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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육상 진출

작성일 2012-11-15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식물의 등장이 지구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척박했던 지구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일차 생산자로서 생태계 먹이사슬의 근간이 된 식물. 그렇다면 이러한 식물은 언제부터 육지에 나타났을까? 식물의 육상 진출, 이 의미 있는 사건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 본다.

 

 

조류(藻類)의 진화와 산소의 증가

광합성을 통해 원시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기 시작했던 최초의 생물은 남세균이며 이들의 활발한 활동은 지층 속에 스트로마톨라이트로 보존되어 있다. 남세균은 엽록소와 같은 녹색 색소를 가지는 생물이다. 선캄브리아대에는 여러 가지 색소를 가진 광합성 미생물들이 공존했으며, 그 중에서 남세균은 빛을 잘 흡수할 수 있는 녹색 색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미생물들 보다 더 번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세균을 비롯한 색소를 가진 다양한 단세포 광합성생물들은 바닷물의 깊이에 따라 홍조류, 갈조류, 녹조류 등으로 진화하여 대기 중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캄브리아기 초기의 부드러운 몸을 가진 동물의 화석까지 남아있는 중국의 쳉지앙 화석군(약 5억 2500만년 전 생물군)에서는 다양한 조류(藻類, algae)의 화석이 발견된다. 조류와 같은 식물들은 화석화 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캄브리아기에 바다 속에는 다양한 조류들이 번성하고 있었고 선캄브리아대에 이미 다양한 조류가 진화해 온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풍부한 조류의 광합성 활동의 결과 선캄브리아대 말(약 6억년 전)에는 공기 중의 약 10%가 산소로 채워지게 되었다. 현재 지표 부근의 대기 중 산소가 차지하는 부피가 21%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산소가 거의 없었던 지구에는 큰 변화였다. 증가된 산소는 태양의 자외선을 흡수하여 그 일부가 오존이 되고, 이 오존이 대기의 상층을 덮는 오존층이 되어 많은 생물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태양의 강한 자외선을 막아주게 된다. 이에 따라 생물이 급증하면서 영양분과 서식지에 대한 경쟁이 심해진다. 고생대 초까지 물 속에서만 살던 조류들이 육상으로 생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녹조류의 육상진출


생물이 물속에서 살면 편리한 점이 많다. 우선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보호되고, 온도의 변화가 크지 않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 수 있다. 또, 부력으로 인해 중력을 거슬러서 이동하거나 성장하기 쉬우며, 생물체에게 중요한 요소인 물을 얻기 쉽다. 때문에 육지에 산다는 것은 이 모든 장점을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생물이 육상에서 살기 위해서는 강한 자외선, 심한 일교차와 건조한 환경에 견디면서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튼튼한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갈조류가 뿌리, 줄기, 잎으로 분화된 듯 한 복잡한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육상 진출에 유리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오히려 육상 생활에 먼저 도전을 했다고 추측되는 종류는 구조가 단순한 녹조류다. 그 이유는 녹조류의 표면에는
큐티클층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즉, 체내의 수분 증발을 막아 건조한 환경에도 견딜 수 있게 해주고, 몸을 지탱해 주는 규티클층이 육지 생활의 필수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한편, 대기 중의 오존량이 현재와 거의 같아져 식물이 상륙할 수 있게 된 것은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에서 실루리아기에 이르는 시기로 여겨진다. 실루리아기(약 4억3500만년 전~4억1000만년 전)가 끝날 무렵에는 양치식물의 일종으로 생각되는 쿡소니아(Cooksonia)가 육상에 등장했다. 실루리아기 말에 번성했던 작은 식물인 이 쿡소니아는 줄기 안에 물과 양분이 이동하는 통로인 관다발을 가진 최초의 식물로 1937년 영국에서 보고되었다. 작고 원시적인 식물이었던 쿡소니아지만 황량한 육지에 뿌리를 내리고 진화해 가면서 다른 동물과 식물들이 육지에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던 식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누가 먼저 진화했나? 양치식물 vs 선태식물


현재까지의 화석 기록으로는 쿡소니아가
선태식물(이끼류)보다도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선태식물의 몸 구조와 생태가 화석이 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쪽이 먼저 상륙하였는가, 즉 녹조식물에서 어느 쪽이 먼저 분화하여 상륙했는가 하는 것은 논란의 대상이며, 크게 두 가지 학설이 있다. 1) 녹조류에서 선태류를 거쳐 양치류로 진화해 왔다는 설, 2) 녹조류에서 먼저 양치류가 분화되었다가 후에 선태류로 축소·퇴화되었다는 설이 그것이다. 실제로 녹조류·선태류·양치류의 구조를 비교해 보면 전자가 신빙성이 높으므로 예로부터 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게다가 최근 고생물학 연구결과들이 오르도비스기 말 육상에 이미 선태식물이 존재했음을 밝힘으로써 1번 가설이 정설로 인정되고 있다.

 

 

데본기 이후 울창한 숲의 형성


쿡소니아가 실루리아기 후반에 육지에 정착한 뒤로 육상식물들은 빠르게 진화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지층이 스코틀랜드 라이니 지방에서 발견된 라이니 쳐트(Rhynie Chert)이다. 데본기 초기(약 4억 1000만년 전)에 퇴적된 이 쳐트 층에는 다양한 식물뿐만 아니라 박테리아나 버섯 같은
균류 등 화석으로 남기 힘든 다양한 생물들이 보존되어 있다. 당시의 식물들은 지금의 식물들과는 많이 달랐다. 우선 뿌리가 발달하지 않아서 줄기의 일부가 뿌리 역할을 대신했으며, 잎이 발달하지 않아 줄기가 광합성을 담당했고 잎이 진화해서 만들어진 꽃도 없었다. 따라서 이 식물들은 지금의 이끼나 고사리처럼 씨앗 대신 포자(홀씨)를 퍼뜨려 번식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튼튼한 뿌리가 없고 줄기도 가늘어 당시 식물들은 사람 허리 높이 정도 까지 밖에는 자라지 못했다.

 

식물의 뿌리와 잎이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데본기 중기(약 3억9000만년 전 전후)부터이다. 식물의 키가 커지고 가지를 뻗어 더 많은 잎을 펼칠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햇빛을 쬘 수 있고, 포자나 씨앗을 더 멀리 퍼뜨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생존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덩치 큰 식물들이 점점 많이 살아남아 번성하게 되었고, 비로소 지구의 육지에는 숲이 우거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나물로 먹는 고사리는 당시에는 8m가 넘는 거대한 나무로 자라기도 했다. 특히 데본기 말에 살았던 고사리류인 아케오프테리스(Archaeopteris)라는 나무는 약 30m, 아파트 11층 높이 이상의 크기로 자랐을 정도라고 하니 숲이 얼마나 울창했을지 짐작이 된다. 이후 석탄기에는 높이 50m가 넘는 인목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었고, 이 숲에서 죽어 쓰러진 나무들이 땅 속에서 두꺼운 석탄층으로 변하게 되어 먼 훗날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생명의 이불


척박한 육지에 식물이 진출하여 급속하게 번성함으로써 고생대 데본기부터 석탄기까지 지구의 대기 중에는 산소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었다. 그 결과 동물들도 육지로 서식지를 넓힐 수 있었고 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었다. 최초의 생명이 탄생했던 바다와 함께, 식물은 현재 살고 있거나 과거에 멸종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식물의 육상진출은 생명 탄생 이후 가장 위대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승배 / 국립과천과학관 전시2과 연구사

자료제공 국립과천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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