉이나 링, 도마, 그리고 마루운동까지의 다양한 종목에서 선수들은 점프와 회전의 여러 가지 동작을 하게 되는데, 점프와 회전을 할 때에도 몸무게와 키가 큰 영향을 끼친다. 회전을 할 때에는 원의 중심에서부터 거리가 멀수록 원운동을 유지시키는데 더 많은 힘과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키가 작고 체격이 작은 선수들이 회전이나 다양한 동작을 하는데 적합하다. 양학선 선수도 160cm, 51kg로 다른 종목의 운동선수들보다는 작은 키와 체격을 갖고 있지만, 체조 분야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팁박스로 따로 구성하거나 혹은 본문에 넣거나 ... :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훨씬 유리한 신체조건 때문에 예전에 비해 체조 선수들의 체격이 작아지고 나이도 또한 어려지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아직 성장기에 있는 선수들을 과도한 훈련과 부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체조 선수들은 만 16세 이후부터 올림픽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처럼 몇몇 올림픽 운동 종목들은 나이제한을 두는 경우가 있다. 피겨스케이팅도 16세 이후부터 참가할 수 있으며, 마라톤은 20세부터 참가할 수 있다.)
운동선수의 몸은 키뿐만 아니라 손과 발의 크기까지도 영향을 준다. 세계적인 수영선수인 박태환 선수(183cm, 74kg)와 라이벌인 마이클펠프스(193cm, 83kg) 쑨양(198cm, 81kg)은 유난히 키가 큰 만큼 팔의 길이도 길고(펠프스 2m, 박태환 196cm) 손과 발(쑨양 350mm, 펠프스 350mm)도 또한 크다. 수영에서는 손으로 물을 뒤로 밀어내는 힘 만큼의 추진력을 얻기 때문에 손이 클수록 큰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발차기를 통해 부력을 얻기 때문에 발이 클수록 부력이 커져서 물 속의 저항을 적게 받고 더 빠른 속도로 헤엄을 칠 수 있기 때문에 손 발이 클수록 더 유리하다. 쑨양이나 펠프스보다 더 작은 체격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박태환 선수에게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태환 선수는 폐활량이 큰 것으로도 유명하다. 숨을 쉴 때, 최대로 들이마신 공기의 양을 폐활량이라고 하는데, 일반인들이 3,000cc 정도인 것에 비하면 박태환의 최대 폐활량은 7,000cc가 넘었다. ⓒ동아일보
박태환 선수는 폐활량(최대산소섭취량이 더 정확한 표현이지만,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폐활량이라고 한다)이 큰 것으로도 유명하다. 숨을 쉴 때, 최대로 들이마신 공기의 양을 폐활량이라고 하는데, 일반인들이 3,000cc 정도인 것에 비하면 박태환의 최대 폐활량은 7,000cc가 넘었다. 폐활량이 크면 숨을 들이마셨을 때, 몸의 부력이 높아져서 물 속에서 저항을 적게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수영이나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계속하면 온 몸의 근육 세포에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산소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는데, 폐활량이 크다는 것은 격렬한 운동을 할 때에 근육세포가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90분의 축구 경기 동안 쉬지 않고 뛰어다녀서 산소탱크라는 별명을 가진 박지성 선수의 폐활량이 5,000cc정도라고 알려져 있으니, 박태환 선수의 폐활량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우리가 운동을 하고나면 숨이 차고 심장이 빠른 속도로 두근두근 뛰는 이유는 근육세포에 산소를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계속하여 훈련을 하면 폐의 기능과 산소를 포함하는 혈액을 온몸에 순환시켜 주는 심장의 기능이 향상된다.
마라톤 선수들의 경우, 한 번에 내보내는 혈액의 양이 많아지도록 심장의 크기가 커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심장은 1분에 70회 정도 뛰는데, 마라톤 선수들은 1분에 50회 정도만 뛰어도 충분한 산소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심장을 이루는 근육의 크기가 커지고 단단해진 심장을 특히 스포츠 심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운동선수의 몸은 키, 몸무게, 다리길이, 근육의 종류와 양, 손발의 크기, 그리고 심장의 크기까지도 일반인의 몸과는 다르다. 물론 높이뛰기나 농구에서 큰 키는 키가 작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유리한 신체조건이라 할 수 있는 것처럼 특정한 신체조건이 특정 운동종목에 유리할 수는 있지만, 끊임없는 훈련과 노력으로 체형의 단점을 극복하고 훌륭한 성적을 내는 선수들도 많이 있다. 타고난 사람이 노력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고 하는 말처럼 타고난 신체조건으로 노력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운동을 즐기고 훈련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운동선수라 해야하지 않을까?
김은선 신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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