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올

통합검색

찾기

[과학향기 Story] 알약 한 알이면 오늘 운동 끝?

작성일 2024-05-22
‘불로장생(不老長生)’: 늙지 않고 오랜 삶을 영위함을 뜻하는 말이다. 이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대와 배경을 불문하고 인류가 끊임없이 집착하고 있는 인류의 영원한 숙원과도 같은 일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장수 방법 중, 불로장생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허무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답은 바로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이다. 의사 역시 질병 예방을 위해 운동을 강조한다. 다만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라탕후루(마라탕+탕후루)'와 같은 고탄수화물 & 고열량의 음식이 유행하면서 20~30대의 당뇨병 및 대사 질환 발병 위험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이처럼 자극적인 음식의 잦은 섭취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운동마저 병행되지 않는다면, 노화를 급히 앞당길 뿐 아니라 각종 성인병, 심지어 우울증까지 동반될 수 있다.
 
그림 1. 알약 하나만으로도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등 신체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영화 같은 세상이 열리고 있다. ©shutterstock
 
알약 하나로 운동의 효과를 흉내 낼 수 있다?
 
현대 사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차니즘(Lazism)’의 시대이다. 제품의 과학적인 효능을 떠나서 복근을 만들어 주는 기계가 발명되고, 발만 올리면 자동으로 움직여 근력을 자동으로 강화해 주는 운동기구 등 귀차니즘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위한 운동 도구가 개발되고 있으나, 이 역시 우리가 강한 의지를 갖고 운동과 함께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은 여기서 좌절할 수 있다. 하지만 낙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최근 알약 하나만으로도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등 신체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영화 같은 세상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먹기만 해도 운동과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니, 그야 말로 ‘혁신’이다!
 
최근 3월, 다양한 과학 주제에 관해서 토론하는 '미국 화학회(ACS: American Chemical Society)'의 춘계 학회가 열렸다. 당시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의 마취과 교수 엘젠디가 이끄는 연구팀이 근육 세포의 신진대사와 성장을 촉진하고, 근육 능력을 향상하는 등 운동의 효과를 모방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합물을 발표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설치류 세포 내에서 운동의 신체적 효과를 모방하는 화합물로, 심부전 및 신경 퇴행성 질환을 포함한 근육 위축과 기타 질병 치료에 효능을 보였다. 향후 인간에게도 직접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2. 해당 연구는 나이가 들거나, 암, 특정 유전 질환 그리고 신경 퇴행 등 기타 이유 등으로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근육 위축과 약화를 상쇄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shutterstock
 
 
운동 효과가 나타나는 원리는?
 
우리 몸에는 생리주기와 골밀도를 조정하고, 근육 세포가 에너지를 생산하게 만드는 '에스트로겐 수용체(ERR)'라는 특수 단백질이 있다. 이 단백질은 ERR α, ERR β  ERR γ 등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하며, 이들이 활성화될 경우 신진대사 변화를 통해 영양물질이 에너지로 전환된다.
 
엘젠디 교수 연구팀은 약 10년 간의 연구 끝에 ERR 단백질을 모두 활성화하는 'SLU-PP-332'를 개발했다. 쥐를 대상으로 해당 물질로 제작한 알약을 먹인 결과, 근육 섬유가 증가하고 더 오랜 시간 쳇바퀴를 뛰는 등 지구력이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추가로 연구팀은 'SLU-PP-332'와 ERR 수용체 간의 상호작용을 강화해, SLU-PP-332보다 더 강력한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쥐 심장 근육 세포의 약 15,000개 유전자에서 유전자 발현 척도인 RNA를 조사해 SLU-PP-332와 새로운 화합물의 효능을 비교했다. 그 결과, 새로운 화합물은 SLU-PP-332보다 RNA 발현도를 많이 증가시켜 운동 효과를 더 강력하게 만들어 냈다. 또 SLU-PP-332에 비해 높은 안정성과 낮은 독성 가능성을 가지는 등 좀 더 인체에 최적화했다.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늘리고!
 
한편 엘젠디 교수는 ERR가 비만, 심부전, 노화에 의한 신장 기능 저하 등을 예방한다며 ERR를 활성화할 수 있다면 운동 효과뿐 아니라 여러 질병을 예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ERR 활성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및 기타 신경 퇴행성 질환 환자의 뇌에서 발생하는 손상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ERR를 표적으로 삼는 해당 연구 결과는 특정 질병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연구진은 더 많은 동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화합물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나이가 들거나, 암, 특정 유전 질환 그리고 신경 퇴행 등 기타 이유 등으로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근육 위축과 약화를 상쇄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지방과 근육을 모두 잃게 하는 체중 감량 약물과 달리, 부작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면에서 ‘과학’이 ‘인류를 위한 학문’임을 다시 한번 상기해 준다. 수천 년 전 인류의 역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천천히 만들어지던 과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던 수 세기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한 일이 현실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수 세기 후에는 해당 약이 인류의 ‘불로장생’을 위한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글: 김민재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 KISTI의 과학향기의 다른 과학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과학

댓글 남기기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수 0

The Science Times
과학문화바우처
사이언스 프렌즈
STEAM 융합교육
CreZone 크레존
문화포털
과학누리
교육기부
EDISON
과학기술인재 진로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