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분야 20세기 이후 10대 사건 6]
핵에너지의 시초, 원자핵 발견

“The discovery of nuclear chain reactions need not bring about the destruction of mankind any more than did the discovery of matches. We only must do everything in our power to safeguard against its abuse." - Albert Einstein
“핵 연쇄반응의 발견은 더 이상 인류를 파괴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되며, 우리는 그것의 오용을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만 한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그림 1 미국이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원자폭탄 폭발 장면. 사진 제공 : 워싱턴국립공문서관 |
2차 세계대전 말기,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유능한 물리학자들은 유럽을 가까스로 탈출한 뒤 전쟁을 끝내도록 하겠다는 일념으로 미국의 주도하에 원자폭탄을 개발하게 된다. 하지만 이 핵무기 개발연구(일명 ‘맨하탄 프로젝트’)가 인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 개발을 추진했던 미국정부는 물론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도 전혀 알지 못했다.
맨하탄 프로젝트는 인류최초로 핵에너지를 성공적으로 사용한 신호탄이 됐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첫 목적은 파괴에 있었다. 이 때 사용된 원자폭탄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낼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됐다. 아인슈타인은 원자폭탄의 엄청난 위력에 극심한 충격을 받고 수많은 사람들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는 죄책감에 평생 시달렸다고 한다.
이후 인류는 석탄과 석유 등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던 화석연료에너지 시대를 뒤로 하고 인공핵분열에서 방출되는 막대한 에너지를 활용하는 원자력 시대로 진입하게 된다. 이로써 인류의 역사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 원자핵의 발견 이 세상의 모든 물질들을 계속해서 작게 쪼개다보면 어떻게 될까? 계속 쪼갤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작은 부분까지 쪼갤 수 있을까? 만일 어느 순간 더 이상 쪼갤 수 없다면, 그 부분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부분에서, 물질들의 공통분모라고 여겨지는 그 근처에서 우리는 분자를 만났다. 이 분자들은 또 서로 다른 공통분모들을 갖는데, 이들 보다 더 작은 공통분모가 바로 원자이다. 원자의 크기는 약 10-10m정도로 매우 작은데, 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원자를 사과만한 크기로 그렸을 때 사과는 지구만한 크기로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 2 1911년, 원자핵을 발견한 러더퍼드. 사진 제공 : 위키피디아 |
그렇다면 원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을까? 1897년 영국의 과학자 J.J. 톰슨(Joseph John Thomson, 1856~1940)은 음극선 실험과 고온의 금속으로부터 방출되는 열전자를 통해 여러 가지 원자들은 같은 종류의 입자들을 포함하고 있고, 이 입자는 원자보다 훨씬 더 가볍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이 입자가 바로 ‘전자’다. 만물에 포함돼 있는 전자는 우주에서 가장 가볍고 작지만, 전기적인 성질을 갖고 있어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현상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전자는 원자 안에 어떤 식으로 들어있는 것일까? 톰슨은 원자에 일정 에너지만 주면 전자를 손쉽게 분리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는데, 이 사실로부터 ‘건포도 푸딩 모델’이라는 원자모형을 제시했다. 이 모형은 양전하가 고르게 퍼져있는 푸딩 안에 음전하를 띠는 전자(건포도)가 임의로 흩어져 있는 형태이다.
톰슨의 제자였던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1871~1937)는 톰슨이 제시한 원자모형의 타당성을 알아보기 위해 1911년 맨체스터의 한 연구실에서 스스로 발견한 알파입자(헬륨 원자핵, 자연방사선의 일종)를 원자(실제로는 얇은 금속판)에 충돌시키는 실험을 한다. 하지만 이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는 톰슨의 원자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러더퍼드는 실험에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실제 원자 내부는 거의 텅 비어 있으며, 그 중심에 양전하를 띠고 전자보다 질량이 무려 수천 배나 되지만, 그 크기는 원자 크기의 1만분의 1에 불과한 원자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핵력의 발견 - 물질은 에너지의 한 형태이다
E = MC2 E : 에너지 M : 질량 C : 상수(광속 약 30만km)
질량결손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하고 있을 때 원자핵의 질량과 양성자와 중성자가 따로 떨어져 있을 때 질량의 총합 차이. 결합에너지.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한 원자핵의 질량·양성자와 중성자가 따로 떨어져 있을 때 질량의 합
주기율표 원소를 주기율(대략 원자량이 증가하는 순서)에 따라 배열한 표. 원자번호는 원자핵 안에 있는 양성자의 수를 나타낸다. | |
러더퍼드가 원자핵을 발견한 이후, 원자모형은 계속 진화해 나간다.
1932년 영국의 물리학자 채드윅(James Chadwick, 1891~1974)은 원자핵 내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로써 많은 과학자들은 원자핵이 중성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됐으며, 그 안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중 E = MC2 (물질의 질량은 에너지의 한 형태)에 해당하는 거대한 에너지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에너지는 핵력으로, 어마어마한 전기적 반발력을 갖는 양성자들을 좁은 원자핵 내에 한 덩어리로 묶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다.
 그림 3 핵분열 시 연쇄 반응의 개요도. ①우라늄-235 원자가 중성자를 흡수, 핵분열을 해 새로운 중성자와 결합 에너지 방출 ②방출된 중성자 중 우라늄-238에 흡수된 중성자와 또 다른 중성자는 단순히 손실됨. 지속적인 반응 없음. 하나의 중성자는 또 다른 우라늄-235와 충돌, 이전과 같이 두 개의 중성자 및 결합 에너지를 방출. ③두 중성자 모두 우라늄-235와 충돌하며 연쇄 반응을 일으킴. 사진 제공 : 위키피디아 | 또한 이 강한 핵력은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들의 미세한 질량결손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각 원자핵마다 이 질량결손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결합에너지라 부르는데, 결합에너지가 클수록 원자핵이 굉장히 단단히 결합돼 있어 안정적이다.
양성자가 하나인 수소(H) 원자핵의 경우, 다른 입자와 결합한 형태가 아니므로 결합에너지가 0이다. 하지만 수소 이후 주기율표의 원자번호가 증가하면서 결합에너지는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다. 결합에너지는 철(Fe, 원자번호 26)에서 최고가 됐다가, 자연에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인 우라늄(U, 원자번호 92) 원자핵에 이르기까지 다시 조금씩 작아진다.
결론적으로 철보다 가벼운 원자핵이 다른 입자와 결합해 무거운 원자핵이 되면(핵융합) 막대한 에너지를 내놓으면서 보다 단단하게 결합된 안정적인 원자핵이 된다. 이와 반대로 가장 무거운 우라늄 원자핵이 깨져서 가볍고 안정적인 원자핵이 되면(핵분열) 또한 상당량의 에너지를 내놓게 된다. 태양은 핵융합에너지를 통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생산해내며, 원자력 발전 시 이용하는 핵에너지는 바로 핵분열을 통해 얻는 에너지다.
 그림 4 1945년 8월 9일, 원자폭탄 투하 전(위)과 후(아래) 일본 나가사키 시의 모습. 사진 제공 : 위키피디아 |
인공핵반응, 원자폭탄 개발로 이어져
1938년 말 미국에서 활동 중이던 이탈리아 출신의 물리학자 페르미(Enrico Fermi, 1901~1954)는 중성자를 이용한 인공핵반응을 발견해 193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독일의 과학자 오토 한(Otto Hahn, 1879~1968), 마이트너(Lise Meitner, 1878~1968), 슈트라스만(Fritz Strassmann, 1902~1980)도 이 중대한 발견을 반복해 연구하며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자핵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는 인공핵분열을 통해 막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페르미는 이러한 인공핵분열을 이용해 폭발적인 핵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독일의 독재자였던 히틀러가 이러한 핵 연쇄반응의 원리를 무기화 할 것을 걱정한 페르미는 실라르드(Leo Szilard, 1898~1964), 위그너(Eugene Paul Wigner, 1902~1995)와 함께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루즈벨트에게 위험을 경고한다.
 그림 5 원자핵의 발견에서 인공핵반응 개발까지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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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1942년,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 경고를 받아들여 맨하탄 계획을 수립하고,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미국과학자들은 핵 연쇄반응을 제어해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이 원자폭탄은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그리고 3일 뒤 나가사키에 투하된다. 이 폭탄으로 제 2차 세계대전을 끝낼 수 있었지만,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핵에너지 이용이 인류에게 남긴 숙제
인류 문명이 급속히 발전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원자력 에너지는 과학과 산업의 영역을 넘어 정치와 사회, 문화, 경제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림 6 핵분열에너지를 이용하는 원자력발전소(위)와 핵융합에너지를 이용하는 핵융합실험장치 ‘KSTAR'(아래). 사진 제공 : 위키피디아/국가핵융합연구소 |
원자력 발전은 다른 발전보다 더 많은 전력을 공해 없이 생산해 내고 있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핵에너지의 응용이라고 할 수 있는 방사선을 활용해 인체나, 짐, 화물 뿐 아니라 건물과 자동차 엔진에 이르기까지 실시간으로 직접 들여다보고, 진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래의 에너지라는 핵융합발전에도 이용되는 등, 핵에너지의 활용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핵에너지는 그 영향력이 큰 만큼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핵폐기물은 인체에 해로운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이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사능물질처리장이 필요하다.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가 많이 생길수록 더 많은 처리장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핵에너지를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핵무기 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유혹도 위험 요소 중 하나다.
이처럼 핵에너지는 자연에 대한 탐구와 호기심에서 출발한 기초과학이 인류 사회와 역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동시에 인류는 스스로 깨닫게 된 능력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이를 어떻게 현명하게 활용해야 인류 역사와 후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진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교육팁]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핵융합이나 핵분열로 방출되는 엄청난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공해물질이 나오지 않고, 에너지원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미래에 더 주목받는 에너지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과 더불어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장점과 단점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면 핵에너지의 올바른 사용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핵에너지의 좋은점 - 예상 답변: 다른 발전방식에 비해 연료비가 저렴하다 / 다른 발전방식보다 연료 고갈의 문제가 적다 / 온실효과를 줄일 수 있다 /
▶ 핵에너지의 나쁜점 - 예상 답변: 다른 발전방식에 비해 초기 건설비용이 많이 든다 /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인체에 해로운 방사선을 방출한다 / 핵무기를 만드는 데 이용할 수 있다
[교육 과정] - 중학교 1학년 과학, 상태 변화와 에너지 - 중학교 3학년 과학, 물질의 구성 - 고등학교 1학년 과학, 에너지 | 글 / 유인권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yoo@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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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조각에 되튀긴 포탄 - 원자핵의 발견
러더퍼드가 진행한 알파선 산란실험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대부분 (99% 이상) 의 알파입자들은 얇은 금속판을 그대로 통과해 바로 뒤에 위치한 형광판에 부딪쳤다. 그런데 극소수의 반짝임이 상당히 큰 각도에서 나타났다. 이를 보고 러더퍼드는 함께 실험을 하고 있던 제자 마스덴과 가이거에게 ‘자네들은 휴지에 되 튕겨 나오는 포탄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라는 유명한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실험 결과를 통해 러더퍼드는 실제 원자 내부는 거의 텅 비어 있었으며, 그 중심에 양전하를 띠고 전자보다 질량이 무려 수천 배나 되지만, 그 크기는 원자 크기의 1만분의 1에 불과한 원자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더 이상 ‘쪼갤 수 없다 (atomon : atomon)’고 알려져 있던 원자(atom)는, 실제로는 원자 전체의 10-10%공간에 전체 질량의 99.95%를 차지하는 원자핵과 99.9999999%의 빈 공간을 마치 꽉 차 있는 것처럼 보이게 떠돌고 있는 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단단함, 꺼칠꺼칠함, 색깔 등 실질적인 물체들의 성질은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떠돌아다니면서 전기적인 현상을 나타내는 전자의 영향이다. 이렇듯 우리가 물체의 표면을 만지거나 걸어 다닐 수 있는 것,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고, 귀로 듣고, 혀로 맛을 느끼고, 코로 냄새를 맡는 모든 감각과 우리의 실생활은 거의 완벽하게 전자의 지배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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