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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인간이 만든 새로운 지질시대

작성일 2024-07-24

[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 지구가 보내는 강력한 경고]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에너지 소비와 자원 이용이 급증하고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구 시스템은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구의 역사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규모와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Anthropocene)’가 제안되었고 공식화하기 위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인류가 유발한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를 맞고 있는 오늘날, 인류세는 단순히 하나의 지질시대 개념을 넘어 인간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강력한 경고가 되고 있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인간에게 ‘약’이었을까 ‘독’이었을까? 어떤 의미로든 ‘인류세’는 인간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GettyImages
 
[인간 문명이 만든 지질시대, 인류세]

지질학에서는 땅에 기록된 흔적들로 지질시대를 구분한다. 인류세는 마지막 지질시대인 ‘홀로세’ 다음으로 제시된 지질시대로, 네덜란드의 기상학자이자 대기화학자 폴 크리쳔(Paul Crutzen)이 2000년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이다. 홀로세는 1만1700년 전,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이후 인류 문명이 새롭게 태동한 시기이다. 인간의 문명 활동에 의해, 새로운 특징을 지닌 지층이 생겼고,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인류세란 인류가 지구 환경을 극단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생겨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세를 처음 제안한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폴 크리쳔’ ⓒwikipedia
 
 
인류세의 증거는 무엇일까? 지질시대를 구분할 때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급격한 기후의 변화 또는 지각변동이 있었거나, 급격한 생물의 멸종이나 번성 등의 이벤트가 지층에 흔적을 남김으로써, 과거의 시대와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어야 한다. 인류세가 시작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지층에서 어떤 특징적인 변화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질시대는 구분에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특정 시대에 성행했던 공룡 화석은 그 시대를 지시하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GettyImages

 
하지만 넓게 본다면, 인간이 지구에 남겨 놓은 모든 흔적이 곧 인류세의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대규모 산업 활동으로 인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와 기후 위기의 도래, 플라스틱 생산, 생물다양성 감소 및 멸종 등이 주요 증거로 지적된다. 또한 도시화, 채굴, 대규모 농업으로 인한 토양 변화 또한 인류세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인류세, 공식적인 지질시대로 인정될 수 있을까?]

국제 제4기층서위원회는 2009년 인류세 워킹 그룹(Working group on the Anthropocene, WGA)을 구성해 인류세를 공식적인 지질시대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했다. 인류세 워킹 그룹은 2016년 인류세의 공식 적화를 제안했지만 지질학계에서는 아직 정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인류세가 정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인류세는 기존의 지질시대보다 매우 짧기도 하고 그 경계도 모호해서 전통적인 지질학 개념을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인류세의 시작점과 종료점을 명확히 특정하기가 어렵다.

핵실험 등으로 1950년대 전 지구적으로 방출된 플루토늄이 인류세의 주요 표지(Marker)가 되었다. ⓒGettyImages
 
인류세실무그룹(AWG)은 2023년 7월 인류세를 대표할 수 있는 지층인 ‘국제표준층서구역’으로 캐나다의 크로퍼드 호수를 선정하였다. 호수 바닥에서 채취한 퇴적층에는 1950년대 성행한 핵실험, 수소폭탄 등에 따라 전 지구적으로 방출된 방사능 원소 ‘플루토늄(plutonium)’을 주요 표지(Marker)로 정했다. 인류세를 보여주는 명확한 지질학적 지표를 제시한 것이다. 인류세 워킹그룹은 2020년부터 호주의 플린더스 산호초, 캐나다의 크로퍼드 호수, 남극 파머빙하의 코어 등 12개 후보지를 검토해왔다.
한편, 2024넌 국제 학술행사 ‘세계지질과학총회(IGC)’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인류세를 공식화하기 위한 학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류세, 인간 생활양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강력한 경고]

인류세를 가져온 기후 변화, 동식물 개체 수 감소 및 생태계 파괴 등의 지구환경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인간에 의해 야기된 인류세는 인간 사회의 변화가 지구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생겨난 변화이다. 일각에서는 인류세가 인간이 자연에 순응하는 것을 넘어 자연을 바꾸는 힘을 갖게 되었다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오늘날 심각한 기후 위기와 인류세를 맞아,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는 때가 왔다.


기후 위기와 인류세를 맞아, 자연 친화적인 행동 양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GettyImages
 
인류세는 지질시대 변화의 의미 이상으로, 인류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촉구한다. 인간은 오늘날의 고착화‧최적화 되어있는 생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야 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냉난방 사용을 크게 줄이고 높은 전기세를 지불한다든지, 차량 운행을 극도로 줄인다든지, 기후 친화적인 식습관으로 바꾼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생활양식의 변화는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인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인류세는 인간으로 하여금 새로운 의지와 행동을 요구하는 지구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지구 환경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인류 공동 책임이다. 이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실질적인 행동 변화와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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