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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위의 슈퍼스타, 게 ①] “니들이 게맛을 알어?”

작성일 2013-06-20

 

“니들이 게맛을 알어?”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배우, 신구가 광고에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시청자들에게 질타하듯 읊조리던 대사다. 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서 ‘게살버거’를 출시하며 런칭한 광고로 노인과 바다를 코믹하게 패러디한 내용이 당시 대히트를 치며 이 대사가 유행어로 회자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광고에 나온 제품은 새우버거와 맛이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훨씬 비싸 곧 단종되었지만 광고와 대사만은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항구에서 경매를 기다리는 대게.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게는 지역 특산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드라마와 광고를 계기로 전국의 미식가들에게 단단히 각인됐다. 동아일보

 

이 대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대게. 원래 신구가 아닌 최불암이 1997년 방영하여 큰 인기를 끈 주말드라마에서 대게잡이 어선 선장으로 열연을 펼치며 자주 하던 대사였다. 당시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지역 특산물이었던 대게가 이 드라마를 통해 전국에 알려지면서 지금과 같은 고급 별미로 통하게 된 것이다.

 

겨울바다의 최고 별미, 대게

 

대게는 한국의 동해안과 일본은 물론, 멀리 알래스카까지 분포한다. 흔히 크기 때문에 대(大)게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길게 뻗은 다리가 마치 대나무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알래스카에도 서식한다는 데서 알 수 있듯, 대게는 한겨울이 제철이다. 보통 11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가 어획기간이며 눈 오는 겨울에, 또는 눈이 오는 지역에서 잡힌다고 하여 영어로는 Snow Crab이라 부른다.

 

 

‘게’ 하면 생각나는 대게. 대게는 울진과 구룡포에서 많이 잡히지만
유명세로 따지면 영덕이 가장 으뜸이다.
울진군청

 

비교적 늦게 유명세를 얻긴 했지만 대게는 꽤 오래 전부터 한국인 식생활의 일부였다. 확인된 바로는 고려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고려의 태조 왕건이 경상북도 영덕의 ‘차유마을’에서 대게를 먹었다는 문헌기록이 남아 있다.

 

차유마을은 당시 지명으로 현재의 축산면에 해당한다. 이 기록 덕분에 영덕은 대게 원조 마을이라는 타이틀을 얻어 국내에서 대게에는 으레 ‘영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사실 대게는 울진과 구룡포에서 많이 잡히지만 주로 영덕항을 통해 유통되다보니 영덕대게가 유명해진 것이다.

 

 

영덕항은 예전부터 인근 해역에서 잡힌 수산물이 집하하는 곳이었다.
‘영덕산’이라는 표시는 대게가 다름아닌 영덕항에 하역되어 유통되었다는 뜻이다.
이장희

 

요즘이야 수입되는 대체품도 많다지만 실하게 살이 오른 대게는 그야말로 겨울 밥상의 슈퍼스타다. 별다른 조리법도 없이 그저 살아있는 것을 찜통에 던져넣고 푹 삶기만 해도 적당히 간이 배어 따로 양념이 필요 없다. 길다란 다리를 하나 떼어 안쪽을 젓가락으로 살살 밀어 탱탱하게 오른 살을 쏙 빼먹는 맛이 일품이다.

 

제대로 살이 오른 대게 다리살은 가위 같은 거친 방법을 쓰지 않고도 부스러뜨리지 않은 채 꺼낼 수 있는데, 마치 시판되는 게맛살처럼 예쁜 모양새이면서도 공산품 맛살 따위와 비교를 불허하는 맛을 자랑한다.

 

 

국내 대게의 메카라면 단연 영덕이다. 영덕은 군 차원에서 대게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덕군의 새로운 로고.

 

다리살도 맛있지만 대게의 별미는 등껍질에 담긴 게장. 대게는 내장을 빼지 않은 채 조리하기 때문에 등껍질 안에 게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여기에 따뜻한 밥을 한 숟가락 넣고 김과 간장, 참기름을 버무려서 먹는 맛이 일품이다. 제철 대게는 등껍질에도 살이 꽉 차게 붙어 있어 맛과 영양을 더해준다. 그야말로 대게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대게 등껍질에 게장과 함께 비벼먹는 밥은 최고의 별미로 꼽힌다. 영덕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대게가 크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 아니듯, 무조건 크다고 맛있는 대게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덕에서는 껍질이 두텁고 몸집이 큰 대게를 속이 꽉 찬 박달나무에 비유하여 ‘박달대게’라고 불러 명품으로 치기도 하는데, 이런 대게는 마리당 1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박달대게가 살도 많고 맛도 좋지만 살이 실하게 들어찬 것으로 치자면 작은 놈이 더 낫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인맥을 통해 현지에서 소개받아 대게를 먹으면 작은 대게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개체수 조절을 위해 게딱지 너비 9cm 미만의 대게는 놓아주는데 이보다 살짝 크면서 튼실해보이는 대게를 고르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계속>

 

 

 

 

김택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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