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과학이야기
천문학 연구 상징했던 아레시보 천문대, 막을 내리다
2023-10-30
“만약 이 넓은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겠죠.”
칼 세이건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20세기의 영화 <콘택트> 속 대사다. 지구 밖 지적 생명체와의 만남을 꿈꾸는 주인공 앨리의 열망에는 20세기 중후반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원작자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영화 초반부, 아레시보 천문대의 천체물리학자로 일하는 주인공의 어깨 너머로 거대 전파망원경이 당당히 존재감을 뽐낸다.
그림 1. 천문학자들의 로망을 불러일으켰던 SF 영화 <콘택트> 포스터. 출처: 워너 브라더스
그림 2. 각 정보를 구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색을 넣은 아레시보 메시지. 실제로는 정보가 이진수로 구성돼 색깔에 대한 정보가 없다. 출처: Wikipedia
그림 3. 펄서가 회전하면서 발사하는 빔은 등대처럼 우주를 비추기 때문에 깜빡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훗날 수수께끼의 천체는 외계 생명체가 아닌 펄서(pulsar, Pulsating Radio Star)인 것으로 밝혀졌다. ‘주기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별’을 뜻하는 펄서는 자전하면서 전자기파의 광선을 뿜는 중성자별을 말한다. 수명을 다한 별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데, 남은 물질들이 강한 중력으로 수축하면서 별을 구성하던 원자의 양성자와 전자가 중성자로 변한다. 이 중성자별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엑스선과 감마선을 내뿜은 것이다. 외계 생명체가 아닌 점은 아쉽지만, 펄서는 전파천문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펄서가 발견된 덕분에 인류는 언젠가 태양계 바깥으로 진출하는 데 필요한 ‘은하계 위치설정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밝혀진 펄서의 정체는 아인슈타인이 그에 몇십 년 앞서 이론적으로 예측한 중력파의 존재를 지지하는 증거이기도 했다. 지금도 천문학자들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으로 평가받는 블랙홀 주변 궤도의 펄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앤서니 휴이시는 펄서를 발견한 공로로 197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미국의 또 다른 천체물리학자 조지프 테일러와 러셀 헐스도 자신들이 발견한 쌍성 펄서가 중력파를 방출하면서 궤도 에너지를 잃어 서로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발견해 1993년 같은 상을 수상했다. 노후화로 무너진 아레시보 천문대, ‘느린 붕괴를 기억해’ 20세기 말을 화려하게 보낸 아레시보 천문대도 세월 앞에서는 장사 없었다. 새로운 세기의 시작과 함께 차츰 지원이 줄기 시작한 것이었다. 2000년대 초, NASA는 천문대에 보내는 기금을 줄였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천문대의 소유주인 미국 국립과학재단(이하 NSF)이 점진적으로 시설을 폐쇄할 계획을 내기도 했다. 2020년의 안테나 붕괴는 이처럼 변화한 환경을 반영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해 8월 10일, 안테나 구조물을 지지하는 8센티미터 두께의 강철 케이블 18개 중 하나가 끊어진 사실이 보고됐다. 3개월 뒤에는 또 하나가 끊어졌다. 천문대를 보수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NSF는 끝내 수리는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 900톤의 무게를 나누어 견디던 지지대는 한 달 뒤인 12월 1일,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그림 4. 한때 멀쩡했던 아레시보 천문대, 이제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출처: 센트럴플로리다대학교(University of Central Florida)
글: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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