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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을 파괴하고 합병증을 일으키는 혈당 스파이크

작성일 2024-08-27

[식생활 서구화가 초래한 질병 당뇨]
 
당뇨를 의학용어로 Diabetes Mellitus라고 한다. 영어 ‘siphon and honey’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에서 나왔는데 “꿀같이 단 소변을 자주보다”라는 의미다. 사이펀 (siphon)은 액체를 이동시키는 관인데 당뇨에 걸린 사람이 소변을 과도하게 보는 걸 마치 사이펀을 통해 물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해 표현한 말이다. 당뇨를 최초로 기술한 사람은 서기 2세기경 로마 시대 그리스 의사 아레타이오스이다. 그는 당뇨를 “뼈와 살이 녹아내리며 끊임없이 소변을 보고 갈증을 참지 못한다”라고 서술했다.

 
<액체를 이동시키는 관, 사이펀> ⓒmedium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당뇨를 소갈병(消渴病)이라 불렀다. 소갈이란 태우고 갈증이 난다는 뜻으로 음식을 자주 먹고 갈증이 나며, 소변을 많이 보는 증상을 말한다. 당뇨가 있으면 밥을 먹어도 허기가 져 과식하게 된다. 그리고 근육 세포로 들어가지 못해 혈관을 가득 채운 혈당은 갈증을 일으켜 물을 벌컥벌컥 많이 마시게 돼 소변이 늘어난다. 다음, 다갈, 다뇨를 삼다(三多)라고 하는데 당뇨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예전에는 잘 먹어 뚱뚱하고 배가 나온 사람이 걸리는 병이라고 해서 당뇨를 특별한 사람이 걸리는 부자병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당뇨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2022년 대한 당뇨병학회에 의하면 당뇨에 걸린 사람이 526만 명이고 당뇨 전 단계에 있는 사람이 무려 1,497만 명에 달한다. 고열량, 기름진 식품 같은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한 비만의 증가와 과다한 설탕 섭취 그리고 신체 활동 부족이 주된 원인이다.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키는 혈당 스파이크]
<포도당 1분자와 과당 1분자가 결합해 설탕이 된다> ⓒshutterstock

음식을 먹으면 소화를 통해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잘게 분해된다. 그중 설탕 같은 단순한 당은 복잡한 분해 과정 없이 곧바로 몸에 흡수된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1:1로 결합한 이당(二糖)이다. 재빨리 소장에서 흡수돼 혈관으로 들어가면 급격하게 혈당을 올린다. 혈당 스파이크는, 단 음식을 먹고 혈당 수치가 단숨에 치솟았다가 다시 저혈당으로 뚝 떨어지는 걸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는 원인은 과식, 불규칙한 식사, 설탕, 불면, 스트레스 등이다.
 
음식이 몸에 들어가면 혈당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완만한 상승이 아닌 비정상적인 혈당 스파이크는 췌장의 손상을 일으킨다. 탄산음료나 아이스크림, 과자 같은 단순 당이 많은 식품을 섭취하면 혈당 스파이크가 생긴다.
 
설탕을 비롯해 다양한 가공식품을 통해 너무나 많은 당을 먹는 것이 문제다. 높은 혈당은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촉진해 췌장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혈당 스파이크가 자주 반복되면 혈당을 낮추는 단백질, 인슐린이 있어도 생리기능이 떨어져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인슐린이 혈액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고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이 오래 지속되면 미세혈관이 망가져 눈의 망막, 신장, 신경에 합병증이 생긴다.
 
[당뇨 합병증 정도를 예견하는 지표 당화혈색소]
 
<적혈구 헤모글로빈과 혈중 포도당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당화혈색소> ⓒcarehospitals
 
당뇨 합병증을 예견하는 지표로 당화혈색소가 있다. 혈액검사를 통한 당화혈색소(HbA1c)를 기준으로 하는데,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혈색소(헤모글로빈)가 포도당과 결합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당화혈색소를 1% 줄이면 미세혈관 합병증을 30~50%까지 낮출 수 있다. 혈액에는 에너지원으로 쓰는 포도당이 늘 있기에 혈색소와 포도당이 결합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어서 당화혈색소 5.6%까지는 정상이다. 당뇨병에는 일반적으로 당화혈색소를 6.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약을 처방한다.
 
 
[경구용 당뇨약과 인슐린 주사]

<췌장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 인슐린> ⓒabobestock

 
밥을 먹으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된다. 병원이나 가정에서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쉽게 측정할 수 있는 당뇨 측정기를 기준으로 혈당이 90mg/dl 이상이 되면 췌장의 베타세포를 자극해 인슐린이 나온다. 공복에서도 일정하게 인슐린이 나오는데 이것을 혈당과 상관없이 분비되는 기저 인슐린(basal insulin)이라고 한다.
 
혈당이 90mg/dl 이상이 되었을 때 췌장에서 나오는 인슐린을 1상(first phase) 분비라고 한다. 보통 수분 정도 지속된다. 그에 반해 2상(second phase) 분비는 수십 분 동안 분비된다. 혈당 조절이 잘 되는 정상상태는 공복혈당은 100mg/dl 이하, 식후 혈당은 140mg/dl 이하이다.
 
혈당이 높아지는 초기에는 식사나 운동으로 조절할 수 있으나 2~3개월 이내에 혈당이 정상적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한다. 경구용 당뇨약은 크게 6가지가 있다. ① 간에서 포도당 합성을 줄이는 약 ② 장에서 나오는 인크레틴 호르몬 효능을 높이는 약 ③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억제하는 약 ④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늘리는 약 ⑤ 장에서 포도당 흡수를 줄이는 약 ⑥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 시키는 약이다.

 
<인슐린 주사제를 복부에 찌르는 모습> ⓒenvato
 
경구용 당뇨약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인슐린을 주사한다. 당화혈색소가 10.5% 이상이거나 심한 고혈당에는 처음부터 인슐린을 투여한다. 인슐린은 혈당을 조절하기에 효과적이지만, 바늘로 찌르는 불편함이 있다.
 
 
[식생활 개선과 운동으로 적극적으로 혈당을 관리하자]

40대 이후 중년에 들어서면 당뇨가 발생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는 20·30대에서 젊은 당뇨병이 유행하고 있다. 탕후루, 양갱, 초콜릿같이 다량의 당을 함유한 디저트가 혈관을 위협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20·30대 당뇨 환자는 2018년 13만 9천 명에서 2022년 17만 4천 명으로 25%나 증가했다.

 
<당뇨에는 식이 섬유와 통곡물 섭취 그리고 체중 조절이 필요하다> ⓒenvato
 
 
 당뇨는 유전적 요인과 함께 과식, 스트레스, 운동 부족 같은 환경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적절한 운동과 식습관 개선으로 혈당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당뇨가 있어도 혈당 관리를 철저하게 하면 만성신부전증 같은 치명적인 혈관합병증을 예방하고 지연시킬 수 있다. 혈관이 포도당으로 끈적끈적해지면 건강을 지킬 수 없다. 주기적인 혈당 관리를 통해 당뇨를 예방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당뇨를 예방하기 위해선 운동을 통해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고 음식을 조절해야 한다. 일주일에 3번 이상 약간 숨이 찬 느낌으로 중강도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하는 게 좋다. 만일 당뇨가 있으면 공복 운동보단 식후 운동이 좋다. 그러면 갑작스럽게 저혈당으로 빠지는 위험한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채소, 과일, 콩류, 견과류 등의 섬유질을 보충해 식후 혈당이 완만하게 올라가는 식단을 짜고 하루 7~8시간의 숙면을 하는게 좋다.
<혈당 체크를 하는 모습> ⓒenvato
 
혈당 조절은 한두 달 열심히 노력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지속해서 관리해야 한다. 현미, 통곡물같이 혈당을 적게 올리는 음식을 먹고 자주 혈당을 확인하는 게 좋다. 고혈압, 고지혈증과 더불어 혈당 관리는 건강한 현대인이 되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혈당이 평소 얼마인지를 알고 그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소중한 신체 장기를 보전할 수 있다. 이제부터 입에 단 음식부터 줄여보자. 혈당이 떨어지고 몸이 가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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