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스키점프, 과학으로 더 멀리 날다

사진출처 : wikimedia
스키점프 선수가 출발대에 섰다. 스키점프대는 아파트 29층 높이와 맞먹는 약 90m 높이에 35도의 급경사로 되어 있다. 스키점프대에서 선수는 급경사면을 타고 활강한다. 슬로프 구간을 시속 95~100㎞로 활강한 후, 도약대에서 몸을 날려 더 멀리, 더 멋진 자세로 한 마리의 새처럼 공중을 비행한 후 착지한다.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반영된 스포츠라 할 수 있는 스키점프는 점프대에서 도약하여 공중에서 최대한의 거리를 날아오르는 경기다. 스키점프 선수들은 100m 이상을 거뜬히 날아갈 수 있어 스키점프 경기는 ‘인간 새들의 향연’이라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비인기 종목이었던 스키점프는 2009년 영화 ‘국가대표’로 잘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영화를 계기로 한양대와 건국대 연구팀은 수학적 원리로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최상의 비행 자세를 찾아주기도 하였다. 연구팀은 스키점프 비행 시 선수에 작용하는 힘을 계산하여 컴퓨터로 비행 궤적과 거리를 예측·분석한 바 있다.
과학으로 하늘을 나는 스키점프
선수들의 비행 자세를 떠올려보면, 몸의 모양은 구부정하게 앞으로 쓰러질듯 한 모습이다. 왜 이런 자세를 취하는 것일까? 스키점프 선수가 공중을 날 수 있는 원리는 양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양력은 어떤 물체가 공기 같은 유체 속을 수평으로 지날 때 진행방향의 수직 위쪽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을 말한다.
공기의 속도가 빨라지면 압력이 낮아지고 속도가 느려지면 압력이 높아져 양력이 발생한다. 사진 출처 : dongasnc
선수의 공중 자세는 등 부분이 굽으면서 볼록한데 비해 아랫부분은 상대적으로 편평한 모양이다. 이 때문에 위쪽과 아래쪽의 공기는 속도 차이가 난다. 볼록 튀어나온 등 부분이 상대적으로 지나가야 할 거리가 멀기 때문에 공기의 속도는 더 빨라진다. 공기는 속도가 빨라지면 압력이 낮아지고 속도가 느려지면 압력이 높아지는데, 상대적으로 높은 압력인 아랫방향에서 낮은 압력인 위쪽으로 양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양력을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양력을 이용해 비행하기 위해서는 운동하는 물체의 속도가 매우 빨라야 한다. 스키점프 선수가 아파트 29층 높이의 스키점프대에서 급격한 경사면을 활강하는 것은 이 때문인데, 선수들은 경사면과 평행이 되도록 허리를 구부린 자세로 최대한 공기의 저항을 줄여 속도를 내며 내려온다. 점프대의 경사 각도에 따라 다르지만 선수들은 시속 120km까지도 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빠른 속력은 최적의 비행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또 스키점프에서 양력을 최대한 이용하려면 공중 비행 시 자세도 매우 중요하다. 예전에 선수들은 하늘에 떴을 때 11자 형태로 점프를 하였다. 1985년 스웨덴의 얀 보클레브 선수가 V자형 점프를 선보였는데, 11자 자세에 익숙했던 당시 사람들은 V자 자세가 별로라며 벌점을 주었다. 그러나 1989년 노르웨이 연구팀이 V자 자세로 비행할 때 양력이 최대 28% 증가하고 비행거리는 10% 늘어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여, 현재에는 선수들이 모두 V자형 비행 자세를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양력은 힘을 받는 면적이 넓을수록 강하다. 11자보다 V자 자세가 바람맞는 면적을 더 넓게 하여 양력이 증가한다.
좋은 비행 자세에 필요한 것은 각!
지면과 스키의 각이 30°일 때 가장 멀리 날 수 있다. 사진 출처 : dongasnc
V자 자세에서도 더 멀리 날기 위해서는 각도가 중요하다. 200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스키연맹(FIS)이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비행할 때 지면과 스키의 각도는 30도 이내, 다리와 스키의 각도는 20도 이내, 엉덩이 각도는 160도가 이상적이라고 적혀 있다.
다리와 스키의 각도에 따라서 비행거리는 어떻게 달라질까? 최대한 비행시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공기의 저항을 줄여야 한다. 다리와 스키의 각도를 가급적 줄이는 것이 공기의 저항을 적게 받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또 앞서 설명하였듯이 위로 미는 양력은 힘을 받는 면적이 넓을수록 강하여, 스키의 V자가 벌어지는 정도를 크게 해 주면 비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스키 종목 중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하는 스키점프용 스키
양력을 이용한 점프로 더 멀리 더 오래 비행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스키의 길이다. 스키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양력을 받는 넓이가 증가해 비행거리가 늘어난다. 실제로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일본 선수들은 아주 긴 스키로 금메달을 2개나 딸 수 있었다. 이에 스키점프가 자칫 장비의 기술에 의존한 경기가 될 우려가 있어, 그 이후 스키점프용 스키 길이는 선수키의 1.46배를 넘지 못하는 제한이 생겼다. 몸무게도 가벼울수록 멀리 날 수 있기 때문에 몸무게가 일정 수준 이하가 되면 더 짧은 스키를 타야 하는 규정도 생겼다.
스키점프용 스키는 260cm 전후로 다른 스키 종목에 비해 가장 길고 넓다. 크고 넓은 스키 플레이트는 양력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선수들이 바닥에 안정적으로 착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스키 플레이트 바닥에 4~6개의 홈이 파여 있는데, 이는 바닥에 닿을 때 속도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내릴 수 있게 만든 장치다.
그렇다면 스키점프의 멋진 비행 후 착지 단계에서는 어떤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을까? 비행 후 착지 시 선수들은 같은 방향과 속도로 계속 운동하려는 관성의 힘 때문에 정지하기가 쉽지 않다. 눈과 스키의 마찰력을 잘 이용하여야 한다.
선수들이 착지할 때 많이 취하는 동작으로 텔레마크라는 동작이 있다. 이는 스키 한쪽 발을 앞으로 내밀고 무릎을 구부려 양쪽 팔을 크게 벌린 자세이다. 선수들은 앞뒤 방향으로 발을 벌리고 좌우 방향으로 팔을 벌린다. 평형성을 증대시킨 이 독특한 자세를 사용해 안정적으로 착지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키점프는 총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2014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부터 새롭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노멀힐 경기와 남자 라지힐, 노멀힐, 남자 단체 경기가 평창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동계 스포츠 최고의 ‘스펙터클’로 꼽히는 스키점프에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멋진 비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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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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