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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 복제 시대를 열다

작성일 2010-07-05
[보건생명분야 20세기이후 10대 사건 10]

돌리, 복제 시대를 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아일랜드’. 자신이 지구 최후의 생존자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뽑혀 가길 학수고대하며 완벽한 통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림 1 영화 아일랜드에서 복제인간을 인공적으로 기르는 장면. 사진 제공 : 워너브라더스

그러나 사실 이곳의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복제인간이었고, 그 누군가가 불의의 사고로 장기가 필요하게 됐을 때 장기를 제공하는 역할로 ‘길러지고’ 있었다. 영화 아일랜드는 2005년 상영해 당시 윤리 논란에 휩싸였던 인간 복제를 소재로 사용해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1997년 복제양 ‘돌리(Dolly)’가 탄생하자 이전까지 다 자란 포유류는 복제할 수 없다는 상식이 깨졌다. 이것은 인간 복제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였고, 종교계를 비롯해 여러 인권단체는 복제 연구를 적극 반대했다. 광범위한 토론 끝에 결국 여러 나라는 복제 연구에 대한 관련 법규까지 만들 정도였다. 21세기 초 생물학계를 가장 시끄럽게 했던 이 사건을 살펴보자.


돌리가 최초의 복제동물? No!

복제 동물이란 본체와 유전적으로 똑같은 동물을 말한다. 돌리가 최초의 복제동물인 것처럼 말하지만 유전적으로 똑같은 동물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가령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으로 똑같아 서로 간에 일종의 ‘복제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수정란이 발생하는 도중 2개 이상으로 분리된 것으로 각각 따로 자라 태아가 된다. 처음 시작한 수정란이 같기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의 유전자는 똑 같다.

쌍둥이처럼 자연적으로 생긴 ‘복제 동물’이 아닌, 인공적으로 만든 복제 동물도 돌리 이전에 있었다. 1952년 미국의 존 브리그 박사는 개구리의 수정란 세포를 떼 내 다른 개구리의 난자에 이식한 뒤 올챙이까지 키우는데 성공했다. 1962년에는 영국의 고든 박사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수정란이 아니라 체세포인 내장세포를 이식해 똑 같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

더 나아가 1983년에는 사상 최초로 포유류의 복제가 성공했다. 미국의 일멘스 박사가 생쥐의 수정란 세포를 다른 생쥐의 난자에 이식해 복제 동물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1986년에는 생쥐보다 덩치가 훨씬 큰 양의 복제가 있었다. 윌라드슨 박사가 8-16세포기 수정란 세포를 다른 양의 난자에 이식해 복제에 성공했다.


'포유류 체세포 복제’의 의미


그림 2 돌리는 최초의 복제동물이 아니다. 대신 체세포를 이식해 얻은 최초의 포유동물이다. 사진 제공 : 감마

이쯤 되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복제양 돌리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헛갈리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최초의 복제 동물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렇다. 돌리는 최초의 복제동물이 아니다. 대신 돌리는 ‘수정란이 아닌 체세포를 이식해 얻은 최초의 포유동물’이다. 이 사실이 왜 중요할까?

첫째 체세포를 이식한 복제라는 점이다. 수정란 같은 발생 과정의 세포를 이식해 복제동물을 만드는 일은 사실 현실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아주 뛰어난 기량을 가진 경주마가 있다면 이 말을 복제해 경주에서 우승하고 싶을 것이다. 후각이 엄청 발달해 마약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개가 있다면 이 개를 복제해 공항에 풀어놓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발생 과정의 세포는 그냥 세포 덩어리일 뿐 어떤 모습일지, 어떤 특성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발생 과정은 동물에서 아주 특별한 시기다. 이 시기의 세포들은 아직 몸의 어떤 조직이나 기관이 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냥 둘로 쪼개기만 해도 쌍둥이로 자랄 정도로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발생과정의 세포를 단순하게 난자에 이식하는 것만으로도 비교적 쉽게 복제할 수 있었다.

둘째 포유동물의 복제라는 점이다. 양서류인 개구리의 체세포 복제는 이미 1962년 성공했지만 그 뒤 누구도 포유동물의 체세포 복제를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포유동물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오랜 상식이었다. 포유동물의 체세포 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사람의 손톱, 머리카락 등에서 세포를 추출해 복제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돌리의 탄생으로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 복제의 길이 활짝 열렸다.


276번의 실패 끝에 얻은 성공

돌리의 아버지 영국의 이언 윌머트 박사는 영국 노팅엄대를 졸업한 뒤 케임브리지대학 다윈연구소에서 발생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코틀랜드 애든버러대의 로슬린연구소에서 가축의 우량종 연구를 하다가 다 자란 동물도 복제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됐다.

월머트는 양의 난자를 얻어 핵을 제거한 뒤, 다른 양의 젖샘 세포를 추출해 핵을 옮겨 심는 작업을 시작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결국 세포의 성장주기를 맞추고, 전기충격을 가하는 방법으로 핵과 난자를 융합시키는데 성공했다. 어렵게 만든 수정란을 대리모 역할의 암양의 자궁에 착상시켰다. 이번에는 착상이 잘 되지 않았다.
무려 276개의 수정란을 착상해 봤지만 계속 실패하다가 결국 277번째 수정란이 착상에 성공했다. 수정란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노력을 생각한다면 월머트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1996년 7월 5일 처음 핵을 얻은 양과 똑같은 색깔의 새끼 양이 태어났다. 과학자들은 이 양은 얼마나 오래 살 것인지 지켜봤다. 그로부터 7개월 뒤 ‘네이처’에 최초의 체세포 복제로 태어난 돌리의 기사가 실렸다.

돌리라는 이름은 당시 미국의 팝가수 ‘돌리 파튼’에서 따 왔다. 돌리는 풍만한 젖가슴을 갖고 있었는데, 재기 넘치는 과학자들이 금발에 풍만한 가슴을 가진 가수 돌리 파튼을 떠올린 것이다.



돌리 이후의 복제동물


그림 3 이병천 교수팀이 최초로 복제에 성공한 개, 스너피(오른쪽)과 암컷 복제개 보나. 사진 제공 : 동아일보

포유류 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수많은 연구실에서 경쟁적으로 복제동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1998년 일본 쓰노다 유키오 박사팀이 소를, 같은 해 미국 야나기마치 류조 박사팀이 쥐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2000년에는 영국 세러퓨틱스사가 돼지를 복제했다. 이 복제돼지는 인체에 장기를 이식해도 부작용이 없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복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002년에는 미국 A&M대 연구팀이 고양이를 복제했다. 특히 고양이 복제에는 우리나라 신태영 박사가 논문의 제1저자로 참여했다. 2005년에는 우리나라의 이병천 교수팀이 개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영장류인 원숭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을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복제동물의 한계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2003년 로슬린연구소는 진행성 폐질환이 나타났다는 이유로 돌리를 안락사 시켰다. 정상적인 양의 절반밖에 못 살고 죽은 것이다. 사실 돌리는 태어난 지 3년도 지나지 않아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특히 나이 든 양에서 나타나는 관절염 등의 질병도 앓았다. 일부 과학자들은 돌리가 태어날 때부터 이미 ‘늙어 있었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텔로미어 연구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복제동물의 한계가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끊이지 않는 논란, 인간복제

복제동물 연구에서 가장 큰 논란꺼리는 인간복제의 가능성이다. 누군가 내 세포의 일부를 채취해 나와 똑같은 인간을 몰래 만들지 모른다는 영화에서 나올 법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복제의 문제가 대두되자 월머트는 즉시 ‘치료용 복제연구’와 ‘번식용 복제연구’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치료용 복제연구는 한 마디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연구를 의미한다. 줄기세포란 조직으로 분화하기 이전 상태의 세포로, 손상된 조직에 줄기세포를 넣어주면 치료효과를 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복제연구를 찬성하는 쪽은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씁쓸한 기억도 갖고 있다. 2004년 서울대 황우석 박사는 복제방법을 사용해 인간 줄기세포를 얻었다는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 연구가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복제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였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연구결과를 조작한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사건 이후로 우리나라 복제 연구는 상당히 위축됐다.

많은 나라가 인간 개체를 복제하는 것은 금하되, 줄기세포 연구는 제한적으로 허용하자는 쪽으로 법을 제정하고 있다. 2001년 유럽위원회 41개 회원국 가운데 24개국이 ‘인간복제를 금지하며 연구 목적으로만 세포와 조직을 복제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인간복제금지협정을 비준했다. 우리나라도 관련 법 개정을 놓고 치열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교육팁]
복제연구에 대한 찬반 토론을 진행한다. 일주일 전 사전 조사해 찬성과 반대 두 그룹으로 나눈다. 각 그룹에게 배아복제에 대해 사전 공부 및 자신들의 논리를 뒷받침할 자료를 수집하도록 숙제를 준다.

사회자(교사 혹은 학생)를 두고 토론이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모두의 의견이 잘 발표되도록 한다. 서기를 두고 양쪽의 의견을 칠판에 기록한다.
그룹별로 대표 패널 5명이 각각의 의견을 차례로 발표하도록 한다. 한 사람의 발표 시간은 5분 이내로 한다. 발표가 끝난 뒤 상대방에게 반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토론이 끝난 뒤 교사는 전체 의견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현재 과학자들과 사회단체 등에서 어떤 논의가 진행 중인지 덧붙여 토론을 마무리한다.

[교육 과정]
- 초등학교 5학년, 우리의 몸
- 고등학교 1학년, 유전과 진화

/ 김정훈 동아사이언스 기자 nav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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