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아카라 동물군 - 6억 년 전 진화의 실험

화석이란 지질시대에 살았던 동식물의 잔해나 흔적이 지구의 지각에 보존된 것을 뜻한다. 우리말 화석(化石)을 풀이하면 '돌이 된 것'이지만 영어로 화석을 뜻하는 'fossil'은 '발굴된 것'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다. 대부분의 경우 생물의 내장, 근육, 피부와 같은 연한 조직은 죽은 후 부패되기 쉽기 때문에 생물들의 유해 중에 딱딱한 골격 부분이 주로 화석화된다. 골격마저도 물이나 바람에 의해 운반되는 동안 또는 다른 동물에게 잡아 먹히는 동안에 부서져버리기 쉬우므로, 실제로 살았던 생물의 극히 일부분만이 화석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런데 아주 특별한 경우, 부드러운 몸체를 가진 생물이나 심지어 배아 세포(embryo)까지도 화석으로 보존되는 경우가 있어 생명 진화의 역사를 밝히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는, 다세포(대형) 생물이 등장하기 전이라고 알려져 있었던 선캄브리아대의 지층에서 발견된 에디아카라 동물군 화석 이다. 이 생물들은 해파리와 같이 화석화 되기 어려운 유연한 몸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서 발견됨으로써 고생대 이전에 이미 전 지구에 대형 생물들이 등장했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에디아카라 생물들은 약 6억년 전 지구상에 '갑자기(지질학적 시간 개념으로)' 출현하여 캄브리아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후손을 남기지 못한 채 멸종해 버렸다. 이 시간에는 이 신비로운 생물들에 대해 알아보자.
에디아카라 동물군 화석 발견의 역사
정체 불명의 다양한 연체 생물들
생명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에디아카라 동물군 이 독특한 생물들은 고생대 캄브리아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멸종해 버렸고 새로 등장한 생물과 진화적으로 연결짓기 힘들다. 갑작스런 멸종 원인도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몇 가지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에디아카라 동물들 사이의 경쟁으로 인한 멸종 가능성이다. 이들은 이전에 다세포 생물들이 없던 상황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급속하게 번성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먹이나 서식지를 획득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 과정을 겪으면서 사라져 갔을 수 있다. 둘째는 갑작스런 환경 변화의 가능성이다. 선캄브리아대 후반에 일어났던 초대륙의 분열, 해수면 상승, 영양분의 부족, 해수와 대기의 화학 조성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에디아카라 생물들을 멸종으로 몰아갔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마지막으로 생태계의 교란을 멸종의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에디아카라 생물 중 미생물 매트를 갉아먹고 자라던 생물들이 번성하여 매트 위에 고착하여 살던 생물들의 생존이 어려워지거나 말랑말랑 하던 에디아카라 생물들을 먹이로 삼게 된 새로운 포식자들의 등장으로 인해 생태계가 교란되어 멸종했을 가능성이다. 이 각각의 원인들로는 이들이 후손을 남기지 못한 이유를 완벽하게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구 환경과 생태계의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에디아카라 생물들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생명 진화의 위대한 실험가 아직도 기원과 멸종에 관한 사실에는 의문점이 많지만 고생대가 시작하기 전 약 6억년 전에 이미 다양한 다세포 생물이 살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단세포 생물이 지배하던 지구상에 최초로 나타난 이 덩치 큰 생물들은 조건이 갖추어 진다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원시적인 생물로부터 복잡한 생물이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쉽게도 지구 환경과 생태계의 변화에 의해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그런 의미에서 에디아카라 동물들은 과감하고도 혁명적인 진화의 실험가들이었다. 또한 화석화 되기 쉽지 않은 동물들이었지만, 마치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받기 원했다는 듯이 세계 각지에 비교적 많은 흔적을 남겨둘 수 있었던 행운아였다. '만약'이라는 가정이 통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멸종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지구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기이한 생명체들로 붐비게 되었을 것이다.
글 이승배 / 국립과천과학관 전시기획총괄과 연구사 자료제공 국립과천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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