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생리대를 만드는 고흡수성 수지

학문적으로 정의하자면, 고흡수성(高吸收性) 수지는 “3차원 망상구조를 가지면서 다량의 친수기를 갖는 고분자로 물에 녹지는 않고 다량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물질”이다. 다소 낯설고 어려운 설명과는 달리, 고흡수성 수지를 이용한 제품들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새지 않고 처음처럼 뽀송뽀송한” 기저귀, 생리대 등이 그것이다.
구멍이 많으면 물을 잘 빨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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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더 빨리, 그리고 더 단단히
그렇다면 고흡수성 수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천연 흡수성 수지보다 흡수성이 좋은 수지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물을 더욱더 많이 흡수할 것. 그리고 거기에 오줌과 같은 혼합물에도 일정한 수준의 흡수력을 유지하며, 외부의 압력(아기의 엉덩이 압력 정도)에도 물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하는 등 까다로운 설계 조건이 주어졌다. 덧붙여 흡수 속도 또한 빠르면 더 좋을 것이다.
먼저 물을 잘 흡수하기 위해 고흡수성 수지는 섬유질 펄프 등 천연 흡수성 수지와 같은 ‘망상(網狀)구조(network structure)', 즉 그물과 같은 물리적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그 망상구조로 구현되는 구멍의 크기를 미세하게 조절함으로써 최적의 흡수 속도와 흡수력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을 많이 흡수하겠다고 구멍을 크게 만들면 오히려 고흡수성 수지가 물에 흐물흐물 녹아 나올 수도 있으니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망상구조를 만드는 것은 고분자 중합(polymerization)이라는 화학반응을 이용한다. 분자들을 연결하여 실과 같이 긴 분자사슬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분자사슬의 중간 중간에 다리 역할을 하는 적당한 크기의 분자사슬을 연결해 줌으로써 마치 그물 모양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물을 단단하게 설계한다면 어느 정도 압력하에서도 흡수한 물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망상구조만으로 고흡수성 수지의 조건을 다 만족할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 물질은 크게 친수성과 소수성으로 나뉜다. 친수성은 물과 친한 성질, 소수성은 물을 멀리하는 성질이라 생각하면 된다. 망상구조가 물을 끌어당기기 위해서는 당연히 친수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망상구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분자들은 친수성기를 가진 것들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나일론 같은 재질이 아니라 면과 같은 재질로 만드는 것이다. 주로 히드록시기(-OH)나 카르복시기(-COOH)와 같이 이온화가 쉽거나 물과의 수소결합이 가능한 기능기(functional group) |
우리생활의 필수품, 고흡수성 수지
고흡수성 수지는 잘 알려져 있는 기저귀, 생리대뿐만 아니라, 농업이나 산업분야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한 가지 유명한 예가 이스라엘의 집단 농장이다. 이스라엘은 초기 정착 시절 사막을 비옥한 토지로 탈바꿈시켜 집단 농장(키부츠, kibbutz)을 건설했다. 이때 사용된 기술이 바로 고흡수성 수지다. 척박한 토지의 일정 깊이에 고흡수성 수지를 뿌리고 흙을 덮어주면, 비가 오거나 인공적으로 물을 주었을 때 손실되는 물을 최소화하며 오랫동안 물을 보유하면서 토지에 서서히 물을 공급해 줄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척박한 사막이 비옥한 옥토로 바뀌는 것이다.
물은 우리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이다. 이러한 물을 제어하는 기술은 인류 문명과 함께 시작되어 역사 속에서 발전을 거듭해왔다. 고흡수성 수지 기술 역시 물을 제어하는 기술로, 우리 생활의 필수품에서부터, 농업, 산업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인류에 기여해 왔다. 더 빨리, 더 많은 물을 흡수하기 위한 연구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
기능기(functional group)
분자내에서 특징적인 성질을 띠는 일단의 원자결합 양식
글 임두원 / 국립과천과학관 경영기획과 연구사
자료제공 국립과천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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