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분야 20세기 이후 10대 사건 9]
전화의 대중화와 팩스의 탄생
인간은 인간 상호간은 물론 세상만물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여 왔다. 빛과 소리, 문자를 기본으로 정보를 나눴고, 이 과정에서 정보를 좀 더 쉽게 처리하고, 저장하고, 이동하기 위한 수단을 개발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인간은 정보통신 매체를 발전시키며 진화했으며, 그 진화를 통해 좀 더 진보한 정보통신 매체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인류는 정보통신 기술을 발전시켰고, 정보통신 매체는 다시 인류를 진화시켜 온 것이다.
전기를 이용한 통신방식이 탄생하기 이전, 인류는 서로 마주하면서 언어를 주고받거나 기호와 문자를 기록하여 저장, 전달하는 방식으로 소통했다. 음성과 문자의 한계를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음성통신의 일시성과 문자 기록물의 이동에 대한 불편함은 늘 극복의 대상이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한 한 것이 바로 전기를 이용한 통신방식, 즉 전화였다.
전화는 유선전화, 무선전화, 휴대폰 등 다양한 형태의 통신 매체로 발달되어 왔고, 그에 따른 교환기술, 전송 기술도 함께 발달되어 왔다. 특히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과 결합하면서 20세기 인류문명의 발전에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전화는 과학기술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농아들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된 전화 발명
 그림 1 전화기를 처음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농아들에게 소리를 듣게 하고자하는 목표가 전화기를 발명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사진 제공 : 동아일보 |
전화를 처음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다. 그는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출생, 미국 보스턴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아학교에서 농아에게 발성법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발성법에 관심이 높았던 벨은 헤르만 헬름홀츠의 음성과 감각에 관한 실험에 대해 공부한 뒤 전신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전기의 특성을 이용한 통신방식을 통해 농아들에게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벨은 직업적 발명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믿음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도 전화의 실용화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다중전신, 즉 한 가닥의 전선에 여러 개의 전신회선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에 더 많은 비중을 두기를 원했다. 하지만 벨은 자신의 일과 연관된, 소리를 못 듣는 농아들에게 소리를 듣게 하고자 하는 인본주의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그 가치를 발명을 위한 에너지로 삼았다.
벨은 1976년 2월 전화에 대한 특허를 출원, 특허권을 획득한 후 전화 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미국의 최대 통신회사인 AT&T의 전신 벨전화회사였다. 전화의 발명으로 받은 볼타상(賞) 기금으로 볼타연구소를 창설, 농아교육에 힘썼다. 벨은 이후 전화의 성능향상에 노력했고, 축음기 개량, 비행기 연구, 사이언스지 창간 등 여러 방면에 업적을 남겼다.
벨보다 2시간 늦어 영원한 2등으로 남은 그레이
한편 전화의 발명을 이야기할 때 늘 조연으로 출연하는 사람이 있다. 벨보다 결코 뒤처지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벨보다 2시간 늦게 특허를 출원하는 바람에 전화발명 역사의 불행한 조연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인물. 바로 엘리사 그레이다.
 그림 2 벨보다 2시간 늦게 전화기 발명에 대한 특허를 신청한 알리샤 그레이. 사진 제공 : 위키피디아 | 미국 오하이오 바른스빌에서 태어난 그레이는 탁월한 발명가였다. 그의 나이 32세 때에 전 신중계기로 특허를 취득할 정도였다. 그레이는 그 과정에서 발명을 통하여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직업적 발명가의 길을 걷게 된다.
전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먼저 떠올린 것은 그레이였다. 그레이는 신호의 전송과 재생에 관한 실험에 착수했고 그 과정에서 소리의 전달 가능성을 확인했다. 말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발명의 의의는 언론을 통해 명확히 전달되었고, 대중은 전화라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직접 돈이 되지 않는 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열렬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의 특허 변호사조차 그에게 전화라는 것이 당시에는 과학적으로 신기한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한 비판과 사업 파트너들의 조언 때문에 그레이는 전화가 돈이 되는 사업일 것이라는 생각을 포기하고 다른 발명에 매달렸다. 그는 유선송화구로 말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결론에 벨보다 먼저 도달했지만 그 아이디어를 접어버렸고, 그것은 그가 뒤늦게 후회하게 되는 결정이 되었다.
결국 벨은 전화 발명가로 역사에 영원히 기록된 반면, 그레이는 전신시스템과 관련된 몇몇 부속장치를 개발하는 데 그쳤다. 그레이가 상업적 가치를 중시해 전신시스템을 개량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벨은 농아들에게 소리를 듣게 하고 하는 가치에 모든 정열을 바쳤기 때문이었다.
[box] 전화보다 33년이나 먼저 발명된 팩시밀리
팩시밀리(facsimile)는 문자, 도표, 사진 등의 기록화상을 전기를 이용하는 통신선을 통하여 원하는 곳으로 보내고 받을 수 있는 통신수단과 그 장치를 말한다. 보내고자 하는 대상물을 화소(주사선)로 분해하여 전기신호로 바꾸어 전화선이나 기타 통신망을 통해 전송하고, 수신 지점에서는 전기신호를 재생하여 원화와 같은 모양의 화상을 얻는다. 사진전송, 사진전신, 모사전송 또는 줄여서 팩스(fax)라고 한다.
팩스는 1837년 전자석 전신기, 1840년 모스 전신기 발명 다음으로 오래 된 전기를 이용한 통신 발명품이다. 전화가 팩스보다 더 빨리 발명됐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팩스가 전화보다 한참 전에 발명되었다. 벨이 1876년 전화를 세상에 내놓기 무려 33년 전인, 1843년 영국의 시계 제조업자 A. 베인이 팩스를 처음 발명했다. 베인은 시계 전문가답게 전신선의 양끝에 흔들리는 추를 단 형태의 팩시밀리를 고안했다.
 그림 3 초창기 팩스. 팩스는 전화보다 일찍 발명되었으나 상품화가 매우 늦었다. 사진 제공 : thecapitolfaxblog.com |
초기의 팩스는 송신부에는 철침이 달린 추가 있어서 금속으로 된 문자 위를, 수신부에서는 추가 화학 처리된 종이 위를 왕복하도록 만들어졌다. 때문에 이용하기가 불편하고 그다지 실용적이지 못하여 상품화되지 못했다. 초기의 팩스가 사용하기 편리하게 개량되고 전화가 널리 퍼진 100여년이 지난 1970년대가 되어서야 팩스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
팩스를 보내기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들려오는 삐- 소리는 송신용과 수신용의 스팩을 맞추기 위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소리다. 성능이 다른 팩스가 연결되었다면 낮은 스팩의 팩스에 맞추어 송수신이 이루어진다.
이제 팩스는 그 이용도가 많이 떨어졌다.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메일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자메일 또한 문자나 도표, 그림을 먼 곳까지 직접 보내고자 하는 인간의 소통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라고 보았을 때, 팩스 발명의 가치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다. |
탄소입자의 진동이 음성을 전기신호로 바꿔
전화는 전기신호가 이동할 수 있는 유선 또는 무선 통신망을 통하여 음성이나 데이터를 일정한 부호로 송신하고, 수신측에서 그 신호를 음성 또는 데이터로 바꾸는 통신시스템이다. 전화의 구성은 음성과 전기신호를 변환하는 전화기, 전화기에서 오는 전기신호를 전송하는 전화회선, 특정한 상대는 물론 임의의 많은 상대에게 전화회선을 연결해주는 전화교환기로 구성되어있다. 이들 구성요소들의 역할과 원리를 차례대로 살펴보자.
 그림 4 고전적인 전화기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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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전화기는 음성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송화기와 상대의 송화기의 전기신호를 음성으로 바꾸는 수화기가 핵심이다. 송화기는 뒷면에 탄소입자들이 붙어있는 진동판을 통해 음성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음성의 음압변화에 따라 진동하면 진동판 뒷면에 붙어있는 탄소입자에 걸리는 압력이 변하고, 이에 따라 탄소입자의 전기저항도 변한다. 이 변화가 전류의 변화를 일으켜 음성신호가 전기신호로 바뀌게 된다. 수화기는 영구자석과 조합된 전자석과 이것에 의해 구동되는 진동판으로 이루어져 송화기의 전류신호를 음성신호로 재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화회선은 전화기로부터 교환기가 있는 전화국까지의 회선과, 전화국간을 연결하는 회선으로 구별된다. 유선방식과 무선방식에서 크게 구별되는데, 유선의 경우에는 다양한 케이블을 이용하여 이루어지고, 무선의 경우에는 특정한 주파수의 무선을 통신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하지만 유선의 경우에도 일부구간에서 무선방식이 이용될 수 있고, 휴대전화 등의 통신에서도 유선회선이 일부 활용되고 있다.
전화의 교환방식은 교환원의 필요 여부에 따라 수동식과 자동식으로 분류된다. 수동식에는 자석식과 공전식이 있는데, 자석식은 자석식 발전기가 딸린 전화기와 송화용 전지가 필요하지만, 공전식은 송수화기만 있는 것으로, 전원을 교환기에서 공급하는 방식이다.
전화 가입자 수가 급격히 늘면서 발전한 것이 기계식과 전자식 교환기이다. 교환원이 필요 없도록 개발된 자동식 교환기는, 다이얼의 숫자 한 자리마다 단계별로 전자계전기가 작동하고, 차례로 스위치를 작동시켜 상대방에 접속하는 기계식 방식과 다이얼 된 숫자를 컴퓨터가 처리하는 전자식 방식이 있다.
컴퓨터와 결합하여 진화를 거듭하는 전화
 그림 5 전화와 컴퓨터의 결합은 유선과 무선의 경계뿐만 아니라 통신매체와 컴퓨터의 경계를 무너뜨릴 것이다. 사진 제공 : 동아일보 | 전화의 대중화는 일단 사용하기가 매우 쉽고 편리하다는 데 있었다. 또한 가입자가 많을수록 더 효과가 극대화되는 특성 또한 대중화에 일익을 담당했다. 특히,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전화가 급격하게 대중화 된 요인은 전화와 컴퓨터와의 결합이었다.
전기를 이용한 통신시스템과 컴퓨터와의 결합을 통하여 신속하고 많은 양의 통신을 동시에 처리 할 수 있게 되었다. 컴퓨터가 갖는 대용량성과 축적성, 정확성, 신속성으로 정보통신기술의 획기적인 발전과 서비스의 다양화가 이루어져 보편적 소통매체로 활용되었고, 20세기 사회 발전의 기본이 되었다.
전화를 비롯한 통신매체는 앞으로도 인간이 갖는 소통에 대한 욕구충족을 위해 계속 진화하게 될 것이다. 유선과 무선의 경계도 무너지게 될 것이며, 좀 더 지능화되어 통신매체와 컴퓨터의 구분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미 그 조짐은 우리 앞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더 분명한 것은 통신매체의 진화는 인류의 진화와 함께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교육팁] 유선전화기는 음성신호를 전자신호로 바꾸어 전달한 뒤 다시 음성신호로 바꾸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무선전화기는 음성신호를 전파로 바꾸는 것이다. 만약 음성신호를 전자신호가 아니라 다른 신호로 바꾼 뒤 다시 음성신호로 바꾸는 장치는 모두 전화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어떤 전화기를 또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실전화는 음성신호를 실의 진동으로 변환하는 아주 훌륭한 전화기라 할 수 있다. 음성신호가 종이컵의 진동으로 바뀐 뒤, 음성의 높낮이 같은 정보는 진동으로 변환된 뒤 실을 통해 전해 진다. 그리고 다시 종이컵의 진동을 통해 음성이 복원된다. 그러나 실전화는 실이 팽팽하지 않거나 중간에 꺾이면 진동이 전달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만약 용수철로 이를 대체하면 어떨까? 종이컵을 페트병으로, 그리고 실을 용수철로 대체하면 실전화보다 훨씬 소리도 전달이 잘 되고, 음성도 크게 들리는 전화기를 만들 수 있다. 용수철 전화기는 또한 팽팽하지 않아도 비교적 소리가 잘 전달되고, 꺾여도 소리 전달이 잘 된다.
음성을 전기나 전파로 변환하지 않고 전달하는 전화기가 실제로 사용되는 곳이 있다. 바로 물속이다. 물 속에서는 전파가 멀리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수중에서는 음성을 물을 매질로 하여 음파로 전달한 뒤 이를 다시 음성으로 전환하는 음파전화기를 만들 수도 있다.
[교육 과정] - 초등학교 5학년 실과, 우리 생활과 전기, 전자 - 중학교 2학년 과학, 전기 - 중학교 3학년 실과, 전기 전자 기술 | 글 / 김영근 KT과학관장 hole-man@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