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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MRI… ‘몸속 찍는 사진기’ 등장

작성일 2010-07-05
[보건생명분야 20세기이후 10대 사건 6]

CT, MRI… ‘몸속 찍는 사진기’ 등장


물리학자가 노벨 물리학상 대신 생리의학상을 받을 수 있을까? 생물학과 물리학이 절묘하게 겹치는 지점에 의료영상학이란 학문이 있다. ‘몸속 찍는 사진기’인 의료영상기기를 처음 고안한 사람은 대부분 물리학자지만 그 덕에 생물학과 의학이 발전하기 때문에 생리의학상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의료영상학은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탄생시킨 분야이기도 하다.


입체 의료영상의 시작

‘몸속 찍는 사진기’의 시작은 X선 사진이다. 1895년 독일의 과학자 빌헬름 뢴트겐이 물질을 투과하는 전자기파의 일종인 X선을 발견한 뒤로 살아있는 사람의 몸속을 수술하지 않고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X선 사진이 제1차 세계대전 때 병사들의 몸에 박힌 총알을 제거하는데 큰 공을 세운 덕에, 뢴트겐은 1901년 제정된 노벨 물리학상의 최소 수상자가 됐다.

그러나 인체의 내부를 한 장의 평면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점에서 X선은 한계를 갖고 있었다. 몸을 입체로 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다. 1917년 독일의 라돈은 단층영상의 원리를 처음 제안 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할 기술이 없었다가 1970년대 초 미국 터퍼츠대의 앨런 코맥과 영국 EMI 연구소의 가드프리 하운스필드에 의해 컴퓨터단층영상촬영장치(Computed Tomography, CT)가 개발됐다.


그림 1 몸속을 투과하는 X선을 발견한 공로로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뢴트겐. 아래의 사진은 그가 최초로 찍은 X선 사진이다. 사진 제공 : 동아일보

물리학을 전공한 코맥은 병원의 방사선과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X선 사진으로 정밀한 영상을 얻지 못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신체를 각각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뒤 종합하면 정밀한 영상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1차원 영상으로부터 2차원 영상을 재구성하는 방법을 고안해 논문으로 발표했다.

코맥의 논문은 CT의 이론적 기초를 만든 것이었지만 당시에는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어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하운스필드가 이 이론을 바탕으로 CT를 고안하고, EMI가 상품으로 만들어 팔면서 코맥의 연구가 다시 주목받게 됐다. 코맥과 하운스필드는 1979년 공동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CT, 인체 내부를 낱낱이 드러내다

살아있는 사람의 인체 내부의 구조를 영상으로 확인 할 수 있다는 것은 당시 기적 같은 일이었다. CT를 쓰면 인체의 내부를 수평, 수직, 관상면에서 단층으로 볼 수 있다. 기존 X선보다 월등히 좋은 해상도와 대조도를 갖고 있다. 또 검사 시간이 매우 짧아 움직임이 많은 장기도 순간적으로 촬영할 수 있다.

처음 임상용으로 사용된 CT는 화소가 80x80으로 매우 낮았고, 검사한 뒤 영상을 재구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컴퓨터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현재는 512x512 혹은 1024x1024 화소의 화면을 얻기까지 수십 초밖에 안 걸린다. 이런 장점 때문에 오늘날 CT는 머리, 폐, 심장, 뼈, 혈관에 이르기까지 인체의 모든 부위에서 사용되고 있다.

CT의 원리는 방사선량의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X선을 360도에 걸쳐 일정한 각도로 회전하면서 인체에 투사하고, 처음 쏜 방사선량과 투과한 방사선량의 차이를 측정한다. 컴퓨터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3차원 구조를 수학적 방법으로 예측해 재구성하고 영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CT에는 심각한 단점이 있다. 바로 높은 에너지의 전리방사선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CT를 촬영할 때 받게 되는 방사선량은 무시 못할 수준으로,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암 발생 등의 우려가 있다. 이점에서 1980년대의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nuclear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의 발견은 의료영상 분야에서 세상을 또 한 번 놀라게 만든 사건이었다.


MRI, 인체에 무해한 ‘입체 사진기’


MRI는 핵자기공명(Nuclear Magnetic Resonance, NMR)이라 불리는 현상을 이용한다. 모든 물체는 자기장 안에 들어가면 자성을 갖게 된다. 이렇게 자성을 갖게 된 물질은 외부에서 특정한 주파수의 전파를 가하면 전파의 에너지를 흡수하는데, 이를 공명현상이라고 한다. 이 현상을 발견한 미국의 물리학자 에드워드 퍼셀과 펠릭스 브로흐는 1952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림 2 CT와 MRI의 비교. CT는 X선을 이용해 영상을 기록하지만 MRI는 자기장의 변화로 영상을 기록한다. CT에 비해 MRI의 해상도와 대조도가 뛰어나다. 하지만 MRI는 좁은 터널 속에 들어가야 하므로 폐쇄공포증이 있는 환자는 이용하기 어렵다. 사진 제공 : 동아일보


NMR 현상을 이용하면 물체의 화학적 구조를 밝힐 수 있다. 똑같은 원자라도 위치에 따라 흡수하는 전파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원자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스위스의 화학자 에른스트는 이를 이용하여 영상재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수학적 알고리즘 연구로 1991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미국의 폴 로터버는 NRM 현상을 의학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었다. 그는 물분자에 가하는 자기장의 세기를 달리 하면 물분자에서 방출되는 전파가 신체의 어느 곳에서 방출됐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의 피터 맨스필드는 얻은 데이터를 빠르게 영상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둘의 공로로 인체 내부를 정확히 영상으로 그리는 MRI가 개발된 것이다. 이들은 200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MRI는 자기장과 고주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인체에 해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근육이나 인대와 같은 연부조직의 해상도와 대조도가 CT보다 훨씬 좋으며, 조영제와 같은 특별한 약물 없이도 고해상도의 혈관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이런 장점은 특히 뇌신경계 영상에서 그 진가를 발휘해 뇌경색 같은 질환을 진단하고 경과를 관찰하기에 좋다. 하지만 CT에 비해 검사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PET, 분자 영상 시대의 개막


그림 3 방사성 약품을 사용하는 PET는 질병의 변화를 파악하기 쉽다. PET 영상과 CT 영상을 융합하면 더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암 덩어리(화살표)가 CT 영상을 통해 폐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사진 제공 : 동아일보
최근에는 양전자단층촬영장치((Positron Emission Tomograph, PET)라는 의료영상기기가 주목받고 있다. PET는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의약품을 이용해 인체의 생화학적 상태를 3차원 영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기기다. 양전자란 전자와 물리적 특성이 유사하지만 양(+) 전하를 갖고 있는 입자로 18F, 11C, 13N, 15O 등의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나온다.

1950년 미국의 브루엘은 양전자를 검출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해 PET이 탄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리고 CT가 개발된 뒤 1975년 조장희 박사, 펠프스와 포고시언이 CT의 개념을 이용해 PET을 개발했다.

PET를 쓰면 여러 가지 진단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8F-FDG은 포도당과 비슷한 방사성 의약품으로 체내에 주입하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암 조직 같은 곳에 쌓인다. 이곳에서 방출된 양전자는 주변의 전자와 만나 사라지면서 방사선을 내는데, 이를 측정하고 영상으로 재구성하면 암 조직을 찾을 수 있다.

사용하는 방사성 의약품의 종류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다. H215O를 이용하면 뇌혈류량, 13N-amonia를 이용하면 심장근육의 혈류량을 측정할 수 있다. 11C-raclopride나 18F-DOPA를 이용하면 파킨슨병의 병태생리를 평가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의 특정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11C-PIB를 이용해 알츠하이머를 진단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CT나 MRI는 체내 조직의 ‘해부학적 변화’를 보기 때문에 질병이 상당히 진전된 뒤에나 발견할 수 있는 반면, PET는 생체의 ‘생리화학적 변화’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질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 분해능이 CT나 MRI에 비해 떨어지지만 분자 수준의 변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PET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CT, MRI, PET를 서로 융합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PET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분해능을 높인 PET-CT는 이미 개발됐다. 이보다 더 유용할 PET-MRI는 아직 MRI의 강력한 자기장 때문에 융합하기 힘들지만, 곧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복합 의료영상장비의 개발이 21세기 인류의 건강, 의료, 뇌과학 발전에 미칠 효과를 기대해 본다.

[교육팁]
감광지와 투명 비닐을 준비한다. 투명 비닐 위에 물건을 올려놓은 뒤 감광지 위에 덮고 1분 정도 햇볕을 쬔다. 감광지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한다. 변한 감광지를 옆 사람과 교환한 뒤 어떤 물건을 올려놓았는지 알아맞힌다.
무엇이 감광지의 색을 변하게 했는지 토론한다. 또 상대방이 올려놓은 물건을 어떻게 알아맞혔는지 서로 얘기한다. 감광지를 통해 올려놓은 물건을 알아맞힌 것과 X선을 통해 우리 몸의 상태를 알아맞히는 것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묻는다.

[교육 과정]
- 초등학교 5학년 우리의 몸
- 고등학교 1학년 유전과 진화

/ 조장희 가천의과학대학교 석학교수 zcho@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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