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②] 듀공을 볼 수 없다니?!

[바다 ②]
듀공을 볼 수 없다니?!
여수엑스포를 상징하는 건축물, 주제관의 메인 무대에 어둠이 깔린다. 곡선 스크린 위로 아름다운 바다 속 영상이 펼쳐지고 그 위로 한 소년과 ‘듀공’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상영된다. 영상이 끝나면 실제 크기로 제작된 ‘듀공’ 로봇이 상영관 천정에서 내려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돔 안을 이리저리 헤엄치다가, 소년과 만나 환경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무대가 끝난다.
‘위협받는 바다’ 공연 장면 ⓒ 여수엑스포 공식블로그
이상이 여수엑스포의 주제관에서 상영 중인 “위협받는 바다”의 내용이다. 여수엑스포의 주제인 ‘바다와 인간의 상생’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평가받는 이 영상에 등장하는 동물의 이름은 ‘듀공’.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거대한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얼굴은 만화 캐릭터처럼 친숙한 느낌을 준다.
듀공은 인도양과 태평양 일대에 이미 지난 수십만 년간 서식해 온 동물이다. 홍해와 동부 아프리카에서 필리핀, 뉴기니,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바닷말을 먹고 살아간다. 듀공은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살면서 쉴 때는 물가로 올라와 머리를 내놓는데 이 모습을 본 항해사들이 인어와 바다요정의 전설을 만들어 냈다고 알려질 만큼 신비스러운 동물로 여겨져 왔다.
먹이 먹는 듀공의 모습 ⓒ 위키피디아
하지만 듀공이 여수엑스포에 나온 이유는 인어 때문도, 바다요정 때문도 아니다. 지금은 전 세계에 약 10만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는 희귀종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세계 모든 수족관을 찾아봐도 볼 수 있는 듀공은 약 10마리에 불과하다. 이번 엑스포에서 공연하는 듀공은 생물이 아닌 실리콘 로봇이다.
듀공이 멸종 위기에 처한 데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성장기간이 길기 때문. 듀공은 1년 동안 임신을 하고 2년 동안 젖을 먹이며 새끼를 키우는데, 성숙해져서 홀로 먹이잡이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9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한번 개체수가 감소하면 이를 회복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수질오염과 환경파괴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바다소목에 속하는 듀공과 매너티는 해양포유류 중에서 유일하게 채식을 하는 동물이다. 그러나 원유 유출과 같은 바다오염과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로 듀공의 먹이인 바닷말이 없어지고 있고, 동시에 듀공의 서식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오키나와 헤노코 만에 새 미군기지 이전이 추진되면서 듀공의 서식지는 더욱 좁아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한편 야생동물보호협회(WCS)의 조사결과, 지난 1990년부터 114개국에서 최소한 87종의 해양 포유동물을 식용으로 소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듀공은 거대한 몸집에 비해 성격이 온순하기 때문에 인간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는 듀공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듀공이 “맛은 물론 정력에도 좋다”는 소문 때문에 불법적으로 포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의 탐욕이 동,식물의 멸종에 원인으로 작용한다 ⓒ 오픈 애즈
듀공을 위협하는 요인들은 다른 동물들의 생존에도 위협적이다. 듀공과 같은 바다소목인 스텔러바다소(Hydrodamalis gigas)는 1700년대 이후 불법 포획으로 인해 이미 멸종되어 버렸다. 이제 우리는 이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듀공이 멸종되었더라면 과연 인어와 바다요정에 대한 전설이 있을 수 있었을까? 듀공을 비롯한 멸종 위기종에 대한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때다.
박정렬 사이언스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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