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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에이즈,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 없다?

작성일 2024-10-18

우리가 흔히 안다고 생각하는 질환, 에이즈만큼 많은 오해와 불필요한 공포를 사고 있는 질병도 없을 것이다. 에이즈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의 약자로서 그 원인은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감염에 있다. 그런데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에이즈를 앓는 것은 아니다. HIV 바이러스의 잠복기 동안 면역 체계의 기능이 파괴된 후, 여러 기회 질환이 발생할 때야 비로소 에이즈로 진단을 받는다. 즉, 에이즈는 특정 질병이 아닌 증후군인 셈이다.
 
사진 1. AIDS 환자는 HIV에 감염된 사람 중 면역체계가 일정수준 이하로 손상된 사람과 면역체계 손상으로 면역결핍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을 지칭한다. ⓒshutterstock
 
HIV는 어떻게 건강을 해칠까?
 
에이즈는 1981년 6월 5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고로 처음 알려졌다. 당시 폐렴 증상을 보인 환자들이 면역세포에 손상을 입은 특이 사례가 발견됐다. 초창기 환자의 80% 이상이 목숨을 잃은 만큼, 과학계는 바이러스가 원인일 가능성을 염두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다 1983년,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에이즈 환자의 림프절 생검 조직을 배양한 결과, 환자들의 면역 기능을 약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HIV를 발견했다. 그리고 1984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로버트 갈로(Robert Gallo) 박사 연구팀이 에이즈 환자들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원인이 HIV가 맞다는 논문을 출판하며, 에이즈의 정확한 원인이 파악됐다.
 
사진 2. 배양한 림프구에서 발견된 HIV바이러스. ⓒ위키피디아
 
그런데, HIV는 어떻게 환자들의 건강을 해칠까? HIV는 코로나-19(COVID-19)처럼, 리보핵산(RNA) 바이러스에 속하는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다. 레트로바이러스는 DNA-RNA-단백질로 이어지는 생명의 중심원리 과정을 역으로 거슬러 자신을 복제하는 것이 특징이다. 숙주의 면역세포에 침입하는 HIV 역시 RNA의 유전 정보를 DNA로 전달하는 역전사 과정을 통해 숙주의 DNA에 들어가 무한히 증식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돌연변이로 인해 면역 기능을 잃게 된다.
 
그렇다면 면역 기능을 망가뜨리는 HIV를 완전히 해결할 방법은 있을까? 아직 HIV를 완전히 치료할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지만, HIV가 면역세포인 T세포에 진입하는 것을 막거나, HIV의 역전사를 방해하고, 새로운 바이러스의 생성 자체를 막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가 개발됐다. 이처럼 HIV의 증식을 막을 수 있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 덕분에 에이즈는 더 이상 치명적인 질병이 아닌, 꾸준한 관리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변했다. 또한 여러 약제를 혼합하는 ‘칵테일 요법’ 덕분에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여러 차례 복용하지 않아도 증상을 억제할 수 있다.
 
에이즈의 완치, 정말 가능할까?
 
에이즈는 더 이상 죽음의 질병은 아니지만, 인류는 에이즈를 완전히 퇴치하고자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안이 ‘줄기세포 이식 치료’다. 보통 사람들은 면역세포 막에 ‘CCR5’라는 단백질을 갖는다. 이 단백질이 HIV의 관문으로 작용하며, 에이즈에 걸린다. 즉 CCR5는 HIV 감염의 핵심인 셈이다. 반대로 CCR5 변이를 가진 경우, CCR5 수용체가 없어 HIV 감염에 저항할 수 있다.
 
에이즈 완치 환자로 처음 보고된 티머시 레이즌 역시 줄기세포 이식 치료를 통해 완치된 사례에 해당한다. 1955년 당시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은 그는 2007 백혈병 치료를 위해 골수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2008년에는 에이즈 완치 판정을 받게 됐다. 당시 의사들은 골수 제공자가 HIV에 내성있는 줄기세포 가졌기에 치유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줄기세포 이식치료를 상용화할 수 있을까? 지난 7월 26일 ‘제25회 국제 에이즈 컨퍼런스(AIDS 2024)’에서 독일 베를린 의과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에이즈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이식한 후 환자의 면역 기능이 회복돼 에이즈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CCR5 변이를 가진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바이러스의 침입을 원천 차단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연구가 지속된다면 줄기세포를 활용한치료가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칵테일 요법을 대체할 치료법도 개발되고 있다. 레오 와인버거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이나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인공 바이러스’를 주사해 에이즈 환자의 체내 HIV 수를 최대 1,00분의 1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에 출판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HIV를 거듭 배양해 바이러스에서 인체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인위선택을 일으켰다. 이것이 바로 면역세포를 감염시키면서도 에이즈 증상은 일으키지 않는 인공 바이러스 ‘치료용 간섭 입자(TIP)’다. TIP는 HIV보다 더 빠르게 복제되므로, 복제 경쟁에서 HIV를 압도한다. 동물실험에서도 TIP의 효능을 증명해냈다. 연구진은 에이즈에 걸린 원숭이 6마리에게 TIP을 주사한 후 HIV의 양을 확인했다. 주사 후 30주가 지나자, 혈액 속 HIV의 양은 치료를 받지 않은 원숭이에 비해 10,000분의 1까지 감소했다.
 
사진 3. 동물실험 결과, 인공 바이러스를 활용해 HIV 증식을 억제할 수 있었다. ⓒshutterstock
 
이처럼 계속해서 에이즈 치료 방안이 개발된다면, 에이즈는 더 이상 우리에게 큰 역경이 되지 않은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더 이상 만성질환이 아닌,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 기대해 볼 만하다.

 
 

글 : 권오현 과학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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