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달린 물고기의 등장-양서류의 진화

고생대 데본기에 척추동물에게 아주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물고기로부터 사지동물, 즉 양서류가 진화한 것이다. 사지동물이란 개구리, 악어와 같이 네 개의 다리를 가진 동물을 가리키는 말로서 예전에는 가뭄 때 물고기들이 물이 있는 웅덩이를 찾아 이동하기 위해서 망둑어처럼 지느러미를 사용해 걷다가 지느러미가 다리로 진화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망둑어는 왜 아직도 다리 대신 지느러미로 걷고 있을까? 근래에 망둑어의 지느러미는 다리로 진화할 수 있을까? 최근 어류에서 양서류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간 단계의 화석들이 발견됨에 따라 이미 “물속”에서 다리가 발달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고기의 지느러미
어류는 크게 다섯 가지 종류의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다. 쌍을 이룬 가슴과 배지느러미, 독립적인 뒷지느러미, 등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물고기의 움직임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은 꼬리, 가슴, 배지느러미인데, 꼬리지느러미는 단순히 추진력을 발생시키는 역할을 하는 반면 나머지 두 종류의 지느러미는 물고기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맡는다. 가슴지느러미는 추진력을 내거나 중심을 잡는 기능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여 부력 발생(상어), 비행(날치), 보행(망둑어, 아귀), 먹이 탐색(성대) 등의 역할을 한다. 배지느러미는 상승과 하강, 회전, 정지 등의 동작을 도와주는데 망둑어의 경우에는 하나의 빨판으로 변형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하는 어류의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다리 진화와 관계가 깊다. 그러나 모든 어류의 가슴, 배지느러미가 다리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류의 시대, 데본기
먼저 원시 양서류가 출현한 데본기(Devonian, 4억 1600만년 전~3억 5900만년 전)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당시 지구는 매우 온난했다. 실루리아기에 최초로 육지에 식물이 등장한 후, 데본기에는 겉씨식물이 나타나 빠르게 다양화되었다. 건조한 환경에 유리했던 겉씨식물들은 육지 대부분으로 퍼져나가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동시에 진드기, 전갈, 다지류, 곤충 등의 절지동물들이 육지에 등장했다. 바다에서는 암모나이트가 출현했고, 삼엽충, 완족동물, 대 산호초가 번성했다. 또한 다양한 어류들이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약 5억 3,000만년 전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출현한 척추동물의 조상은 오르도비스기(약 4억 7000만년 전)에 갑주어라 불리는 턱이 없는 원시 물고기인 무악어류로 진화했다. 실루리아기 말(약 4억 2000만년 전)에 무악어류로부터 턱이 있는 물고기(유악어류)가 진화하여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그 결과 무악어류는 물론 유악어류인 연골어류, 경골어류(조기어류와 육기어류를 포함) 및 지금은 멸종하고 볼 수 없는 판피어류까지 다양한 물고기들이 공존했고, 이러한 데본기를 ‘어류의 시대’라고 부른다.
다리 진화의 가능성 - 육기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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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진화의 시나리오
데본기(약 4억1000만년 전~3억5500만년 전) 말에는 육지에 정착한 식물들이 물을 얻기 쉬운 강가나 습지를 중심으로 숲을 이뤄 물 밑에는 낙엽과 가지들이 쌓이게 되었다. 덕분에 다양한 미생물들이 모여들었고, 물고기들은 풍부한 먹이, 안전한 산란처와 은신처를 얻게 되었다. 때마침 바다에서 번성하던 강력한 턱을 가진 무서운 판피류를 피해 육지의 얕은 물가로 올라온 육기어류들이 지느러미를 발달시켜 다리처럼 사용함으로써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해 나갔다.
당시 육기어류 중 캐나다에서 발견된 유스테노프테론(Eusthenopteron)은 나뭇가지가 얽혀 있는 물속에서 지느러미를 이용해 나뭇가지를 헤치며 헤엄치거나, 그 속에 숨어서 살금살금 기어 다니며 먹이 사냥을 하는 것이 유리했다. 그 결과 지느러미가 다리 역할을 하게 되었고, 네 다리와 꼬리지느러미를 제외하고 불필요한 지느러미들이 사라진 물고기인 틱타알릭(Tiktaalik)과 아칸토스테가(Acanthostega)가 나타났다. 에스키모어로 “커다란 민물고기”라는 뜻의 틱타알릭은 어류와 양서류의 중간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어류의 비늘, 아가미,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었으나, 지느러미 뼈는 육상동물 다리의 원시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었고, 육상에서 호흡할 수 있는 콧구멍 구조와 원시적인 허파, 머리를 움직일 수 있는 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가슴지느러미는 땅 위에서 걸을 수 있을 만큼 튼튼하지는 않았지만 흐르는 물속에서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손목 뼈가 발달해 있었다. 그 이후에 비로소 개구리처럼 물과 육지를 드나들 수 있었던 원시 양서류가 등장했는데, 이크티오스테가(Ichthyostega)는 길이가 약 1.5m나 되는 거대한 동물이었다.
양서류의 시대
진정한 의미의 양서류는 데본기 다음 시대인 석탄기(약 3억 5500만년 전~2억 9500만년 전)에 출현했다. 당시 이들은 육지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최초의 척추동물이었기 때문에, 안전한 육지에서 삶의 영역을 빠르게 넓혀갔고 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천적이 없는 상황에서 양서류는 지금의 악어처럼 높은 포식자의 지위를 얻을 수 있었고 큰 종류들은 6m까지 자라났다. 비로소 “양서류의 시대”가 열렸고, 파충류와 포유류가 진화할 수 있는 생물학적 바탕이 마련되었다.
글 이승배 / 국립과천과학관 전시2과 연구사
자료제공 국립과천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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