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올

통합검색

찾기

문명의 수레바퀴, 철

작성일 2010-06-28
[기술공학분야 20세기 이후 10대 사건 8]
 
문명의 수레바퀴, 철
 


철의 역사는 인류 문명의 역사다. 기원전 3000년경부터 장신구나 간단한 도구에 사용되기 시작한 철은 곧 인류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됐으며, 철을 다루는 기술을 가진 집단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힘과 경제력으로 다른 집단 위에 군림해 왔다. 또한 초고층빌딩, 튼튼한 교량, 비행기, 기차, 자동차 등 현대 문명의 이기들은 철이 있었기에 존재하는 산물들이다. 철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처럼 놀라운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 인류 문명을 가꿔온 ‘강한’ 철. 그 무한한 힘의 세계를 들춰보자.


제철 기술의 시작은 산소와의 싸움

지구상에서 철을 비롯한 대부분의 금속광물은 순수한 금속으로 존재하지 않고 산소와 결합한 형태인 산화금속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금속을 사용하려면 일단 산소를 떼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산소는 높은 온도에서 떨어져 나간다. 철 역시 마찬가지.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려면 최소한 수백도 이상의 고온으로 장시간 가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탄소와 접촉하고, 탄소를 함유한 철이 만들어진다. 철은 함유하고 있는 탄소의 양에 따라 그 성질이 달라지는데, 탄소를 많이 함유하면 할수록 단단해지고 강해진다.


그림 1 당진제철소의 용광로. 사진 제공 : 동아일보

제철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초기에는 장작을 태워 얻은 열로 철광석의 산소를 제거하고 철을 얻는 단순한 방법이 사용됐다. 이때 만들어진 철이 400~800도의 낮은 온도에서 만들어지는 단철이다. 단철은 연하고 물러 농기구 같은 도구로 만들기가 쉬웠다. 하지만 너무 연하고 무른 탓에 무기처럼 강한 도구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후 장작 대신 목탄을 연료로 쓰고, 풀무를 이용해 온도를 높일 수 있은 뒤에야 보다 단단한 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고온을 유지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14세기에 독일 지역에서 목탄을 연료로 하는 고로(용광로)가 만들어졌다. 이어 고로에 수차가 적용되면서 고로에 강한 바람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고로의 내부 온도를 높일 수 있었고, 탄소 함량이 높은 선철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선철은 탄소 함량이 높아 매우 단단하다. 하지만 모양을 변형시키기 어렵고 쉽게 부러지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건축물의 장식이나 기둥, 난간 등에 주로 사용됐다.


18세기에 시작된 제철 기술의 혁명


그림 2 1801년 영국의 필립 야곱(Loutherbourg d. J. Philipp Jakob)이 그린 콜브룩데일 제철소 전경.

제철의 주도권은 유럽 대륙에서 질 좋은 철광석이 풍부했던 영국으로 넘어갔다. 영국의 제철소들은 지나친 벌목으로 목탄 공급이 한계에 다다르자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석탄은 타고 난 뒤 남는 찌꺼기 성분이 많아 고로 내부가 막힐 염려가 있었다. 또한 석탄 연소로 얻어지는 고온을 견디는 고로 건설도 어려웠다. 이런 문제점은 1709년 에이브러햄 다비 1세(Abraham Darby I, 1677~1717)가 코크스를 사용한 고로 제철에 성공함으로써 해결됐다. 코크스는 발열량이 크고, 연기가 없어 제철 연료로 안성맞춤이었다. 코크스 제철법의 등장은 선철을 보다 저렴한 값에 얻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코크스로 제조된 선철은 목탄을 연료로 한 철에 비해 인과 유황 같은 불순물이 다량 포함됐다.  그 결과는 품질이 떨어지는 철이었다.


그림 3 프랑스의 상징인 에펠탑은 연철을 사용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사진제공 : 동아일보
품질이 한층 향상된 철제련 기술은 18세기 후반에 나왔다. 1784년 영국 콜브룩데일 제철소 기술자였던 헨리 코트(Henry Cort, 1740~1800)가 정련 단계에서 끓는 쇳물을 휘젓는 방법으로 철을 생산하는 퍼들법을 개발한 것이다. 이때 만들어진 철이 탄소 함량이 매우 낮으면서 품질은 좋은 연철이다. 퍼들법은 정련법의 대혁명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철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도약이었다. 이후 강철이 등장하는 19세기 후반까지 연철의 시대는 계속됐다. 연철이 나무나 돌을 대체해 토목재료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이 시기 연철을 사용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위대한 강철왕의 걸작, 전로의 탄생 


그림 5 베세머 전로가 설치된 공장의 모습(위)과 영국 셰필드 산업박물관에 전시된 베세머 전로

1856년에는 ‘위대한 강철왕’으로 불리는 영국의 헨리 베세머(Henry Bessemer, 1813~1898)가 베세머 전로를 발명한다. 그의 전로는 고로에서 얻어진 액체 상태의 선철에 다시 한 번 공기를 공급하며 가열해주면 탄소가 산화돼 탄소량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이때 나오는 철이 강철로, 탄소 함량이 높은 고로의 철(iron 또는 pig iron)과 구별하기 위해 강철(steel)이라 불렀다.

 

그는 또 철 생산과정을 제철공정과 제강공정으로 나누고, 제철공정에 고로를, 제강공정에 전로를 사용했다. 베세머 전로의 발명은 이후 ‘고로제련-전로정련’으로 이어지는 철강제련의 표준이 됐으며, 근대 제철소가 탄생하는 배경이 된다.

 

1864년에는 프랑스의 피에르 마르탱(Pierre Martin, 1824~1915)과 영국의 윌리엄 지멘스(William Siemens, 1823~1883)가 평로법을 개발해 강철을 제조하는 또 다른 방법이 생겨났다. 그러나 근대 제강의 두 축인 전로법과 평로법의 발명에도 불구하고 강철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철광석 안의 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그리고 그 문제는 재판소 서기로 일하며 독학으로 화학을 공부한 시드니 토머스(Sidney Gilchrist Thomas, 1850~1885)의 토머스법에 의해 해결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20세기의 질주

일관제철소의 건설
제선, 제강, 압연의 세 공정을 모두 갖춘 제철소를 말한다. 제선은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 등을 커다란 고로에 넣어 액체상태의 쇳물을 뽑아내는 공정을, 제강은 이렇게 만들어진 쇳물에서 각종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압연은 쇳물을 슬래브(커다란 쇠판) 형태로 뽑아낸 후 여기에 높은 압력을 가하는 과정을 뜻한다.
(출처 : 네이버 용어사전)
20세기에 진행된 철강 기술의 발전은 생산성의 급속한 향상과 고품질화라는 두 주제어로 설명된다. 인구 증가와 산업 발전에 따라 철에 대한 막대한 수요가 생겨났으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철강 기술 역시 꾸준히 발전했다. 그 가운데 일관제철소의 건설, 전기로의 확산, 순산소의 활용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철강을 생산하는 과정은 가공할 수 있는 선철을 만드는 제선공정, 탄소를 조절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공정, 철강을 가공에 적합한 판이나 선으로 변형하는 압연공정으로 나뉜다. 1901년에 미국의 US스틸은 이러한 모든 공정을 한 공장 안에 설치한 일관제철소를 가동함으로써 효율성을 급격히 향상시키는 데 성공한다. 20세기에 붐을 이룬 일관제철소 시대의 서막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사용된 철의 양이 늘면서 버려지는 고철의 양도 늘어났다. 전기로는 전기로 고철을 녹여 재사용이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때 드는 비용은 철광석에서 직접 생산하는 비용의 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전기로는 윌리엄 지멘스가 1878년 처음 특허를 획득했지만 공업화된 것은 1900년에 개발된 프랑스의 폴 에루(Paul Heroult, 1863~1914)의 직접아크로가 처음이었다. 전기로는 평로를 대체했고, 특히 특수강 업체에서 빛을 보게 됐다.


 

화학 공업에서 발달한 순산소 제조기술도 철의 생산성 향상에 크게 이바지했다. 고로나 전로는 모두 반응을 위해 산소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공기를 불어넣으면 21퍼센트의 산소만 사용될 뿐 79퍼센트의 질소는 사용되지 않는다. 질소가 노에서 나갈 때 생기는 막대한 열 손실도 문제였다. 이 문제는 산소가 100퍼센트인 순산소를 사용함으로써 해결됐다. 이 방식은 1954년 오스트리아의 린츠(Linz)와 도나비츠(Donawitz) 두 제철소에서 산소전로가 가동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두 공장의 머리글자를 따 LD제강법으로도 불리는데, 이 방식으로 생산된 강철은 품질이 우수하고 생산성도 높았다. 현재는 전기로 제강을 제외하면 모든 제철소에서 산소제강법을 이용해 강철을 생산한다.


더 순수하게, 더 단단하게 


그림 6 녹슬지 않는 강철인 스테인리스강. 사진제공 : 동아일보
20세기 철강 기술의 또 다른 특징은 불순물의 극한적인 제거, 가공성의 증대, 고강도강의 개발, 새로운 합금강의 개발 등으로 대표되는 고품질화다. 최근에는 철 1톤 속에 인이나 황 같은 불순물이 50그램도 들어있지 않은 초고순도 철강이 생산되고 있다. 고강도강의 개발로 초고층 빌딩의 기록이 꾸준히 경신되고 있으며, 수 킬로미터 이상 되는 장대 교량과 같은 대형 구조물의 건축, 심해 유정의 발굴, 선박의 대형화 등도 거침없다. 자동차 타이어의 모양을 지탱해주는 타이어 코드는 1제곱미리미터 선 세 가닥으로 1톤이 넘는 자동차를 들어 올릴 정도다. 철의 단점을 보완한 합금강도 속속 개발됐다. 20세기 초 개발된 녹슬지 않는 강철 스테인레스강이 대표적이다.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합금과 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고망간강 등 새로운 합금강도 차례차례 개발됐다.

철을 사용함으로써 인류 문명은 급격히 발전했다. 막대한 매장량과 간편하고 저렴한 생산비, 훌륭한 기계적 성질 같은 범용 재료로서의 장점 때문에 철은 앞으로도 인류 문명의 중요한 재료로 기여할 것이다. 그렇지만 점차 고도화되어가는 문명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코크스를 사용하지 않는 제철법, 에너지를 더 줄이는 제강 기술 등이 뒤따라야한다. 좋은 철(녹슬지 않는 철, 더 강한 철, 전기적 성질이 우수한 철, 고순도 철)의 개발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용어사전]

*선철(pig iron)
용광로에서 만든 고탄소철. 무쇠라고도 한다. 탄소 함유량이 1.7~4.5%다.

*강철(steel)
탄소가 0.1~2% 들어 있는 철. 열처리에 따라 다양한 성질을 낸다.

*연철(soft iron)
탄소가 거의 들어 있지 않은 철(0.01% 이하). 무르고 연하다. 연강 또는 뜬쇠라고도 한다.

*코크스
석탄이나 석유 등 탄소가 주성분인 물질을 가열해 만든 고체 탄소연료.

*정련
순도가 높지 않은 금속을 녹여, 그 안의 불순물을 가려내는 과정.

[교육팁]
쇳물을 녹여 철을 만드는 과정은 산화환원 중 환원에 해당한다. 반대로 철이 녹스는 현상은 산화의 대표적 예이다. 생활주변에서 산화환원 반응의 예를 각각 세 가지씩 찾아보고, 그것들이 어떤 변화를 거치는지 그 과정을 설명해보자.

[교육 과정]
- 초등학교 3학년 과학, 우리 주위의 물질
- 중학교 3학년 과학, 지각의 물질과 변화
- 중학교 3학년 과학, 물질의 반응
- 중학교 1학년 기술·가정, 기술의 발달과 미래사회

/ 이경우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 yikw@snu.ac.kr  

댓글 남기기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수 0

The Science Times
과학문화바우처
사이언스 프렌즈
STEAM 융합교육
CreZone 크레존
문화포털
과학누리
교육기부
EDISON
과학기술인재 진로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