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운명을 바꾸는 슈퍼화산 ①] 바다에서 태어난 후지산과 육지를 뚫고 솟은 백두산

일본의 상징과도 같은 후지산을 최신 기술의 상징인 신칸센이 지나고 있다. 후지산은 휴화산으로 언제든 활동을 재개할 수 있어 일본 정부에서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wikipedia
일본 열도가 화산과 지진으로 늘 요동치는 것은 판과 판이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태평양판, 필리핀판, 북미판, 유라시아판 등 무려 4개의 지각판이 만난다. 유라시아판과 북미 판은 대륙판,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은 해양판이다.
해양판은 판과 판이 갈라지는 경계인 해령에서 흘러나온 맨틀물질이 식어 만들어진다. 보통 해양판은 밀도가 높아 무거운데다 퇴적물이 오랫동안 쌓이면서 점점 더 무거워진다. 해양판은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고 가벼운 대륙판을 만나면 아래쪽으로 파고 들어간다.
태평양판은 북미판 아래로, 필리핀판은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攝入)하며, 같은 해양판이지만 태평양판은 또 필리핀판 아래로 섭입한다. 판 아래로 파고드는 해양판은 지하 50~70km 부근에서 녹아 마그마(암석이 고온으로 가열되어 용융된 것)가 된다.
사실 지하 50~70km는 암석이 녹아내릴 만큼 뜨겁지 않다. 암석이 녹기 위해서는 온도가 높고 압력이 낮아야 하는데, 이 깊이는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해양판과 함께 끌려 들어간 바닷물이 암석의 녹는점을 낮추는 바람에 마그마가 생긴다. 물이 끼어 들어가면서 암석의 결합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긴 마그마는 지표면으로 분출하면서 화산을 만든다.
처음엔 바다 속에서 분화해 해저 화산을 만든다. 시간이 지나 화산체가 커지고 물 밖으로 나오면 섬이 된다. 보통 해구를 따라 곡선(호) 형태를 보이기에, 이렇게 만들어진 화산체를 호상열도라고 한다.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은 지금도 끊임없이 섭입하고 있으며, 내부에서는 계속 마그마가 만들어진다. 특히, 후지산은 4개의 판이 모두 만나는 곳에 있다.
하늘에서 본 백두산 천지. 백두산은 활동을 중지한 지 오래됐지만 역시 휴화산이다. 중국은 백두산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분화 가능성을 탐지하고 있다. ⓒ동아일보
백두산은 태생부터 다르다. 대륙판인 유라시아판 가운데서 솟아 올랐다. 판의 경계가 아닌 판의 한가운데, 그것도 두께가 30km가 넘는 대륙판을 뚫고 화산이 생긴 것은 매우 독특한 사례다.
백두산은 하와이처럼 열점(Hot Spot) 기원 화산으로 설명한다. 지금도 화산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하와이에서는 판의 경계와 관계없이 맨틀 깊은 곳에서 내부 물질이 솟아올라 해양판을 뚫고 분출한다. 백두산도 비슷한 과정으로 생겼을 것으로 본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백두산은 판의 경계와 멀리 떨어져 있어 섭입대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적다”며 “이럴때 화산 활동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열점 현상뿐”이라고 말한다. 차이점은 하와이 화산은 열을 지어 있고 백두산의 분화구는 거의 한 지역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과학동아
그런데 최근 백두산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타케시쿠리타니 일본 오사카시립대 교수(당시 일본 토호쿠대 교수)는 2011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하는 과정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발표했다. 해양판이 지하로 섭입할 때 일반적으로 200~300km에서 완전히 녹는다. 그러나 쿠리타니 교수는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하는 태평양판이 지하 500km 부근까지 들어간다”며 “이 판 덩어리가 함께 들어간 물과 함께 마그마를 생성할 수 있고, 이것이 백두산을 만들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두산 화산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30년도 채 안 된다. 여전히 지하 깊은 곳에 마그마가 있어 활동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그 성질에 대해서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될 것으로 학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과학동아
약 2840만 년 전, 일본이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면 지금의 백두산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동해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이 시기에 지금의 백두산 위치에는 지하 깊은 곳에서 북동-남서 방향으로 단층이 만들어졌다. 단층대를 따라 2번에 걸쳐 소규모로 현무암질 마그마가 분출됐다. 백두산 분화의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약 1500만 년 전 현재의 동해가 형성됐다. 이때 백두산 지역에서는 이전에 만들어진 단층을 따라 엄청난 양의 현무암질 마그마가 유출됐다. 이 결과로 지름 200~300km에 달하는 개마용암대지가 만들어졌다. 백두산 화산체는 한동안 잠잠하다가 약 300만~170만 년 전에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지하 깊은 곳에서 만들어진 현무암질 마그마는 지금 천지가 만들어진 위치에서 분화해 경사도가 매우 완만한 순상화산체를 만들었다. 점성이 낮은 마그마인 덕분에 바닥 길이는 130~150km 정도로 넓지만 경사각은 5~6°, 중심부 높이는 300m에 불과했다.
약 100만 년 전부터 10만 년 전까지는 기존 현무암질 마그마가 점성이 높은 조면암과 알칼리 유문암질로 바뀌었다. 마그마 성질이 바뀌면서 폭발적인 분화가 일어났다. 수차례 분화 끝에 완만한 화산체 위에 지름 20~30km, 높이 600m 정도의 성층화산추가 만들어졌다.
약 4000년 전과 1000년 전에 폭발적인 대분화로 백두산 성층화산의 꼭대기가 파괴됐다. 이 때 분출한 마그마는 무려 에 달했다. 마그마가 빠져나간 빈자리는 무너져 내려 지름 5km의 칼데라가 형성됐다. 본래 백두산 화산의 해발고도는 3500m로, 화산체 모양도 꼭대기가 살아있는 원추형이었지만, 상부가 무너지면서 높이 2750m의 칼데라 화산체인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백두산은 이후에도 26번 이상 분화했다. 백두산 분화에 대한 마지막 기록은 1903년, 1925년이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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