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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 새로운 시대를 열다

작성일 2010-06-24

[환경해양에너지분야 20세기 이후 10대 사건 2]

 

원자력 발전, 새로운 시대를 열다

 

 

지금부터 자신이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표류했다고 상상해 보자. 다행히 무인도에는 물도 있고, 먹을 것도 많다. 이렇게 생존을 위한 기본 조건이 충족된다고 가정하면 과연 무인도 생활은 행복할까? 아마 거의 모든 사람이 표류된 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따분해하고 불편을 토로할 것이다. 무인도에서는 TV도 볼 수 없고, 컴퓨터 게임도, 인터넷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전자레인지 같은 기계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인도에서는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없어 친구들과 수다를 떨 수도 없다. 이렇듯 현대인의 생존에 있어 기본적으로 먹고 마시는 것뿐 아니라 편리한 전자제품 역시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전자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이 전자제품을 작동시킬 수 있는 ‘전기’가 그것이다. 전기가 있어 우리는 TV를 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즐기며 여러모로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대인의 삶에 있어 전기란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되었다.

그렇다면 전기는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과학자 마이클 페러데이는 코일 속에 막대자석을 집어넣거나 빼면 전선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전기인데 전기는 이 원리를 이용한 발전기로 만들 수 있다. 이때 코일 속에 지속적으로 자석을 움직이는 힘을 어떻게 얻느냐에 따라 발전의 종류가 정해지는데, 화석연료를 이용하면 화력발전, 물이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는 힘을 이용한 것은 수력발전, 원자핵이 분열할 때 나오는 힘을 이용하면 원자력발전이 되는 것이다. 특히 원자력발전은 화석연료가 필요 없고 온실가스도 거의 배출하지 않아 세계적으로 발전량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이처럼 원자력발전은 기존 발전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전기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20세기 이후 환경해양에너지 분야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로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원자핵과 핵분열의 발견

지구상에 있는 모든 물체는 원자라는 작은 알갱이들의 모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마시는 물도, 공기도, 사자나 호랑이 같은 동물도 모두 원자들로 구성된 것이다. 만약 사람도 잘게 쪼개 그 속을 들여다본다면 아주 작은 원자로 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모든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졌다”고 말했으며,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로 ‘원자’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는 또 “모든 물질이 똑같으면 그것을 만들고 있는 원자도 같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하면서 원자도 쪼갤 수 있게 되었고, 그 속에는 더 작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만들어진 원자핵과 전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림 1 원자모형.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원자들의 종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지구상에는 총 92종류의 원자만이 존재하며, 모든 물질은 이 원자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원자들을 원소라고 부르는데, 가장 가벼운 원소는 수소이며 그 다음은 헬륨이고 가장 무거운 원소는 우라늄이다.

과학자들은 ‘분명 우라늄보다 더 무거운 원소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원소를 얻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그들은 우라늄에 중성자를 더하면 더 무거운 새로운 원소가 나타날 것이라 생각하고 우라늄에 중성자를 더하는 실험을 계속했지만 오히려 훨씬 가벼운 원소만 생겨났다. 과학자들은 이는 우라늄 핵이 두 개로 갈라져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 현상을 “핵분열”이라고 불렀다. 이 핵분열은 오늘날 원자력에너지라는 거대한 힘의 원천이 됐다.

그림 2 원자핵분열이 일어날 때 많은 에너지와 함께 2∼3개의 중성자가 함께 나온다.

원자력발전 원리에서 활용까지

원자력발전의 기본적인 원리는 화력발전과 비슷하다. 화력발전은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고 그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원자력발전은 이 과정에서 석탄이나 석유 대신 원자로(爐)라는 보일러를 사용하는데,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직접 태우는 것이 아니라 핵분열반응을 이용해 증기를 얻는다. 이 증기는 핵분열을 통해 발생한 많은 열로 물을 끓여 얻게 된다. 원자로는 핵분열을 연달아 일으켜 많은 에너지를 만들기도 하며 그 양을 조절해 필요한 만큼 에너지를 안전하게 뽑아 쓸 수 있도록 만든 안전한 장치다.

과학자들은 핵분열이 일어나면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연쇄반응이 일어나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많은 연구 끝에 1942년 이탈리아의 과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세계 최초의 핵분열 반응 실험에 성공(CP-1)했다. 하지만 이렇게 발명된 원자력은 인류를 위한 새로운 발전방식으로서가 아니라, 인류를 단번에 파멸시킬 수 있는

그림 3 원자력발전과 화력발전 비교.

핵무기 개발에 사용됐다.결국 원자력 기술은 제2차 세계대전 일본에서 두 개의 핵폭탄으로 그 위력을 발휘했고, 그 결과는 재앙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후 과학자들은 원자력을 살상 목적이 아닌 평화적 목적으로서 사용하기 위해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적은 양의 연료로 많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노틸러스라는 원자력잠수함과 사반나라는 원자력상선을 개발했다.

우라늄 1킬로그램이면 지구 7바퀴 반을 돌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배에 석탄이나 석유를 가득 싣고 무거운 항해를 하지 않아도 됐다.

한편 원자력에너지를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과학자들은 원자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고, 이것이 바로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력발전소다. 원자력발전소는 1954년 소련의 오브닌스크에 지어진 것을 시작으로 미국, 영국 등 여러 나라에 건설되었으며 우리나라는 1978년 처음으로 원자력발전소 운전을 시작했다.

                     그림 4 노틸러스 잠수함은 원자력 에너지로 항해한다.

 

석탄 가득 실은 트럭 300대 = 우라늄 한 컵

만약 우라늄 1킬로그램이 모두 핵분열을 한다면, 발생하는 열은 석유 9000드럼, 석탄 3000톤 이상을 태워서 나오는 열과 같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형 트럭에 짐을 가득 실으면 약 10톤 정도 되는데 3000톤의 석탄은 이런 대형 트럭 300대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와는 반대로 우라늄은 부피에 비해 무게가 상당히 무거워, 1킬로그램의 우라늄이라 할지라도 그 크기는 겨우 우리가 마시는 물 컵 정도의 양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적은 양을 가지고 대형 트럭 300대에 가득 실은 석탄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으니 우라늄을 이용한 핵발전이 얼마큼 효율적인 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원자력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적은 양의 우라늄을 가지고도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며, 또 부피가 크지 않아 운반이 편리하다는 것, 그리고 사용되는 연료의 양이 적어 싼 값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운전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모두 20기로,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40%를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발전에 쓰이는 석유와 석탄의 90%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이처럼 지하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게 원자력발전은 가장 경제적이고 중요한 발전방식이라 볼 수 있다.

앞으로 20여 년 동안 1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더 건설될 예정이며, 그때가 되면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약 60%가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다.

 

원자력발전소는 안전한가요?

원자력발전을 시작한 이래 전 세계적으로 두 번의 큰 발전소 사고가 있었다. 1979년 미국 TMI(Three Miles Island)발전소 사고와 1986년 소련(현재 러시아) 체르노빌 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가 그것이다.

소련보다 미국에서 발생한 사고 규모가 훨씬 컸지만 안전장치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 방사성물질이 유출이 전혀 없었고, 단 한 사람도 다치지 않았다. 이에 반면 체르노빌 발전소는 방사성물질을 차단하는 격납용기를 갖추지 않아서 사고 당시 많은 양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돼 수십만 명의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낳았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는 방사성물질이 원자로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여러 겹의 방호벽을 가지고 있다. 만일 방호벽 일부가 무너지더라도 비행기 충돌에도 버티는 철근콘크리트 벽인 격납용기를 갖추고 있어 방사성물질 누출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원자력발전소의 운전은 엄격하게 통제되며 조금이라도 기계가 이상하다는 신호를 보내면 즉시 정지해 고장을 고치고 운전을 재개하도록 장치화 되어있다. 경제적인 이득보다 사람들의 건강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엄격한 통제와 안전장치를 갖추고 원자로를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림 5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 외벽은 총5겹의 다중방호벽으로 되어있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한 원자로를 만들 수 있을지를 가지고 고민하고 또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가장 안전성이 높은 APR-1400이라는 원자로를 개발해 아랍에미리트에 원자로 4기를 수출했다. 이번에 수출한 4기의 원자력발전소는 자동차 200만 대를 판매한 것과 같은 금액으로 큰 규모다. 이는 원자로 수출 경쟁에서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을 당당하게 승리한 결과로 우리나라의 엄청난 기술진보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우리가 처음 원자력을 도입한 것은 1978년으로, 미국 기술을 이용해 건설한 고리원전 1호기 가동을 시작했다. 그 후 15년 만인 1993년 외국의 기술을 배워 우리나라 표준 원자로를 만들었고, 그 후 10년 만에 순수한 우리 기술로 만든 원자로를 수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 개의 모델만으로 국제사회에서 경쟁하기는 어렵다. 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원자로 모델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더 많은 원자로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현재 3세대로 불리는 원자로 보다 더 안전하고 경제적인 제 4세대 원자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미래는 원자력 시대!

태양은 영원히 빛을 잃지 않고 타오른다. 만일 태양을 지구에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아마 석탄이나 석유가 필요 없음은 물론, 더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지구가 뜨거워지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것은 결코 꿈이 아니다. 지금 전 세계 과학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인공 태양을 만들기 위해 손을 맞잡고 연구 중이다. 프랑스의 카다라쉐에 거대한 연구시설을 짓고 함께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의 많은 과학자들도 이 시설에서 같이 땀 흘리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수소는 주요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소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이 문제다. 전기분해로 만들 수 있지만 어마어마한 공급량을 감당하기엔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자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수소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아주 높은 온도의 수증기를 만들면 수소 생산에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에 착안해 값싸게 대량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2020년에는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며, 이 원자로가 완성된다면 원자력으로 만든 수소를 이용해 달리는 수소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림 6 한 암 환자가 암이 있는 신체 부위에만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쏘는 양성자치료기로 치료받고 있다.

이 밖에도 원자력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방사선을 이용해 몸속의 암을 발견하기도 하고 또 치료할 수도 있다. 농작물을 개량하여 수확을 늘리기도 하며, 음식물의 부패를 막기 위해 방사선을 이용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는 우주에 가기 전, 모든 음식물에 방사선 처리를 해서 우주로 가져가 안전하게 먹기도 했다.

원자력 발전은 우리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방사선으로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또한 깨끗하고 에너지걱정이 없는 미래를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원자력수소를 이용한 매연 없는 자동차를 탈 수 있고, 인공태양이 지구를 환히 밝힐 것이다.

[교육팁]

원자력발전은 화력발전과 같은 기존 발전방식과 비교해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친환경적인 전기 생산이 가능해 점차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사용하는 전력의 40%를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들도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늘리고 있지요. 그렇다면 원자력발전에 대해 의견을 함께 나눠봅시다.

● 주제1: 원자력발전이 어떤 이유로 효율적, 친환경적인지 발표해보세요. 또한 원자력발전이 화력발전과 비교해 어떠한 지 말해봅시다.

● 주제2: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원자력발전의 발전원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열에너지가 어떻게 전기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세요.(일러스트와 글 참조)

 

[교육 과정]

- 초등학교 5학년 과학, 에너지

- 중학교 1학년 과학, 상태변화와 에너지

- 중학교 3학년 과학, 물질의 구성

/ 이은철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ucle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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